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모석봉 기자 = 어느덧 세월이 흘러 불혹(不惑)을 훌쩍 넘겨버린 가을날 무심코 길을 걷다 대전에 거주하면서도 조금은 낯설은 유성구에 위치한 유림공원에 발길이 돌려졌다.
‘제7회 대전 국악축제’가 지난 20~21까지 유성구 봉명동 소재 유림공원 야외무대에서 개최된다는 플랭카드를 봤기 때문이다.
무심코 돌려진 발길에 요즈음 각 지자체마다 앞 다퉈 경쟁이나 하듯 개최되는 수많은 축제들.... 계속적으로 계승되지 못하고 사장되고 마는 1회성 축제, 볼거리나 문화콘텐츠와 연계되지 않은 졸속적 축제, 1년 내내 기억조차 할 수 없는 수많은 축제들이 국민의 세금으로 낭비 되는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축제의 홍수속에서 살아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같은 맥락에서 필자는 이러한 축제의 일환이겠지 생각하고 들여다보기로 했다. 축제 속으로 들어가 보니 사물놀이 풍물은 물론 국악 뿐만 아니라 체험행사로 투호놀이, 제기차기, 사물악기 쳐보기 등 다양한 전통체험 행사도 곁들여 졌으며 전통혼례와 사자춤을 현대감각에 맞춰 관객과 함께 공감할 수 있도록 배려해 시민들에게는 물론 필자 또한 가슴에 와닿는 설레임이 느껴졌다.
특히 축제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추월만정(秋月滿庭) 대전 퓨전국악연대 ‘가락타래’ 배경자 단장이 기획한 공연은 가야금 병창은 물론 현대음악에 맟춰 표현력을 높이기 위해 개량한 25현 가야금 3중주를 비롯해 가야금과 플롯(Flute)의 협연을 통한 가야금병창 ‘사랑가’를 현대 악기와 접목해 국악을 더욱더 경쾌한 느낌으로 표현했다.
또한 스탠딩 가야금병창은 가을이 무르익어가는 가을밤에 어울리는 곡으로 ‘애수의 가을밤’, ‘발림’, ‘풍년농악’ 순으로 엮어진 무대는 많은 관객과 공감할 수 있는 어울림의 무대라 할 수 있었고 장구, 괭과리, 북, 징이 가야금과 어우러져 가을이 깊어가는 계절에 많은 여운을 남겼다. 유림공원의 백일홍이 만추야락(晩秋夜樂)의 향취와 어우러져 더욱더 아름답게 느껴졌다.
관객을 위한 진도아리랑 한 소절 배우기 코너에서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국악과 더욱 친숙해지는 계기가 됐으며 시민들과 외국인들에게까지 호응도 매우 좋았다.
가까운 금산의 인삼축제나 공주·부여에서 개최되는 백제문화제 같이 각 지역의 특색있는 축제가 떠올려지듯 대전에는 수많은 축제중에서도 대전을 대표할만한 축제가 없다.
현재 서구 둔산동에 공사중인 대전중앙국악원의 규모로 보아서도 우리나라 행정중심도시인 대전은 그냥 먹거리에 치중되는 축제, 일회성에 그쳐버리는 축제, 기억에도 남지 않는 행사 위주의 축제보다는 우리의 옛것을 보전하고 계승 발전시키는 차원과 함께 현대인들과 더욱 친숙해지는 가슴속깊이 새겨지는 축제의 장을 열어나가야 한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랩, 째즈, 발라드 등 다양한 문화 콘텐츠가 성행하고 있는 현대의 대중 음악속에 국악이 옛 것만 고집하기 보다는 현대의 감각에 맞춰 관객들과 함께 호흡하고 공감할 수 있는 퓨전국악이 더욱더 발전되길 기대해 본다.
특히 ‘가락타래’를 이끌고 있는 배경자 단장의 기획과 추임새가 앞으로도 대전국악축제에 시민들과 외국 관광객들에게 더 많이 알려져 좋은 호응이 있기를 소망해 본다.
필자는 이번 축제를 통해 깊어가는 가을밤에 인생에 있어 많은 것을 느끼며 가슴 뿌듯함을 함께 맛보았다.
대전시장은 일회성 축제보다 이렇다 할 축제가 부재한 상황에서 대전시를 대표할 만한 축제로 고려해볼 만한 가치가 있음을 제고해 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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