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현주 기자 =이건 무슨 치기일까. 그림 전시광고 틀을 깼다. 미술판 무료잡지 '서울아트가이드'에 실린 광고 중에서 눈길을 홱~끈다. 그림 대신 글이 실렸다. 초딩 일기같기도하다.(작가는 40대후반이다) 맞다. 옳은 것은 틀렸다. 옳다고 생각하는 것은 과거에 얽매여있다는 것이다. 생각을 뒤집으니 더 잘보인다. 작가도 그렇지만 이렇게 광고한 갤러리도 용감하다.
-나는 가지고 있는 작품이 몇 점 없다. 다 팔았다.
나는 가지고 있는 돈도 몇 푼 없다. 다 썼다.
그래도 불안하지 않다. 아직 그릴 그림이 아주 많으니까. 하하
(작품 “옥림리 23-1번지 30-13” 의 문구)-
'민머리 얼굴'작가로 미술시장에 이름을 알린 변웅필 작가다. 2007년 국내미술시장이 호황일때 떠오른 그는 인기였다. 검은눈동자에 얼굴만 크게 그려 '중국 그림 같다'는 그림은 팔려나갔다. 기본기가 충실했다. 극사실화가 시장을 주무르던때였다. 극사실화같기도, 아닌 것 같기도 한 그림은 '회화의 참맛'을 보여줬다. 그의 글대로 다 팔렸을 것이다. 그리고 돈도 다 썼을 것이다. 경제불황속 2010년 이후 미술시장에서 사라졌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그는 SNS에서 살아있었다. 화면에서 멍 때리던 '한사람으로서의 자화상'과는 달리 그는 페이스북에서 생기발랄했다. 강화도로 들어가 작업실을 짓고 만득이(개)와 살고있다. 소소한 일상을 페이스북에 올리며 사람들과 통했다. 여기까지만보면 '행복한 인생'처럼 보인다. 페북에서 그는 '지킬 앤 하이드'다. 할일 없는 백수같은 그였지만 예술가였다. 반골기질을 드러냈다. 정치적으로 민감해졌고, 정부를 향해 삿대질을 날리며 진보성향을 보였다.
그런데 웬일인가. SNS에서 독설을 날리던 그가 5년만에 선보인 그림은 순~해보인다. 독일에서 유학생 신분으로써 겪었던 '불평등한 대우'가 자화상 시리즈로 나왔다면, 이번에 나온 작품은 '사물의 존엄성'을 일깨운다. 그와 함께한 붓들과, 예쁜 수세미, 그리고 텃밭에서 봤을 옥잠화와 누군가의 '섬섬옥수'를 화면에 그려냈다. 가시같은 털을 세운 고슴도치처럼 굴지만 섬세하고 보드라운 속내는 숨길수 없다.
외로움에 치를 떨었나보다. 그림이 살아있다. 붓질 하나하나 결을 살려 하루종일 그림만 그리고 있을 모습이 오버랩된다. 외로움에 더 찌들고 더 고독해졌으면한다. 그의 말대로 "아직, 그릴게 많으니까…". 5년만에 여는 변웅필 개인전은 서울 영동대로 UNC 갤러리에서 16일부터 열린다. (02)733-27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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