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년 자장면 전도사 박권용 사장, 공무원 대상 특강 ‘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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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09-29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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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에서 동해반점을 운영하는 박권용(사진)사장이 지난 26일 오전 8시 하동군청 3층 대회의실에서 군청 공무원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금요아카데미’ 강사로 나서 강의를 하고 있다. 


아주경제 정하균 기자 = "대구의 한 학교 앞에서 가끔 교통사고가 발생해 아이들 등교시간에 맞춰 매일 아침 7시부터 2시간 동안 교통정리를 했어. 아이들도 좋아하고, 그 덕에 학교도 단골이 됐지. 그렇게 10년을 쭉 교통봉사 활동을 하고 있는데 어느 날 갑자기 별 두 개를 단 미군 장교 한 사람이 타고 가던 차에서 내리더니 나한테 묻는 거야. ‘내가 이 길을 몇 년째 다니면서 보니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교통정리를 하고 있던데 당신 공무원이냐? 월급은 받느냐?’라고 묻는 거야. 그것이 인연이 돼 미군 부대로부터 표창을 받기도 했어.”

지난 26일 오전 8시 하동군청 3층 대회의실. 윤상기 군수를 비롯한 공무원 400여명이 대회의실을 메운 가운데 양복차림을 한 초로의 아저씨(?) 한 사람이 단상에 올랐다.

주인공은 대구에서 동해반점을 운영하는 박권용(62) 사장. 하동군이 공무원을 대상으로 매월 한 차례 각계 전문가를 초빙해 진행하는 ‘금요아카데미’ 강사로 나선 것.

그는  이날 '나누는 삶은 행복하다'라는 주제로 별다른 격식 없이 구수한 경상도 사투리로 이야기를 풀어갔다.

박권용 사장은 "저는 합천군 봉산면에서 빈농의 아들로 태어나 세살 때부터 할머니 손에서 자라면서 초등학교에 들어갔지만 집이 너무 가난해 기성회비를 못 낼 정도였다"며 "그 때문에 선생님한테 혼이 나고 결국 학교를 그만두게 됐다. 그때가 초등학교 3학년 때였는데 그게 내 학력의 전부야"라고 운을 뗐다.

초등학교를 중퇴한 그는 가난에서 벗어나야겠다는 생각에 대구로 이사를 한 뒤 11살 때 ‘우동집’에 취직을 했다.

박 사장은 "양파 까고 청소하며 궂은일 마다않고 열심히 하다보니 중국집 사장의 인정을 받아 배달이라는 ‘승진’을 하게 됐다. 배달하는 과정에서 온갖 수모를 겪기도 했다"면서 "모든 것을 이겨내고 주방보조를 거쳐 결국 13년 만에 중국집 최고의 자리인 주방장에 올랐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동안 가정도 꾸린 그는 남의 밑에서 계속 있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에 십수년간 모은 돈으로 반점을 냈다. 어엿한 중국집 사장이 된 것이다.

그는 "어린 시절 지독하게 가난했던 시절을 떠올리며 주위를 되돌아보게 됐다. 배고픈 이웃의 어르신을 비롯해 고아원, 학교, 무료급식소 심지어 소록도까지 찾아가 자장면을 볶아줬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어느 날 대구 인근의 군부대를 찾아 훈련병들에게 자장면을 만들어줬는데 비지땀을 흘리며 씩씩하게 먹는 모습이 좋아 틈만 나면 군부대를 찾아 재미난 이야기도 해주고 장병들과 친해졌다"면서 "그러다보니 구수한 입담이 소문나면서 장병들에게 안보강연을 한번 해보면 어떻겠느냐는 요청이 들어왔다. 비록 초등학교를 중퇴했지만 한번 해보자는 생각이 들어 무대에 올랐다"며 자신의 가난했던 성장과정을 풀어냈다.

박 사장은 "희한하게도 강의를 듣던 사람들의 반응이 너무 좋아 그것이 입소문이 나면서 군부대는 물론 다른 곳에서도 초청이 잇달았다"면서 "교도소, 소년원, 대학교, 의사모임, 지방의회, 경찰, 소방서 등 전국에 안 간 곳이 없을 정도였다"고 너털 웃음을 지었다.

그러면서 "그렇게 지난 35년간 자장면 봉사에다 강연을 하면서 여러 방송에도 출연하고 상도 많이 받았다. 대구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자랑스런 대구시민상을 비롯해 미8군 사령관상, 장관상, 도지사상, 경찰서장상 등 이루 말할 수 없다"고 자평했다.

그는 자장면을 만들며 사회에 봉사해 온 자신의 인생역정을 담은 '따뜻한 마음이 따뜻한 사랑을 만든다', '행복을 만드는 자장면', '인생대역전' 같은 책도 냈다.

박권용 사장은 "사람의 손은 ‘나쁜 손’과 ‘나누는 손’이 있는데 비록 가난하고 배운 건 없지만 내 것을 남에게 나누는 손에 보람을 느끼며 오늘도 열심히 살고 있다"며 "공무원 여러분도 나보다 남을 배려하는 사람이 돼 달라"는 당부와 함께 강의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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