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길준 100주기 특별전시회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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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09-29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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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

아주경제 이한선 기자 = 고려대학교 박물관이 서유견문의 저자이자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개화사상가인 구당 유길준 선생의 유품을 전시하는 특별전을 30일부터 12월 31일까지 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연다.

올해는 유길준 선생의 100주기로 갑오개혁 120주년이 되는 해다.

고려대 박물관은 지난 1976년 10월 서유견문 초고본, 조선문전, 관복 등 유길준 유품 210여 점과 2003년 12월 갑오개혁 관련 문서, 박영효 등 개화파 인사들과 교유한 편지, 남작작위반환 허가 문서 등 5000여 점을 기증 받았다.

이번 특별전은 근대적 체제로의 변화를 갈망했던 시기에 유길준이 맞부딪쳐야만 했던 정치, 사상, 교육, 문화의 혁신 과정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귀중한 유물들로 구성했다.

최초의 국비유학생으로 일본 및 구미 각국을 두루 돌아보고 작성한 서유견문, 갑오개혁 당시 관료로 각종 개혁을 주도하며 남긴 문서, 국민교육에 신념을 두고 당시 교육에 진력을 다했음을 보여주는 각종 교과서, 끝내 일제에 의해 검열돼 수정사항이 종이에 덧대어 작성된 교과서, 지금까지 공개되지 않았던 유길준 장례식 사진 및 자료들과 강제병합 후 일제가 수여한 작위를 끝내 거부한 각종 문서 등 귀중한 유물 자료들을 일반에 공개한다.

이번 특별전을 통해 유길준이 살았던 19세기 말 20세기 초 치열했던 시기, 국가와 이상 앞에 고민했던 흔적들이 담겨있는 생생한 유물들을 만나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10월 17일에는 유길준 100주기를 맞아 유길준 관련 국내외 기존 연구를 되돌아보고 향후 한국근대사 연구의 방향을 모색하기 위한 유길준 서거 100주기 기념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한다.

한, 중, 일 3국의 중진 한국사 연구자와 신진연구자들이 참여하는 이번 학술대회는 유길준 및 개항기 동아시아 정치, 사회, 사상사 전반에 대한 토론을 할 예정이다.

구당 유길준(1856~1914)은 개화사상가, 개혁운동가, 계몽운동가, 교육가, 국문학자로 개항기 대표적인 개화파 인사 중 한 명이다.

유길준은 박규수의 문하에서 김옥균, 박영효, 서광범, 김윤식 등 개화 청년들과 실학사상을 접하면서 위원의 ‘해국도지’, 후쿠자와 유키치의 ‘서양사정’ 같은 서적을 통해 해외 문물을 습득했다.

이후 우리나라에서는 최초로 일본과 미국에 유학해 일본의 문명개화와 서구문명의 우수성을 경험하면서 ‘서유견문’을 집필했다.

유길준은 청일전쟁의 발발과 동시에 수립된 내각에 참여해 자신의 개화사상을 실천했다.

외아문참의 겸 군국기무처회의원, 의정부도헌, 내각총서, 내무협판 등 요직을 지내면서 갑오개혁의 실질적 입안자로 활동했고 근대적인 관제개혁 및 과거제 폐지, 화폐개혁 등을 주도했다.

아관파천을 계기로 10여 년간의 일본에서의 망명활동 이후 1907년 귀국해 융희학교, 노동야학회 등을 설립하는 한편 최초의 국어문법서인 ‘대한문전’을 저술하는 등 국민 계몽에 주력했다.

국민경제회, 호남철도회사, 한성직물주식회사 등을 조직해 민족산업의 발전에 힘을 쏟았고 1910년 대한제국으로부터 훈일등태극장을 받았다.

유길준은 일본 최초의 외국인 유학생이자 우리나라 최초의 국비유학생이다.

신사유람단으로 파견됐던 1881년 일본에 유학해 당시 일본의 대표적인 사상가였던 후쿠자와 유키치의 집에서 기거하며 경응의숙(현 게이오대학)에 입학하기도 했다.

1883년 보빙사로 선발돼 미국에 가 유학생으로 남아 최초의 국비유학생, 미국유학생이 되기도 했다.

유길준은 보스턴 근교 세일럼시의 덤머 아카데미에서 수학했으나 갑신정변의 발발로 1년 과정만을 마친 채 학업을 중단한 후 귀국하게 된다.

이번에 전시되는 자료 중에는 1914년 화재로 소실된 학교 건물을 다시 짓기 위해 후원금을 보내달라는 덤머 아카데미의 편지와 2003년 7월 유길준의 미국유학을 기리기 위해 모교인 덤머 아카데미에서 수여한 명예졸업장이 포함돼 있다.

유길준은 우리나라 최초의 국문학자라고 불려도 이견이 없을 정도로 평소 국민들에게 국어로 교육을 해야 쉽고 편리할 수 있고 애국심도 기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국어를 사용해 교육하고 계몽해 국민의 자질을 향상시키고 애국심을 높이기 위해서였다.

