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아주경제] 박현주 기자 =낮고 누리끼리한 건물사이로 빨간 건물. 눈에 확 튄다.
빨간색과 파랑 색으로 치장한 후 검은 배경에 흰색으로 'ARARIO MUSEUM' 간판을 단 건물은 누가 뭐래도 '내가 바로 미술관'이라고 말하는 듯 하다.
24일 아라리오뮤지엄이 기자들을 제주도에 초청, 공개한 '아라리오미술관' 3곳은 미술관의 고정관념을 깨트리게했다.
눈에 확 띄는 외관과 달리 내부는 원시적으로 꾸몄다. 회색 시멘트와 철골구조를 그대로 드러내 거칠다.
미술관하면 떠오르는 '화이트 큐브'가 아니다. 깨진 기둥, 칠하지 않은 시멘트 벽돌, 아직 콘크리트 냄새가 가득한 전시장은 뻥 뚫려 넓직하고 쾌적하다. 오로지 작품만을 위해 자리를 내줬다.
공간마다 각자의 방을 차지한 것 처럼 작품들이 들어앉아 마치 연극무대나, 영화장같은 분위기를 풍긴다.
서울 '공간 사옥'을 아라리오미술관으로 변신시켜놓고 흥분을 감추지 않았던 아라리오그룹 김창일 회장(64)은 "제가 해냈다. 미술관을 갖는 것이 오랜 꿈이었다. 비로소 제주도에서 이루게 됐다"며 이날도 기자들 앞에서 주체할수 없을 정도의 설렘과 떨림을 그대로 풀어냈다.
김 회장은 "기분이 아주 좋다. 노래를 부르지 않으면 못견딜 것 같다"며 '그것만이 내 세상'을 전시장 한복판에서 큰소리로 불러제꼈다. 주위의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는 자유와 열정을 발산했다.
그럴만했다. 10여년전부터 '미술계 괴물'로 떠오르며 미술품을 사들인 김회장이 "내 최종목표이자 꿈은 뮤지엄 뮤지엄'이라며 쏟아낸 꿈만 같던 말이 실현된 것. (그는 7년째 한국인으로는 유일하게 세계 200대 컬렉터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제주 미술관은 이미 유명한 공간사옥과 달리 김 회장이 직접 부수고 디자인했다. "건물부터 작품설치까지 내 손길이미치지 않은 곳이 없다며 김 회장은 여전히 "내가, 제가 했다"는 말을 연거푸 쏟아냈다.
서울에 제주에 '프랜차이즈같은 미술관'을 3곳이나 연건 그동안 모은 수장고에 있던 3700여점의 미술품때문이었다.
김창일 회장은 “그동안 천안 수장고에서 자기들을 내보내 달라고 아우성쳤는데 마침내 작품들을 이렇게 나왔다”며 이 작품들과의 만남은 '운명'이라는 말을 반복했다.
그럴만했다. 10여년전부터 '미술계 괴물'로 떠오르며 미술품을 사들인 김회장이 "내 최종목표이자 꿈은 뮤지엄 뮤지엄'이라며 쏟아낸 꿈만 같던 말이 실현된 것. (그는 7년째 한국인으로는 유일하게 세계 200대 컬렉터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제주 미술관은 이미 유명한 공간사옥과 달리 김 회장이 직접 부수고 디자인했다. "건물부터 작품설치까지 내 손길이미치지 않은 곳이 없다며 김 회장은 여전히 "내가, 제가 했다"는 말을 연거푸 쏟아냈다.
서울에 제주에 '프랜차이즈같은 미술관'을 3곳이나 연건 그동안 모은 수장고에 있던 3700여점의 미술품때문이었다.
김창일 회장은 “그동안 천안 수장고에서 자기들을 내보내 달라고 아우성쳤는데 마침내 작품들을 이렇게 나왔다”며 이 작품들과의 만남은 '운명'이라는 말을 반복했다.
그 '운명적 만남'은 아라리오뮤지엄 탑동시네마 개관전에 붙어졌다. 이 전시장은 'By Destiny'를 타이틀로 총 10개국 21명의 작품 72점을 수장고에서 꺼내왔다.
김 회장의 말때문일까. 그동안 나무상자(수장고)에 있었다는 작품들은 발 뻗고 자유를 얻은듯한 여유가 넘쳤다.
5층 규모의 전시장은 올라갈수록 입이 쩍벌어진다. 거대하고 유명한 현대미술품이 각 층마다 들어앉았다. 2층은 인도 작가 수보드 굽타의 작품이 압도한다. 총 길이가 21m. 그동안 해체되어 있었다는 이 작품은 조각조각 이어붙여 완성됐고 그 안엔 굽타의 브랜드인 냄비 주전자등 각종 보따리들이 한가득 실려있다.
3층에는 거대한 사람 형상이 털푸덕 앉아있다. 소 100마리의 가죽으로 만든 어머니 형상의 `영웅 No.2`로 가로4m60c의 거대한 형상은 기괴하면서도 장엄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5층에는 독일 현대미술계의 거장 지그마르 폴케의 대형 회화 넉 점이 걸렸다. 아트샵과 함께한 5층은 커피를 마실수 있는 카페도 함께한다. 창가테이블에 앉으면 눈 앞에 바다가 들어온다.
