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현주 기자 ='21세기에 부처라는 수퍼 히어로가 온다면' 어떤 모습일까.
불국사 무위스님이 현대로 온 부처의 모습을 재현해냈다. 여전히 가부좌를 틀고 입을 다물고 있지만 현대인들의 애장품인 아이패드를 들고 있는가 하면, 세련된 이어폰을 끼고 있다.
선불교와 명상에 심취했었기때문일까. 스티브잡스가 개발한 아이패드를 든 부처의 모습이 흥미롭다. 주변은 온통 문자와 글귀가 비처럼 쏟아진다. 컴퓨터가 인간세계를 사육하는 영화 메트릭스 한 장면과 오버랩 된다.
고려불화의 정통을 근간으로 금빛 아우라가 빛나는 그림은 손맛이 탁월하다. 섬세하면서도 세밀하게 그려져 마음까지 차분해진다.
시간의 내공을 견디며 화폭에 나온 부처는 젊고 잘 생겼다. 무위스님의 '젊은 탱화'가 전시된다. 오는 8일부터 ‘컴 투 너싱(COME TO NOTHING)’이란 제목으로 서울 통의동 피아룩스 갤리리에서 선보인다.
'상처와 초월, 탱화로 재해석한 현대인의 자화상’이란 부제를 단 이번 전시에는 진의·지혜·진리·회환 이라는 4개의 불교적 카테고리를 모티브로 제작된 작품 15점이 나온다. 이 가운데 6점은 100호 규모다.
전통에다 현대를 버무린 탱화는 친근하고 생생하다.
이어폰을 끼고 명상에 잠긴 '석가모니-지혜'작품은 온갖 시끄러운 뉴스를 잠재운다. 혼탁한 한국 사회의 고통과 뒤틀린 현실 이야기로 가득한 신문 기사를 배경으로 한 바닥에는 느릿느릿 달팽이가 기어간다. 말많은 세상, 잠시 침묵하며 나를 돌아보는 것같은 또 다른 해탈의 지혜를 보여주는 듯하다.
‘수월관음도-진의’는 세월호 참사를 향해 건네는 치유를 담았다. 달빛 닮은 광배를 배경 삼은 관음보살이 뒤집어 가라앉은 배와 무고한 영혼들을 묶어 끌어 올리는 줄엔 노란 리본이 달려 있다. 현실세계에서 자유롭지 못한 스님은 아직도 끝나지 않은 참사에 대한 말할 수 없는 고통과 상처를 이젠 극락왕생을 기원하듯 치유하자고 호소하는 듯하다.
생애 첫 개인전을 열고 대중들과 만난다는 무위스님은 "종교적인 관점이라기보다는 불교적 코드를 대중들과 소통하기 위해 위트로 가미해 현대적인 개념의 새로운 탱화를 만들고 싶었다"며 “경전에 잠든 부처님이 아니라 ‘세상의 아픔을 향해 먼저 손을 건네는 친숙하고 위로의 부처님의 모습을 표현했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에 서문을 쓴 김윤섭 미술평론가는 "무위스님의 그림은 탱화라는 장르를 넘어 편안하게 읽혀지고 다가오는데 이것은 소위 작가의 필력이라 할 수 있는 정치(精緻)한 힘에서 비롯된다"며 "인물의 얼굴과 자세, 의습선 등은 감탄을 자아낼 만큼 집요하게 마감되어있을뿐만 아니라 홍색과 녹색, 황색을 살렸으나 전체적인 색 배합은 모던하며 위트 있어 탱화라는 장르를 새롭게 인식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전시는 10월 21일까지. (02)732-9905
▶무위 스님=대한불교조계종에서 비구계를 수지했다. 불국사 승가대학을 2010년 졸업했다. 현대 대중이 보다 쉽고 편안하게 불교를 만나볼수 있게 전통불교의 탱화 기법을 현대화 하는 작품 활동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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