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배상희 기자 = 미국과 인도 정상이 껄끄러웠던 관계를 뒤로 하고 양국 간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더욱 공고히 하기로 협의했다. 양국 정상은 이번 회담이 두 나라간의 관계를 정상화하는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30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각종 안보·경제 현안을 비롯한 다양한 분야에서의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양국 정상은 빈곤 구제에서 직업 훈련에 이르기까지 경제 이슈는 물론 무역, 우주, 에볼라, 기후변화, 아프가니스탄, 시리아·이라크 내 '이슬람 국가'(IS) 문제 등 광범위한 분야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모디 총리가 지난 5월 취임한 이후로 인도가 직면한 도전과 기회에 대처하는 과정에서 보여준 열정과 결단력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치켜세우고 "양국의 파트너십과 우정을 심화·확장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모디 총리는 인도와 미국이 최근 나란히 화성에 탐사선을 보낸 것을 거론하면서 "양국이 화성에서 정상회의하고 나서 지구에서 또 만나고 있다. 이 우연의 일치가 양국 관계를 대변한다"며 "양국은 이미 강한 파트너십의 토대를 갖고 있고 이제 그 모멘텀을 살려야 한다"고 화답했다.
이번 정상회담의 핵심 의제는 역시 경제였다.
모디 총리는 "인도가 앞으로도 빠른 경제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낙관한다"며 "이를 위해 인도내에서 사업하기 좋은 환경을 구축하는데 초점을 맞출 것이며 특히 미국 기업들이 인도 방위산업 발전에 도움을 줄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당부했다. 또 오바마 대통령에게 인도 서비스업체들이 미국시장에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특히, 이날 양국 정상은 인도내 외국인 투자를 확대하기 위한 방안을 함께 마련하기로 합의했다. 조쉬 어네스트 백악관 대변인은 사후 브리핑에서 “인도 경제부와 미 재무부가 공동으로 새로운 투자 유치 프로그램을 마련할 것”이라고 부연 설명했다.
두 정상은 미국과 인도가 이견을 보이는 세계무역기구(WTO) 무역원활화협정(TFA) 채택과 관련해서도 논의했다. 인도는 지난 7월말 저소득층에 대한 식품 보조금 지급 재량을 요구하면서 오바마 행정부가 추진하는 WTO TFA 채택을 거부한 바 있다.
아울러 IS에 대한 대응책 마련의 필요성, 중동지역에서 활동하는 테러집단에 대한 재정 또는 군사적 지원 차단 등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내며 안보문제에 대해서도 협력을 공고히 하기로 약속했다.
이밖에 기후변화와 청정 에너지 개발, 전염병 대응을 위한 공동 의학 연구, 인도내 위생상태 개선에 대한 공동 대응 등도 조율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을 공식 방문한 모디 총리와 전날 백악관 블루룸에서 비공개 만찬을 한 것을 비롯해 모두 세 차례 회동하거나 동행하는 등 외국 정상으로서는 이례적인 환대를 표했다. 특히, 오바마 대통령이 모디 인도 총리에게 마틴 루서 킹 주니어 목사 기념관을 직접 소개하는 다소 파격적인 예우에 나서기도 했다.
여기에는 핵심 외교정책인 '아시아 중시'(Pivot to Asia) 전략을 실현하고 최근 몇년 간 껄끄러웠던 인도와의 관계를 정상화 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미국의 의도가 깔려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미국은 2005년 모디 총리가 구자라트 주총리로 있을 때 힌두교도와 이슬람교도의 유혈 충돌을 방관했다며 미국 입국비자를 거절한 바 있다. 또 지난해 미국 주재 인도 여성 외교관이 가사 도우미를 학대했다는 이유로 체포된 일과 미 국가안보국(NSA)이 모디 총리 소속 정당인 인도국민당(BJP)을 감시했다는 보도를 내면서 양국의 갈등은 더욱 심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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