전시장 1층은 크리스탈 구슬로 만든 코헤이 나와의 '사슴가족 5마리'가 관객을 맞이한다. 어릴적 무지개를 보며 상상력을 키웠다는 김 회장이 특별히 이 전시장을 위해 주문한 작품으로 가족의 의미를 더했다. 또 중국출신 작가 가오 레이의 욕조에 누운 염소와 약탈당한 처참한 모습으로 표현된 양이 의자에 누워 설치되어 마치 연극무대를 보는 것 같다.
극장을 리모델링한 이 미술관은 기존 건물의 흔적을 제거하지 않았다. 극장으로서의 기능과 제주도민과 함께한 스토리를 살렸다. '탑동시네마'를 미술관 이름으로 살렸다. '생활속의 예술(art is life)' '예술속의 생활(life is art)'를 외치는 김창일 회장의 의지가 담겼다.
미술관이 된 '탑동시네마'는 1999년 문을 연이후 2005년까지 운영했지만 2000년대 중반 멜티플렉스 공격과 재정악화로 2005년 폐관됐다. 그 후 방치되어 있다가 김창일회장의 '촉수'에 들어왔다. 4년전 김회장이 5층규모의 이 건물을 인수한 가격은 19억원. (물론 개조하는 데만 50억~60억원이 들었다고한다.)
쇠락한 바닷가 동네에 버려진 건물을 멋지게 변신시킨 김 회장은 어떻게 이건물을 살 생각을 했냐고 묻자 "누구보다 촉이 있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그동안 사들인 그림도 보는 순간 딱 느낌이 와서 샀는데, 나중에 몇배씩 작품값이 오르고 작가도 유명해지더라는 것.
김 회장은 "콘크리트와 작품이 이렇게 잘 어울릴지 몰랐다"며 감탄하며 "이 극장건물 공간을 최대한 보존했다.8m 높이에 달하는 거대한 규모의 전시실부터 자그마한 구석 공간까지 그대로 살렸다"며 스스로 뿌듯해했다.
"미술관은 폼잡는 곳이 아니다"는 걸 보여주기위해 단순함을 강조했다. "미술관 이름도 아라리오 뮤지엄 '제주 탑동시네마'로 했다"며 "보존과 창조라는 아라리오뮤지엄의 콘셉트를 제주도에 더욱 부각시킬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 미술관 말고 근처에 같이 오픈하는 2곳의 미술관도 마찬가지다. 오토바이가게였던 건물은 아라리오뮤지엄 '탑동 바이크샵', 동문시장에 있던 모텔을 매입해 리모델링해 아라리오뮤지엄 '동문모텔'이라고 지어 과거 건물의 정체성을 살렸다.
버려진 건물을 싸게 사들여 땅값 올리고 재테크한다는 곱지않은 시선도 있다. 그는 이런 시선에 개의치않았다. 그동안 워낙 '미술계의 괴물, 돌아이'라는 소리를 들어온 내성탓일까. 그는 "내가 좋아하는일, 내가 하고싶은일 제대로 하겠다"며 도박같은 도전을 하고 있다.
"예전엔 다들 왜 갤러리를 운영하느냐고 했죠. 하지만 갤러리를 하지 않으면 이 정도 수준의 미술관을 짓지 못했을 겁니다. 갤러리는 공격적이고 바쁘게 돌아가죠. 실제로 갤러리를 운영하면서 얻은 경험이 미술관을 짓는 데 큰 도움이 됐어요. 땅값올리고 집값올린다고요? 저는 이 미술관들 팔 생각이 없습니다. 작품들도 모두 정부에 내놓을겁니다. 언젠가는 별도의 재단도 만들 계획입니다."
극장과 모텔 오토바이샵을 미술관으로 변신시킨 김 회장은 더욱 들떠있다. 미술관 주변의 건물을 13개나 더 사들였다. 이태리 식당, 돈까스집, 아이스크림, 빵가게, 편집샵을 오픈하며 제주 탑동의 지형도를 바꾸겠다는 야심을 보였다. "그림보는 사람이 기분 좋게 감상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어요. 또 작품도 보고 좋은 것도 맛보고 하면 얼마나 행복하겠습니까."
제주공항에서 10여분. 라마다호텔 제주호텔과 모텔이 즐비하고 바닷가가 눈앞에 있는 아라리오미술관 3곳은 10월1일 정식 개관한다. 모두 빨강색으로 칠해진 미술관들은 현무암이 많은 제주에서 더욱 도드라진다. 어느지역보다 텃세가 강하다는 제주에서 펄펄끓는 불똥처럼 내려앉은 아라리오가 제주문화를 혁신할지 주목되고 있다.
한편, 아라리오뮤지업 탑동바이크샵은 김구림 개인전을 연다. 또 아라리오뮤지엄 동문모텔은 모텔방을 그대로 살린 전시장이 특징이다. 16개국의 충격적인 63점을 전시한다. 관람료 1만2000원. 동문모텔은 6000원.(064)720-8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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