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문지훈 기자 = KB금융지주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가 다음달 2일 차기 회장 후보군을 10여명으로 압축키로 한 가운데 임영록 전 회장이 징계 무효소송을 취하하기로 해 KB사태 해결에 가속이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제 차기 회장 후보군에 누가 이름을 올릴 것인지에 금융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미 KB금융 출신 외에도 은행장 등을 엮임한 바 있는 일부 외부 출신 인사들이 유력한 '숏리스트(예비후보 명단)'로 거론되고 있다.
◆임영록 '소송 취하'…KB사태 해결 '급물살'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임 전 회장은 지난 16일 금융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직무정지 처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과 본안 소송을 오는 29일자로 취하하고 KB금융 등기이사직에서도 사퇴키로 했다.
임 전 회장은 이날 법무대리인인 법무법인 화인을 통해 "모든 것을 내려놓고자 한다"며 "금융위를 상대로 제기한 본안소송 및 집행정지 신청을 취하하고 등기이사직에서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그동안 일어난 모든 일을 제 부덕의 소치로 생각하고 앞으로 충분한 자기성찰의 시간을 갖겠다"고 덧붙였다.
KB금융 회추위가 차기 회장 선임 작업을 진행 중인 상황에서 그동안 '갈 때까지 가보겠다'는 입장이었던 임 전 회장이 전향적 자세를 취하자 KB사태도 해결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이에 앞서 KB금융 회추위는 지난 26일 2차 회의를 열고 차기 회장 인선을 위한 추후 일정과 운영 규칙, 후보군 구성 및 압축방법, 자격기준 등을 결정했다.
차기 회장 전체 후보군은 최고경영자(CEO) 승계 프로그램에 따라 B등급 이상을 받은 내외부 인사 60여명과 외부 전문기관, 회추위원 추천 인사 등을 포함해 총 100명으로 꾸려진다.
회추위는 다음달 2일 후보군을 10여명으로 1차 압축한 뒤 외부 서치펌의 평판조회를 통해 4명으로 2차 압축한다. 이후 4명으로 추려진 후보들을 대상으로 심층면접을 거쳐 재적 위원의 3분의 2 이상 지지를 받은 최종 후보를 이르면 다음달 말께 선정할 예정이다.
최종 후보는 오는 11월 21일 KB금융 임시 주주총회를 통해 차기 회장으로 선임된다. 회추위는 공정성 및 투명성을 위해 후보들의 동의를 전제로 압축된 후보군 명단을 외부에 공개하고 간담회를 통해 주주나 노동조합 등 이해관계자들의 의견도 수렴키로 했다.
◆회추위, 후보군 물색…'숏리스트'에 다시 주목
현재 차기 KB금융 회장으로 관료 출신은 배제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임 전 회장이 관료(재정경제부) 출신인 데다 KB금융 안팎에서 '낙하산 인사 척결' 분위기가 강하기 때문이다.
차기 KB금융 회장 후보로 지난해 최종 후보군에 이름을 올렸던 인사뿐만 아니라 다양한 금융권 원로들에 대한 금융권의 관심도 집중되고 있다.
지난해 KB금융 회장 최종 후보군에 올랐던 인물은 민병덕 전 국민은행장, 이동걸 전 신한금융투자 부회장, 최기의 전 KB국민카드 사장 등이다.
이들 중 민 전 행장과 최 전 사장은 내부출신으로 분류된다. 다만 두 사람은 각종 사건·사고 책임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해 회장 후보로 적절치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민 전 행장의 경우 일본 도쿄지점 부당대출, 국민주택채권 횡령 등의 책임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며 최 전 사장은 KB국민카드 고객정보 유출에 대한 금융당국의 중징계를 앞두고 있는 게 걸림돌이다"고 말했다.
이 전 부회장의 경우 은행과 캐피탈, 증권 등을 두루 경험한 정통 금융맨으로 꼽히지만, 외부 출신이라는 게 문제다. 또 외부출신 중에서는 이종휘 미소금융재단 이사장과 조준희 전 기업은행장도 유력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이 이사장은 한일은행 출신으로 우리은행장을 역임한 바 있으며 조 전 행장은 기업은행 사상 최초 공채 출신 은행장으로 친화력과 추진력이 강점으로 꼽힌다.
내부출신 중 KB금융 회장 직무대행을 맡고 있는 윤웅원 부사장과 국민은행 직무대행인 박지우 부행장도 주목받고 있다. 이들은 내부 사정을 가장 현실적으로 파악하고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히지만 '중량감'이 부족하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윤종규 전 KB금융 부사장을 비롯해 김옥찬 전 국민은행 부행장도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이밖에 과거 국민은행과 주택은행 합병을 주도했던 정연근 전 KB데이타시스템 사장과 KB금융 출범 당시 설립기획단장을 맡았던 김기홍 전 국민은행 수석부행장, 이달수 전 KB데이타시스템 사장 등도 후보로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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