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근정 기자 =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가 지난 8월 말 통과시킨 2017년 홍콩 행정장관 선거안에 반발하며 시작된 홍콩 도심점거 시위가 드디어 해결의 물꼬를 틔웠다.
홍콩 현지언론 보도에 따르면 7일 라우콩와(劉江華) 정치개혁·본토사무국 부국장과 대학학생회 연합체인 홍콩전상학생연회(香港專上學生聯會·학련) 지도부가 예비접촉을 통해 오는 10일 오후 4시(현지시간) 캐리 람(林鄭月娥) 홍콩 정무사장(총리급)과 학생 대표간의 첫 공식 대화에 나서기로 결정했다.
예비접촉 회담에서 정부와 시위대 양측은 향후 상호존중 원칙을 바탕으로 수 차례 대화에 나서며 정부가 대화성과를 확인하고 실행에 나서야 한다는 내용에도 합의점을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 10일 시작될 대화는 시위대 측이 요구하는 헌법 개혁,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법적근거 논의 등 두 개의 세션으로 나눠 진행되며 언론에도 공개될 예정이다. 정확한 장소는 8일 예비접촉을 통해 결정된다.
이처럼 양측이 이번 홍콩 시위 사태 해결을 위한 물꼬는 트웠지만 양측의 입장이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어 실질적 성과를 도출할 수 있을지는 향후 진행과정을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렁춘잉(梁振英) 행정장관과 중국 당국은 "불법시위를 반대한다"며 "최대한 빨리 해산할 것"을 여전히 요구하고 있지만 시위대 측은 "정부 당국이 강제적으로 해산에 나선다면 합의는 불가하다"는 강경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아울러 재스퍼 창(曾鈺成) 홍콩 입법회(국회격) 의장은 펑황(鳳凰)위성TV 방송을 통해 "중국 중앙 정부는 이번 홍콩 도심 점거 시위를 중국 통치권에 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였다"는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전달하기도 했다.
또한 "시위대는 전인대가 제시한 선거안을 조정하는 등 정치개혁을 주장하고 있지만 당국은 중국에 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이면서 홍콩 시민들의 기대와는 어긋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만약 이번 대화가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결렬된다면 소강상태로 접어든 홍콩 시위가 또 다시 격렬해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미 11일째로 접어든 홍콩 시위는 지난 6일을 기점으로 시위대 규모가 크게 감소했다. 한때 20만명에 육박했지만 지금은 애드미럴티, 몽콕, 코즈웨이베이 등 일부지역에서 소수만이 시위를 계속 이어가고 있다.
한편, 이번 홍콩 시위로 중국 국경절 황금연휴 특수를 노렸던 홍콩 상권을 중심으로 경제적 타격도 매우 컸다고 싱가포르 연합조보 등 외신이 5일 전했다. 이번 홍콩 도심점거 시위로 홍콩이 입은 경제적 피해규모는 400억 홍콩 달러(약 5조5000억원)로 추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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