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광효 기자=이라크와 시리아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주된 자금줄은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 시절 구축된 석유 밀매망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1일(현지시간) 전했다.
에너지 전문가와 서방 관리들은 "IS가 하루 최대 8만 배럴의 석유를 암시장에 팔아 수백만 달러의 돈을 벌이들이고 있다"고 추산하고 있다.
FT는 “IS는 시리아와 이라크 유전에서 생산되는 석유 밀매로 하루에 평균 100만~500만 달러(약 10억4000만원~52억원)의 자금을 벌어들이고 있다”고 전했다.
석유는 주로 터키와 이란, 요르단의 소비자들을 위해 험준한 바위산과 사막을 거치는 유통로를 통해 밀매된다. 터키 남부의 레이한리나 이라크 북부의 자코 등 합법적 국경 마을에서 거래되기도 한다. 암시장에서 거래되는 석유는 보통 이라크 북부 쿠르드 자치지구에 있는 정유공장에서 정제되고 있다.
현재 IS는 시리아 유전 10개 중 6개를 통제하고 있는데 이중에는 최대 규모인 알 오마르 유전도 포함돼 있다. 이라크 유전도 최소 4개는 통제권을 확보했다.
IS가 석유 밀매로 큰 돈을 벌 수 있게 된 것은 이라크 중앙정부와 쿠르드 자치지구 지도자들 사이의 긴장관계에 기인한 측면도 적지 않다.
이라크 중앙정부가 정부 허락 없는 석유 수출을 금지한 이후 쿠르드 자치정부는 최근 수년 동안 자체 정유시설에서 생산되는 석유 제품을 지역 시장에 팔기 위한 판로를 모색해왔다.
이로 인해 쿠르드 자치정부는 자신들과 싸우고 있는 IS로부터 석유 제품으로 정제할 원유를 사들여 이들에게 자금을 제공하게 됐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라크 술라이마니야에 위치한 아메리칸 대학의 빌랄 와합 에너지 전문가는 “IS가 중간상인을 통해 쿠르드의 정유시설에 원유를 팔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며 “이라크 중앙정부가 8개월째 쿠르드 자치정부에 예산을 주지 않고 있어 쿠르드 자치정부는 이런 불법적 방법을 통해서라도 자구책을 마련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사담 후세인 전 대통령이 통치하고 있던 지난 1990년대에 유엔이 이라크에 대해 에너지 제재를 시행한 이후 이 지역에서는 석유 밀매가 성행하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이라크에서 생산된 석유를 국경 건너 터키의 암시장에 할인된 가격으로 파는 석유 밀매 사업가들이 생겼고 이들 중 많은 이들은 부자가 됐다.
영국의 싱크탱크인 채텀하우스의 발레리 마르셀 중동·아프리카 에너지 전문가는 “이라크에 대한 에너지 제재가 장기간 지속되면서 쿠르드와 이라크 사업가들이 석유 밀매로 시장의 공백을 채우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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