유길준이 추진한 소학교육도 국어사용을 원칙으로 했고 대표적인 저서인 서유견문 역시 국한문혼용체로 저술해 최초의 국한문혼용서로 알려져 있다.

이번에 전시되는 자료 중에는 유길준이 30여 년간 국어문법을 연구하여 내놓은 국어문법책인 ‘대한문전’도 포함돼 있다.

이번에 전시된 교과서 중 1908년에서 1910년 사이에 집필된 것으로 보이는 ‘보통학수신서’라는 제목의 4권의 교과서에서 각 페이지에 수정사항이 종이에 덧대어 일본어로 작성돼 있는 부분은 검정신청을 한 후 일제가 수정사항을 기록해 다시 돌려보낸 것으로 보여진다.

기록된 수정사항을 통해 일제가 무엇을 검열하였는지, 어떻게 조선인들을 교육시키려고 했는지를 알아볼 수 있다.

일제는 조선을 격하시키려는 의도를 가지고 본조를 이조로 고칠 것을 요구했고 이외에도 일본을 내지로, 아국 및 본국을 조선으로 수정할 것을 요구했다.

조선인물을 소개하는 소목차에는 “어린학생의 교육상 너무 강경한 인물은 넣지 말 것”이라는 식의 요구사항이 적혀있다.

올해 2014년은 근대적 정치경제제도개혁인 갑오개혁이 단행된 지 120년째가 되는 해이다. 이번에 전시되는 자료는 유길준에 대한 개인적인 자료뿐만 아니라 갑오개혁 당시 사회경제상을 이해하는데 매우 의미 있는 자료들이 공개됐다.

이번에 전시되는 문서 중에는 유길준이 갑오개혁 당시 일본의 관제를 어떻게 이해・적용하였는가의 문제를 밝히는데 의미가 있는 문서가 포함돼 있다.

의정부 관제, 중추원 관제 및 장정, 각 아문 관제통칙 등 조선의 제도개혁 문서뿐만 아니라 일본의 대장성 관제, 내무성 왕복규칙, 내무성 분규규정, 대장성 분과규정, 해군성 처무세칙, 외무성 분과규정, 내각서기관실 분과내규, 내무성 문서보존규칙, 조폐국 분과규정, 인쇄국 분과규정, 세관 분과규정 등의 문서들이 다수 포함돼 있어 갑오개혁 당시 일본의 관제를 적극적으로 참고했음을 실질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유물 중에는 개화파 주요 인사들의 행적을 알 수 있는 문서들이 포함돼 김윤식, 박영효, 조희연 등 개화파 인사들이 보낸 편지와 ‘한성순보’ 발행에 관여했던 이노우에 가쿠고로 등 일본 측 정치인이 보낸 편지, 연세대 설립자 호러스 그랜트 언더우드 부부가 유길준 부부에게 보낸 영문 엽서 등 당시의 시대사회상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서신들이 이번 전시를 통해 공개된다.

일제가 강제병합 당시 공이 큰 80여명에게 작위를 내렸을 당시 끝까지 작위 수여를 거부한 ‘남작작위거부 문서’도 이번 특별전에서 전시된다.

유길준은 총독부로부터 남작 제수를 통보받았으나 김석진, 한규설, 조정구 등과 더불어 끝까지 작위를 거부했다.

이번 특별전에서는 유길준의 작위 거부를 만류하며 조속히 작위를 받을 것을 명하는 문서 및 계속되는 거부 끝에 남작반환을 허가하는 문서 등이 전시돼 유길준의 지사적 풍모를 확인할 수 있다.

유길준은 생애 전반에 걸쳐 국민교육에 대한 의지를 강력하게 펼쳐보였다.

그는 국민교육을 통해 국민의 일반적 자질을 향상시켜야 그 나라의 정치 수준이 높아질 수 있다고 역설했다.

이번 특별전에서는 보통학수신서 등 지리, 역사, 이과 등 전반에 걸친 1900년대 초, 중등 교과서를 전시해 당시의 다양한 교과의 교육 방향을 엿볼 수 있도록 했다.

대한제국 수립 이후 전통적인 옷고름 대신 단추를 달아 개량한 소례복인 유길준 단령(관리들이 입던 중국식 관복)을 비롯해 유길준의 세면도구 등을 전시해 100여년 전 개항기 시대상을 확인할 수 있다.

백주년기념관 국제원격회의실에서 10월 17일 열리는 유길준 100주기 국제학술대회에서는 역사학, 정치학, 외교학, 국문학, 교육학 등 많은 분야에서 방대한 저작을 남긴 유길준 및 개항기 국내외 기존 연구를 되돌아보고 향후 한국근대사 연구의 확대, 재생산을 위한 길을 모색한다.

고려대학교 한국사연구소와 고려대학교 박물관이 주관하는 이번 국제학술대회에는 한국, 중국, 일본의 중진 한국사 연구자와 신진연구자들이 발표와 토론을 맡아 최근 연구경향에 대한 토의와 향후 유길준 관련 자료 연구 방향에 대해 논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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