핌코, ‘채권왕’ 그로스 사임에 따른 '자금이탈' 불안 잠재우기 나서


아주경제 배상희 기자 = 지난 43년간 글로벌 채권 투자회사 핌코를 이끌며 글로벌 채권시장을 좌우해온 ‘채권왕’ 빌 그로스의 갑작스런 사퇴 후폭풍이 거센 가운데, 대규모 ‘자금 이탈’ 움직임을 감지한 핌코가 이를 막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28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에 따르면 빌 그로스(70) 핌코 창업자 겸 최고투자책임자(CIO)의 사임 결정에 그를 신뢰해온 투자자들이 대거 발을 뺄 기미를 보이자 핌코는 즉각 주요 고객에게 연락을 취하며 그들을 안심시키기 위한 대응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더글러스 호지 핌코 최고경영자(CEO)는 "어떤 환매 요청이 발생하더라도 관리할 수 있다"면서 "대부분 고객이 핌코와 함께 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그로스 후임으로 임명된 대니얼 이바스킨 CIO 또한 "그동안 우리 팀은 훌륭한 실적을 내왔다"면서 그로스가 빠져도 수익률을 유지하는 데 큰 문제가 없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강조했다. 

핌코의 모회사인 독일 알리안츠도 시장의 불안을 불식시키기 위해 핌코를 매각할 계획이 없다는 점을 밝히며 측면 지원에 나섰다.

제이 랄프 알리안츠 자산운용 사업부 대표는 "지난 10년간 핌코를 운영해온 방식 그대로 핌코에 대한 지배력을 행사할 것“이라며 ”그로스의 사임이 핌코와의 관계에 전혀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알리안츠의 수석 경제고문을 맡고 있는 모하메드 엘-에리언 전 핌코 CEO는 대니얼 이바스킨 CIO를 "뛰어난 투자자이자 고무적인 리더이고 최고의 관리자"라고 부각시키며 그로스가 없는 핌코의 빈자리를 충분히 채울 수 있다는 점을 강조, 투자자들 달래기에 나섰다. 

하지만, 이 같은 노력에도 그로스 사임에 따른 후폭풍 우려에 투자자들의 '핌코 엑소더스(대탈출)'는 더욱 가속화되는 분위기다. 

실제로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그로스 사임 이후 하룻새 핌코가 운용하는 펀드에서 100억달러가 유출됐다. 

시장조사업체인 샌퍼드 번스타인리서치는 “앞으로 핌코 펀드자금 흐름에 대한 불확실성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지적하며, 그로스의 사임으로 핌코의 운용자산 1조9700억 달러 가운데 10~30%가 빠져나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핌코 펀드의 대규모 환매는 채권 시장에도 상당한 충격을 줄 수 있다. 그로스가 직접 운용해온 세계 최대 채권펀드 토탈리턴펀드를 비롯해 핌코 대표 펀드 대부분이 미국 국채에 많이 투자하고 있다는 점에서 국채금리가 급등(국채 가격 하락) 하는 등 채권 시장에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

실제로 그로스가 사임을 공식 발표한 26일 미국 10년만기 국채 수익률은 전날보다 0.026%포인트 오른 2.530%를 기록했다. 이와 관련해 월가는 그로스 사퇴 이후 투매물량이 쏟아지면서 국채금리가 상승한 것으로 분석했다. 

주식 시장 또한 흔들리고 있다. 그로스의 야누스캐피털 그룹 이직 계획을 공식발표한 이날 뉴욕증시에서 핌코 주가는 큰 폭으로 하락했다. 핌코하이인컴펀드는 6.1% 급락해 16개월래 최대폭 하락했고 핌코글로벌스탁스플러스& 인컴펀드는 5.7% 떨어졌다. 핌코의 모 기업 알리안츠 주가 또한 유럽증시에서 6.18% 폭락하면서 시가 총액이 38억 유로 증발했다.

반면, 그로스가 새로 합류하게 될 야누스캐피털 그룹 주가는 자금 유입 기대감에 43.2% 폭등했고, 핌코의 가장 큰 경쟁사인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 주가도 4.21% 동반 상승했다.

이와 관련해 개리 폴락 채권 트레이딩 헤드는 "핌코에서 이탈한 자금들이 다른 회사로 옮겨간다면 핌코가 현재 채권 시장에서 점하고  있는 우세한 지배적 위치를 잃을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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