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최신형·김정우 기자 =‘시한부 투톱 체제’인 새정치민주연합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과 박영선 원내대표가 출발부터 위기를 맞고 있다.
문재인·정세균·박지원 의원 등 각 계파 수장들을 전면에 내세운 문희상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가 ‘계파 독점 연합’이란 비판에 휩싸인 데다 세월호 특별법 협상을 맡은 박 원내대표의 리더십이 한없이 추락, 당 혁신 작업도 국회 정상화 협상도 요원해졌기 때문이다.
특히 비대위원인 박지원 의원이 23일 모바일투표의 당위성을 긍정한 문 위원장을 직접 겨냥, “공사석에서 발언을 조심하라는 말씀을 드렸다”고 거친 언사를 퍼붓는 등 비대위 내부에서도 잡음이 일면서 당의 화학적 결합은 온데간데없어졌다.
문희상 체제 초기부터 야권의 고질병인 계파 패권주의가 당을 강타하자 제1야당이 사실상 공멸의 길로 접어드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게다가 새누리당 내부에선 시한부 원내사령탑인 박 원내대표의 ‘협상 대표성’에 의문을 드러내면서 세월호 협상 속도조절론이 나오는 상황이다. 박 위원장은 이르면 24일 세월호 유가족 대표단과 면담할 예정이어서 당분간 국회 정상화 일정 합의가 어려울 전망이다.
백척간두(百尺竿頭)에 선 문 위원장은 이날 박 원내대표 등 당지도부와 공식 출범 후 첫 외부 일정으로 현충원을 찾아 “금신전선 상유십이(臣戰船 尙有十二·신에게는 아직도 12척의 배가 남아 있습니다)”라고 적었다.
이어 문 위원장은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 묘소를 참배한 뒤 동교동계 좌장인 권노갑 상임고문과 함께 이희호 여사를 예방했다.
그는 “(김 전 대통령을) 뵙기가 너무 부끄럽다. 그 분의 리더십과 정치철학이 당을 있게 했다”고 말했다. 이는 최근 당 지지율이 ‘도로 민주당’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야권발(發) 정계개편 논의에 불이 붙자 제1야당의 정통적인 지지층을 포용하기 위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실제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의 9월 셋째 주 정례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0% 포인트)에 따르면 새정치연합의 지지율은 지난주 대비 2.1% 포인트 하락한 20.7%에 불과했다. 새누리당 지지율 41.7%의 절반 수준이다.
문제는 ‘문희상·박영선’ 투톱 체제가 당의 지지율 하락에 가속도를 붙게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온건 합리주의자인 ‘포청천’ 문 위원장의 등장에도 야권의 최대 아킬레스건인 계파 패권성 논란이 끊이지 않아서다.
새정치연합 김영환 의원은 이날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번 비대위가) 말없는 다수 의원들, 중도온건파가 완전히 배제된 범친노 강경파 일색으로 구성됐다”며 “문희상 체제에서 문재인 의원이 전면 부상하는 ‘문·문’ 투톱체제, 소위 쌍문동 체제가 만들어진 것”이라고 힐난했다.
앞서 조경태 의원과 정동영 상임고문도 문희상 비대위와 관련, “각 계파 수장들로 구성된 원로회의”, “계파 나눠먹기 연합 전략”이라고 각각 비판한 바 있다.
문희상 비대위가 ‘조직강화특별위원회 구성→전국 지역위원장 선출→전당대회준비위원회 구성’ 등의 임무를 맡은 만큼 차기 총선 공천권을 둘러싼 논란이 확전 양상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새정치연합의 이 같은 상황은 △세월호 특별법 협상△당 혁신 드라이브△계파 패권주의 봉합 등 문희상·박영선 투톱 체제의 3대 선결과제를 더욱 꼬이게 하고 있어 향후 조기 전당대회는 물론 야권발 정계개편의 소용돌이에 휘말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될 전망이다.
윤희웅 민컨설팅 여론분석센터장은 이날 아주경제와 통화에서 “문희상 체제에는 각 계파 수장들이 참여해 안정성을 담보하고 있지만, 조직강화특위와 지역위원장 결정 과정에서 다시 한 번 혼란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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