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현주 기자 =13억5000만원에 망치를 맞고 낙찰됐는데, 15억235만원에 팔렸다고 보도자료가 왔다.
경매장에 없었으면 몰라도, 현장에서 분명히 듣고 봤는데 이게 무슨일일까.
서울옥션이 23일 연 '133회 미술품 경매' 이야기다. 4시부터 열린 경매 이후 밤 10시넘어 보도자료가 배포됐다. 이날 최고가로 기록된 조선시대의 '백자청화육각향로'가 15억235만원에 팔렸다고 쓰여있다.
뭔가 잘못됐다싶어 확인하니 '수수료 포함'이란다. 보도자료를 다시 살펴보니 최고가는 15억235만원 판매된 이라고 적혀있다. 가로치고 수수료포함이라는 단어도 없다. '9억원부터 시작해 5000만원 단위로 호가, 현장과 전화 응찰자들의 열띤 경합 끝에 현장 응찰자에게 최종 낙찰되었다' 고 쓰여있다. 조선청화백자의 정수로 꼽히며 출품된 조선 백자의 추정가는 15억원이었다. 현장에서 13억5000만원에 낙찰돼 아쉬움을 남겼지만, 보도자료대로라면 아쉬울게 없다.
'헛갈린다'고 따지자 서울옥션홍보담당자는 "작년 하반기부터 홈페이지에 수수료를 포함된 금액을 표기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보도자료에 낙찰가와 판매가의 차이는 보여주지 않았다. 수수료가 얼마인지도 없다.
이 때문에 25일 열린 K옥션도 우왕좌왕했다. 그동안 해왔던 것처럼 낙찰가로 할 것인지 서울옥션처럼 판매가로 발표할 것인지를 놓고 고심했다고 한다. 하지만 K옥션도 슬그머니 서울옥션을 따랐다. 수수료 포함가격이 더 높기때문이다.
실제로 수수료를 포함해 발표하면 작품값이 크게 달라진다. 서울옥션 최고가로 기록된 조선시대 '백자청화육각향로'는 낙찰가는 13억5000만원이지만 판매가는 15억235만원이다. 또 K옥션 최고가는 김환기의 ‘21-Ⅲ-69 #45’가 10억1880만원으로 낙찰가는 9억원이다. (K옥션은 김환기의 작품은 수수료가 13.2%라고 했다.)
수수료포함이 들어가니 옥션측도 헛갈리는 마찬가지인가보다. K옥션 관계자는 "망치로 내려친 낙찰가 발표가 더 쉬운데 수수료를 포함해 다시 계산하다보니 헛갈리기도 했다"면서 "해외, 크리스티나 소더비는 이미 수수료 포함해 작품값을 발표하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옥션사는 수수료장사다. 수수료까지를 받아야 경매가 매듭되기 때문에 완전 틀린건 아니다.
그동안 옥션사들이 낙찰가(해머 프라이스)를 기준으로 발표해놓고 귀뜸도 없이 보도자료에 가로치고 (수수료 포함)이라고 한 이유는 뭘까. 코스닥에 상장된 서울옥션이 시장을 부풀리려는 '꼼수'라는 반응도 있다. 또는 경매장에 오지않는 기자들을 긴장하게하려는 의도라는 말도 있다.
어쨌든 기사를 쓰는 입장에선 자동으로 '낙찰 총액'이라고 보도했다면 '판매 총액'으로 바꿔야한다.
서울옥션은 24일 "133회 미술품 경매는 판매총액 83억2400만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K옥션은 "낙찰률 65%, 판매총액 80억(수수료 포함)"이라고 26일 밝혔다고 쓰는게 정확하다.
낙찰가와 판매가는 다르다. 패드에 홀려 낙찰받았놓고 맘 변한 구매자가 포기했다면 어쩔 것인가. 판매됐다고 할수 없는 것 아닌가. 또 옥션사마다 가격대별로 수수료도 다를텐데 판매가로만 발표는 구매자만을 위한 친절서비스다. 낙찰가는 낙찰가고 판매가는 판매가다. 신뢰할만한 통일된 경매사의 가격표기 원칙이 세워져야한다. 머니게임 경매시장, '슬그머니' 안된다. 옛말 틀린 것 없다. '조명발에 속지 말고 꺼진불도 다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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