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만에 많은 게 바뀌었다. 지난달 19일 경남 창원에서 열린 'K-POP 월드 페스티벌' 글로벌 오디션 촬영을 위해 지난 8월 이스라엘과 터키, 미국 뉴욕을 찾았을 때 5년 전보다 더 큰 '충격'을 받았다. 웬걸, 내가 훈남 중에도서 최고 훈남, 그야말로 인기 대접을 받고 있는 게 아닌가. K-POP을 사랑하는 세계인들은 한국인을 '추앙'하듯 모셨고, '못'생긴 나도 '잘'생긴 남자로 추켜세웠다.
지난 5년 동안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무섭게 상승하고 있는 한류 바람이 뜨거워질 대로 뜨거워졌다더니 진짜였다. 현장에서 한류의 인기를 몸소 체감한 바에 따르면 현재 K-POP은 현재 세계적 문화를 이끄는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보고 듣고 즐기는 것에 그치는 게 아니라 따라 부르고, 똑같이 춤추고, 우리나라 연예인과 닮고자 수술까지 감행하고 있다. 이게 바로 한류의 세계적 현주소다.
내가 훈남 대우를 받을 수 있었던 것도 모두 엑소, 비스트, 2NE1의 인기 덕분이었다. 엑소를 아낀 나머지 한국 남자는 모두 차지하고 싶은 이상형이었고, 비스트를 사랑한 나머지 한국 남자라면 결혼마저도 OK 할 태세였다. 전 세계 소녀들이 나에게 'Please, take a picture with me'(제발, 나와 사진 한 장만 찍어 주세요)를 외치다니, 한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외국 여성들에게 폭풍 플레시 세례를 받다니. 그야말로 믿을 수 없는 광경이 내 눈앞에 펼쳐졌다.
이스라엘에서 받았던 충격이 가장 컸다. 아랍의 한 소녀는 팔레스타인과의 전쟁통에서도 K-POP 페스티벌에 참가했다. 머리 위로 무시무시한 미사일이 날아다니는 상황, 아랍인이 이스라엘 거리를 돌아다니는 건 굉장한 위험을 감수한 것이었다. 소녀는 무대에서 이렇게 말했다. "내 노래가 평화를 노래했으면 좋겠어요". 순식간에 눈물 바다가 된 무대와 객석, '아, 한류가 세계 평화도 이끄는 구나'.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터키의 보스포러스 브리지. 예로부터 사람들은 이 다리를 통해 아시아와 유럽을 오갔다. 최근에는 한류가 이 다리를 거쳐 아시아에서 유럽으로 전해지고 있으니 한류 전파의 교두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내가 찾았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뉴욕은 이스라엘, 터키와 다른 분위기였다. 이스라엘, 터키가 자국민들의 '한류 파티' 정도라면 뉴욕은 전 세계 한류인들의 집합소 같은 느낌이랄까. 머리색부터 피부색, 언어 등 모든 게 다른 사람들이 한자리에서 우리 노래를 부르는 모습은 상당히 이색적이다.
한마디로 한류는 현재 정점에 있다. '한류는 끝났다'라는 일각의 지적이 무색할 만큼 뜨거운 인기를 누리고 있다. 심지어 중동이나 남미 사람들은 이제 막 한국 음악을 접하고 사랑에 빠지기 시작했다. 전 세계인이 K-POP을 따라 부르는 것, 많은 과제가 따르겠지만 불가능한 미래가 아니다.
일본을 시작으로 아시아, 유럽, 그리고 미국을 거쳐 남미까지. K-POP에 열광하는 세계인들의 눈물을 보고 있으니 나를 '오징어'에서 훈남으로 만들어 준 엑소에게 새삼 고맙다. 돌아오는 길, 비행기 창문에 비친 내 얼굴이 '잘생긴' 오징어로 보인 건, 착각이겠지?
*정상원 PD는 SBS '좋은 아침', KBS2 '연예가중계', TV조선 '연예 in TV', tvN 'eNEWS', Mnet '뜨거운 순간'을 연출했고, 현재는 SM C&C 콘텐츠 제작2본부지점 제작2팀에서 일하고 있다. 지난 10월 19일 창원에서 열린 'K-POP 월드 페스티벌'의 제작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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