아주경제 안선영 기자 = 다시 보고 싶은 연예인이 있다면 다시 보게 되는 연예인도 있다. 개그맨이 안방극장에 왔을 때가 그렇다. 오버스러운 코미디 연기만 할 줄 알았던 개그맨 송형수(34)가 배우 송형수의 이름으로 새로운 도전을 한다. 어색할 법도 하지만 자신의 몸에 꼭 맞는 옷을 입은 사람처럼 편하게, 그리고 즐겁게 연기에 임하고 있다.
MBC 월화드라마 '야경꾼 일지'(극본 유동윤·연출 이주환)에서 송형수는 귀신 보는 능력을 지닌 왕자 이린(정일우)의 몸종 역을 맡았다. 충청도 사투리를 섞은 코믹 연기로 이린을 이죽거리다가도 충성스럽고 우직한 모습으로 반전 매력을 선보이는 송형수를 지난 11일 서울 충정로 아주경제 본사에서 만났다. 셔츠에 반바지를 입고 편안한 차림으로 인터뷰 장소를 찾았지만, TV를 뚫고 나온 모습 그대로였다. 수염은 덥수룩했고 눈빛에는 익살스러움과 진지함이 공존했다.
"'야경꾼 일지'를 위해 수염을 기르고 있어요. 드라마를 위해 수염을 한 번 붙이려면 30~40분이 걸리더라고요. 밥이라도 먹고 오면 떨어진 수염을 다시 붙여야죠. 그래서 그냥 제 수염을 기르기로 했어요. 이제는 촬영장에서나 식사할 때나 아~주 편하답니다. 어때요? 잘 길렀나요?"
그의 노력은 드라마 곳곳에서 묻어난다. 대본을 단순히 대사만 외우는 종이로 보는 것이 아니라 캐릭터 분석과 각본하는 시간을 갖는다. "대본을 그대로 가져가지 않고, 나름대로 바꿔서 표현하는 편이다. 글 쓴 입장에서 해석하려고 노력하는데 주변에서 특이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더라. 여러 톤이나 애드리브도 넣는다"고 설명했다.
"감독님이 몸종인데 너무 멀쩡하게만 보이면 안 된다고 하시더라고요. 일부러 다양한 표정을 주려고 신경썼죠. 항상 불만있고 억울한 얼굴이예요, 종의 일생이 피곤해 죽겠다는 모습이죠. 일부러 느긋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충청도 사투리도 애드리브로 넣어봤어요. '뭐예유~' '알겠어유~'처럼요. 하하."
개그맨에서 배우라는 새로운 길을 택한 송형수. 걱정이 앞설 법도 하지만 "코미디는 희극을 연기하는 것"이라며 "개그맨에서 배우로 전향했다는 말은 조금 안 맞는 것 같다. 그저 정극이나 사극을 통해 새로운 연기를 선보이는 것뿐"이라고 긍정적인 생각을 내비쳤다. 그러면서도 연기에 대한 생각은 확실하게 갖고 있었다.
"앞으로를 위해서 웃음 위주의 역할보다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정극으로 가고 싶어요. 코미디 무대에서도 충분히 웃긴 역할을 할 수 있으니까요. 여기서까지 코미디만 한다면 결국 개그맨의 연장선밖에는 안될 거예요. 때로는 웃음으로, 때로는 진지함으로 다가가고 싶습니다."
그러면서 롤모델로 꼽은 사람이 배우 오정세였다. 코믹한 이미지가 강한 건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악역과 아픔이 묻어나는 연기 모두 소화하며 다양한 매력을 보여주고 있다. 어떤 배역이든 잘 소화해내는 오정세 특유의 매력을 닮고 싶다고. 때로는 그의 연기를 심도 깊게 모니터링도 한단다.
일약 스타덤에 오르는 것보다는 생활형 배우로 시청자와 관객 곁에 다가가고 싶다는 송형수. 그는 '야경꾼 일지' 외에도 지난 11일 개봉한 영화 '레쓰링'과 다음달 4일 첫 방송되는 OCN 새 드라마 '나쁜 녀석들'에도 출연한다. 웃고 떠들다가도 연기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만큼은 그 누구보다 진지한 눈빛으로 다가가는 송형수가 '제2의 오정세'로 거듭날 날을 기대해본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