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박경림의 토크콘서트', 여자들의 발칙한 사생활을 엿보고 싶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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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10-01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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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림 토크콘서트[사진제공=코엔스타즈]


아주경제 안선영 기자 = 결혼 8년 차 박경림이 과거로 간다면? 8년 전으로 돌아가 결혼식장에 다시 서 "남편을 검은 머리가 파뿌리 될 때까지 사랑하겠습니까?"라는 질문에 당당히 "아니오!"라고 대답한 박경림의 '발칙한 사생활'을 들여다 봤다.

박경림이 1일 서울 대현동 이화여자대학교 삼성홀에서 열린 '박경림 토크콘서트-여자의 사생활'에서 화려한 입담을 과시했다. 노래와 춤, 콩트를 덤으로 얹은 박경림이 700여명의 관객들과 130분 동안 호흡했다. 공연 첫 날, 이른 오전이었지만 그곳은 이미 뜨거운 열기로 가득했다.

이날 박경림은 연예인이 아니라 언니, 후배, 친구의 모습이었다. "이젠 무슨 일에도 자신이 없네요. 예전의 나를 갖고 싶어요"라는 고민에 "아이를 낳고, 살림을 하는 것만큼 힘든 일이 없는 것 같다. 이게 바로 우리잖아요"라고 답해 환호를 받았다. "결혼 후 회사에 새로 들어가는 것이 힘들다. 일을 다시 하고 싶다"는 고민에는 "경력이 단절된 것이 아니라 이동된 것이다. 새로운 일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고 격려했다.

"아이가 셋 있는 엄마인데 일을 하고 싶다"고 털어놓는 고민녀에게 먼 발치에 있는 사회제도적 문제를 건들기보다 "우리는 어떤 일이든 다 할 수 있는데, 그쵸?" "못할 일이 뭐가 있어"라는 말로 상처받은 관객의 마음을 어루만졌다.

단순히 박경림과 한 사람의 이야기가 아니라 관객들도 함께 소통했다. 본질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도 상관 없었다. 그들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곁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됐다.

한 여성은 "아이는 진화가 덜 된 사람이다. 마음을 비우고 살면 편하다"라고 말했고, 결혼 20년차 여성은 "내 여동생 같아서 조언 해주고 싶다. 나는 결혼 후에도 늘 일을 하고 있다"며 "가치관을 결정하고, 그 후에는 무조건 뒤를 돌아보지 말고 앞만 보고 달려라. 정말 힘들 때는 나를 위한 조금의 사치를 부려도 좋다"는 조언을 해줬다.

관객은 가장 평범한 엄마, 딸들이었다. "남편과 가장 최근 외식한 게 언제냐"는 질문에 머뭇거릴 수밖에 없고, 나 아닌 '가족을 위해서'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사람. 그리고 이날의 주인공을 위해 "멋있는 남자와 식사 한 번 해보고 싶다"는 소원을 이루어주기로 했다. 그것도 배우 정우성과 함께.

정우성은 낮은 목소리로 "집은 어디세요?" "제가 왜 보고 싶으셨어요"라는 달콤한 말은 기본, "저도 요즘 제가 좀 알겠더라고요, 잘생긴 거" "나 여기서 바람 펴"라고 농담을 건넸다. 노래 부탁에 감미로운 목소리로 '너의 의미'를 불러주었다. 스테이크를 썰어 입에 넣어주고 와인 한 잔을 마시는 시간을 통해 설렘도 느끼게 했다. 특히 매회 다른 게스트를 예고해 기대감을 높였다.

볼거리도 다양했다. "힘들 때 내 이야기 좀 들어주었으면 좋겠다"는 아내들의 바람에 박경림은 비욘세의 'Listen'으로 화답했다. Mnet '댄싱9 시즌2' 우승자 김설진과 함께하는 댄스 무대는 박경림의 숨겨진 춤 실력을 드러내기 충분했다.

누군가의 아내로, 누군가의 엄마로 살아가는 이들에게는 이문세의 목소리가 닿아 있었다. '소녀'를 부르며 등장한 이문세는 "여기에 온 사람은 누구나 다 소녀"라고 노래 선정 이유를 밝혔다. "우리 어머니는 팔색조다. 아버지에게는 늘 여자이고 싶어했다"고 회상한 이문세는 "오늘만큼은 여러분의 날입니다"라는 말과 함께 '붉은 노을'로 공연장을 더욱 뜨겁게 했다. 한 마음이 된 700여 명은 "난 너를 사랑해 / 이 세상은 너뿐이야 / 소리쳐 부르지만 / 저 대답 없는 노을만 붉게 타는데"를 이문세보다 더 열창하는, '소녀'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박경림이 부르는 '착각의 늪'과 '흐린 기억속의 그대' '멍'은 가족, 시댁, 일로 스트레스 받는 여성들의 마음을 시원하게 '뻥' 뚫었다.

공연은 '박경림 토크콘서트'라는 이름을 내걸었지만 '박경림이 주인공인 토크콘서트'가 아니라 '박경림과 우리들의 토크콘서트'라는 제목이 어울릴 법했다. 그만큼 공연장을 가득 채운 여성 관객들은 뜨거웠고, 밝았고, 어린 감성을 갖고 있었다. "아이 셋을 데리고 산다. 박경림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서 새벽에 일어나 화장을 했다"는 관객의 설렘이 공연장을 가득 메웠다. 이날만큼은 엄마, 아내 아닌 여자의 모습 그대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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