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규하 기자 =“특허권의 행사가 경쟁을 제한해 오히려 신제품 개발을 억제하고 소비자 이익을 침해할 수 있다. 특허관리전문회사(NPE)와 협상하는 생산기업은 과도한 로열티 요구에 굴복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기 때문이다. 특히 보유하고 있는 SEP(민간단체 표준설정기구(SSO)에서 채택한 표준의 구현에 필요한 특허)의 침해를 이유로 제기하는 경우에는 경쟁법을 적극적으로 적용해야 한다.”
노대래 공정거래위원장은 25일 아주뉴스코퍼레이션·아주경제신문이 주최한 ‘제6회 글로벌그린성장포럼(GGGF·Global Green Growth Forum)’에서 김학현 부위원장이 대독한 오찬강연에서 특허권 남용에 대한 경쟁법 적용 문제를 이같이 역설했다.
노대래 위원장은 “일정기간 특허기술을 배타적으로 사용할 권리를 기술개발을 위해 시간과 자원을 투자할 인센티브로 부여하는 특허제도는 국가가 창의·혁신을 촉진키 위해 도입하고 있는 대표적인 제도”라며 “그러나 정보통신기술(ICT) 업종의 경우는 품목에 따라 이를 생산·판매하기 위해 과도한 특허가 필요, 오히려 소비자의 이익을 저해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고 언급했다.
노 위원장은 이어 “스마트폰이 대표적인 경우로 스마트폰 생산을 위해 업계 추산 약 25만개의 특허가 필요하고 사용이 강제되는 표준필수특허(SEP)만도 1만개”라며 특허권침해소송 제기와 관련한 미국의 판례를 우리 공정위도 도입 가능하다는 생각을 피력했다.
그러나 SEP를 보유한 특허권자가 로열티 협상을 유리하게 끌어가기 위해(또는 과도한 로열티를 받아내기 위해) 판매금지청구소송을 제기하는 경우 어떤 요건을 충족하면 경쟁법위반으로 볼 것이냐 하는 문제는 남는다. 판매금지와 같은 행위금지(injunction) 청구소송은 손해배상 청구소송과 달리 예외적으로만 인정되기 때문이다.
해당 소송 청구가 받아들여질 경우 이미 생산설비 등을 투자하고 있는 상대방 기업은 막대한 손실을 입을 수밖에 없다.
미국법원의 태도도 상당기간 로열티협상을 했으나 타결 전망이 희박한 경우, 상대방이 로열티 협상에 성실히 응하지 않는 경우 등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 경우는 행위금지소송 제기 자체를 위법으로 볼 수 없다는 판단이다.
하지만 판도가 바뀌는 추세다. 노대래 위원장은 “1개의 제품에 다수의 표준이 설정돼 있고 그 표준마다 다수의 SEP가 있다”며 “해당 제품의 제조업체는 과도한 특허료 지불압박을 받는 제품을 중심으로 행위금지청구소송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확대되고 있다”고 전했다.
노 위원장은 “NPE와 협상하는 생산기업은 과도한 로열티 요구에 굴복해야하고 최근에는 경쟁에서 탈락한 글로벌 기업들, 예를 들면 노키아·에릭슨·소니 등이 부분 NPE로 전환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며 “NPE라는 조직을 이용해 특허료를 과다하게 받아내는 상황에 대해 경쟁당국들 입장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도 국제적 이슈중 하나”라고 말했다.
미국 등 주요 경쟁당국들의 전통적 입장은 가격수준 자체에 대해 개입하지 않고 있지만 가능한 부분은 경쟁법집행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PE가 제기하는 행위금지 청구소송 등 보유하고 있는 SEP의 침해를 이유로 제기하는 경우에는 경쟁법을 적극적으로 적용해야 한다는 게 대표적이다.
그는 끝으로 “경쟁당국인 공정위는 이러한 궁극적인 목적, 즉 기업들의 창의혁신, 소비자 이익을 달성하기 위해 합리적인 규제방안을 찾아가는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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