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적인 필요경비 항목은 어떤 것이 있을까? 대표적으로 최근 빈번해진 재해관련 경비이다. 재해로 인해 사업용 재고나 고정자산이 파손 및 멸실된 경우를 재해손실 가액이라고 하는데, 이는 필요경비로 산입해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그런데 미처 챙기지 못하는 필요경비도 있다. 바로 회사가 환경미화목적의 필요경비 역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삶의 수준이나 방식이 크게 변화하면서 환경미화는 사원의 복지후생으로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다. 그 중에 직원들이 애용하는 회사의 공유공간을 장식하기 위해 미술품을 구입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이때 들어간 경비도 당연히 필요경비로써 합법적인 절세항목이다. 하지만 미술품 구입에 따른 필요경비 인정금액이 문제로 지적된다. 작년까지만 해도 문화부가 나서서 기업 미술품 구입의 경비처리 인정을 건당 300만원이던 것을 최대 3,000만원으로 올리는 방안이 추진됐다. 하지만 관계부처와 협의결과 최종 500만원에 그쳤다.
미술품 구입을 경비처리해주는 것은 침체된 미술계엔 단비와 같다. 만약 추진안대로 경비처리 범위가 3000만원이라면 보다 많은 직장인들이 웬만한 중진작가나 대표작가의 작품까지 손쉽게 감상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나마 일부 상향된 500만원도 젊은 작가들에게는 소중한 희망의 선물이다. 이로써 회사의 대표라면 500만원 상당의 미술품을 구매해 사내 로비ㆍ회의실ㆍ복도 등을 장식해 사무실 분위기도 전환하고, 취득가액은 비용처리 받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보게 됐다. 이런 분위기 확산은 곧 문화의 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얼마 전 ‘국민 맞춤형 서비스 정부’의 실현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정부3.0 발전계획’이 발표됐다. 핵심은 정부가 먼저 국민에게 제공 가능한 서비스를 제안하고, 국민이 이를 수락ㆍ보완하는 방식이다. 국민소득 2만불 시대에 접어들면서 ‘문화복지’에 관심이 급증하고 있다. 이런 시점에 정부가 연말정산 신고서 초안을 작성해주는 등 점진적으로 공공서비스 제공을 넓혀간다고 한다. 보다 많은 국민에게 정서적 감성적인 충만을 제공하기 위해 미술품 구입 경비처리를 개인사업자에게 확대하는 것 역시 문화복지 공공서비스의 연장일 것이다.
한 나라의 문화는 소수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몇 명의 문화인ㆍ예술가들이 아무리 피나는 노력한다고 해도 그 나라의 문화 수준이 높아지는 것도 아니다. 문화가 뿌리를 내리고 제 역할을 발휘하기 위해선 문화를 접하고 향유하게 될 전체 국민의 안목이 함께 올라갈 때 가능하다. 문화강국, 문화국민의 길은 의외로 간단하다. 매달 마지막 수요일 ‘문화가 있는 날’을 제정한 실천의 노력처럼, 진정한 문화융성을 위해 개인사업자에 대한 미술품 구입 경비처리 확대시행도 적극 검토하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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