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정치민주연합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오른쪽)과 유기홍 수석대변인[사진=새정치민주연합 ]
아주경제 최신형·김정우 기자 =“구원 투수냐, 야권 잔혹사의 새 역사냐.”
세월호 특별법에 갇힌 새정치민주연합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의 리더십이 최대 위기를 맞았다. 당 지지율이 10%대에 처한 상황에서 구원 등판한 문 위원장이 ‘정국 정상화’와 ‘계파 갈등 수습’이란 시험대에 오른 것이다.
앞서 7·30 재·보선 이후 제1야당을 이끈 박영선 원내대표의 세월호 특별법 협상안이 두 번이나 당내 강경파인 친노(친노무현)그룹에 의해 막히면서 벼랑 끝으로 내몰린 터라 문 위원장도 현 사태를 수습하지 못할 경우 ‘야권 잔혹사’의 희생양이 될 가능성이 많다는 우려가 나온다.
문 위원장은 29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한쪽만으로는 국회 정상화를 할 수 없다"며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에게 거듭 양자 회담을 제안하는 한편 내부적으로는 ‘제3의 안’을 만지작거리며 원내외 투쟁을 병행하는, 투 트랙 전략을 꺼내들었다.
문재인 의원도 이 자리에서 새누리당을 향해 “양당 대표가 세월호 특별법에 관해 각각 진전된 방안을 가지고 마주앉아야 한다”며 “우리 당은 그런 방안을 가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문희상호의 제3안은 30일 본회의는 거부하되 여야 협상을 통해 다시 본회의 일정을 잡는 ‘선(先) 거부-후(後) 협상안’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이르면 내달 16일께 열리는 국정감사와 예산·결산 처리 시한이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원내 복귀의 명분을 잡은 데다 강경파 그룹이 문재인 의원이 포함된 비대위를 흔들 수 없을 것이란 ‘현실론’이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특히 새정치연합 지지율이 20%대 아래로 폭락하면서 더 이상 강경 투쟁의 실익이 없다는 점도 문희상 비대위의 투 트랙 전략에 힘을 싣고 있다.

탈당 의사를 내비치며 칩거에 들었던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국민공감혁신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마지막 힘을 쏟겠다"고 밝혔다. [사진=아주경제 남궁진웅 기자 timeid@]
이날 공개된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의 9월 넷째 주 정례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0% 포인트) 결과에 따르면 새정치연합의 지지율은 지난주 대비 2.7% 포인트 하락한 18.0%로 집계됐다. 이는 야권 통합신당 창당 후 최저치다.
반면 새누리당은 같은 기간 2.5% 포인트 상승하면서 44.2%를 기록했고, 캐나다 순방 등 외치 효과에 힘입은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도 지난주 대비 2.0% 포인트 오르면서 51.8%를 찍었다.
담뱃세·주민세·자동차세 등 ‘서민 증세’ 논란과 송광용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의 사퇴 등 인사 잡음에도 불구하고 집권여당과 제1야당의 지지율 추세가 정반대로 흐르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투 트랙 카드를 쥔 문 위원장이 향후 갈지(之)자 행보를 보일 경우 야권의 최대 아킬레스건인 ‘계파 패권주의’가 확대 재생산되면서 기율(紀律) 없는 사당화 논란이 재연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 경우 참여정부 시절인 2003년 10월 열린우리당 창당 이후 28번의 지도부가 바뀐 야권 잔혹사가 또다시 재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전망이다. 관리형 비대위 체제의 한계를 지닌 문희상호가 사실상 불신임 받으면서 식물 비대위로 전락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포청천’ 문 위원장이 당내 강경파의 초강경 반발을 수습할 경우 강한 리더십의 토대를 마련함은 물론 외연 확장을 통해 지지율 반전 모멘텀을 쥐게 될 것으로 보인다.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은 이날 아주경제와 통화에서 문희상호의 순항 여부와 관련, “세월호 특별법 여야 협상에 달려있다”면서 “앞서 1.2차 협상 과정에서 야권 내부가 마구잡이가 됐는데, 문희상 체제에선 (원내 복귀) 결론을 이끌어낼 정도의 리더십은 발휘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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