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물질이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그 공간이 비어 있는 것은 아니다. 숨쉬는 것을 의식하지 않고 사는 것처럼, 우리는 주변의 공기를 잊고 살아간다. 오직 바람이 불 때나 햇빛이 비칠 때, 그리고 빛의 흔적으로서의 색을 생각할 때에만 이 공간을 느낄 수 있다. 예술이 이러한 현실을 바꾸지는 못하지만, 이를 강화함으로써 우리가 현실을 감지할 수 있도록 만든다. 따라서 물체들 사이에 무엇이 존재하는 지, 그리고 우리의 눈 앞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 지에 대한 주의가 깊어지게 된다.
마치 춤을 출 때처럼, 우리 주위의 공간을 이용하는 기쁨이 바로 가나아트센터에서 선보이는 다양한 작품들의 주제이다. 이들은 또한 작품의 색에 따라 부여되는 중요성으로 서로 연결되어 있다.
전시작 중 일부는 이제는 하지 않는 작업들인데, 프린지 드로잉(fringe drawing)이라고도 불리는 이 작품들은 조명에 쓰이는 종이나 젤라틴 페이퍼를 자르고 접어서 만들었다. 이렇게 하면 빛이 공명하고 색이 서로 반사되는 복잡한 표면이 만들어지는데, 다양한 색과 뚜렷한 입체성으로 인해 이 작품들은 이미지로서 보여지기 보다는 에너지가 반사되는 어떤 진동을 마주하고 있는 듯이 보인다.
드로잉 작업들과 마찬가지로, 커다란 회전 조각의 움직임은 우리 주변에서 춤추고 있는 에너지를 가시적으로 표현한다. 크기는 거대하지만, 이 조각 작품은 거의 빈 공간으로 이루어져있다.
전시장의 천정에 설치한 모터는 실과 구슬들이 매달려 있는 가벼운 재질의 금속 구조물을 회전시킨다. 회전하면서 생기는 원심력으로 인해 작품은 크게 펼쳐지며, 수백 개의 작은 구슬들이 공중에서 만들어내는 움직임은 관람자들을 매혹함과 동시에 어지러움을 느끼게 한다. 회전하는 가상의 빈 공간이 관객들에게 주는 현기증은 당연한 것일까? 현기증은 공간에 대한 자각의 정점이며, 넓게 확장된 작품이 만들어내는 움직임은 망막을 통해 몸 전체로 전달된다. 이렇게 망막에서 몸 전체로 전해지는 물리적인 경험은 마치 공간에 그려진 드로잉과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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