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이변은 없었다.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 경선 초반부터 앞선 우윤근 의원(3선·전남 광양)이 9일 중도그룹의 지지를 받은 이종걸(4선·경기 안양 만안구) 의원과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를 등에 업은 이목희(재선·서울 금천구) 의원을 꺾고 원내 지휘봉을 잡았다.
새정치연합 원내대표 경선은 김한길계인 주승용(3선·전남 여수) 의원이 이날 오전 합의추대 논의 결렬에 따른 책임을 지고 사퇴해 3파전으로 치러졌다. 우 의원은 결선투표 끝에 소속 의원 118명(무효 1표)이 참석한 가운데 64표를 얻어 53표에 그친 이종걸 의원을 누르고 당선됐다.
앞서 1차 투표에선 비주류의 이종걸 의원(43표)이 1위를 차지하는 파란을 일으켰으나, 승부를 뒤집는지는 못했다. 1차에서 우 의원과 이목희 의원은 42표와 33표를 각각 얻었다.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음에 따라 우 의원과 이종걸 의원이 결선에 진출했다.
결선에서 이종걸 의원을 누른 우 의원은 박영선 전 원내대표의 잔여 임기인 7개월간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의 카운터파트로 활동할 예정이다. 우 신임 원내대표는 수락연설에서 “강하고 품위있는 야당을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화합형 리더십을 갖춘 우 원내대표가 잠시 휴전 중인 대치 정국을 어떻게 풀어낼지 주목할 대목이다.
세월호 특별법 협상이 현재 진행 중인 가운데 국정감사 이후 본격 도래할 연말 정국에서 예산안을 놓고 집권여당과 치열한 ‘두뇌싸움’이 불가피, 우윤근호(號)가 순항할지는 미지수다.
◆野 원내대표 승부처, 계파(친노·구주류)-지역(호남)
승부는 어느 정도 예견됐다. 중도 성향의 우 원내대표가 범친노(친노무현)그룹의 지원을 받은 데다 앞서 ‘박원선 파동’을 겪으면서 계파 갈등이 정점을 찍으면서 당 내부에선 ‘관리형 원내사령탑’에 대한 요구가 많았다.
반면 중도 온건파인 ‘민주당 집권을 위한 모임(민집모)’의 지지를 받은 이종걸 의원은 주 의원과의 단일화에 실패하면서 한계를 드러냈다. 고(故) 김근태 전 상임고문의 뜻을 따르는 민평련 소속 이목희 의원은 정부의 기초연금 공약 후퇴와 세월호 정국 등 이슈마다 ‘강경파’ 입장에 선 것이 뼈아팠다.
세력으로 보면 ‘범친노(우윤근·이목희) 대 비노(이종걸)’, 지역으로는 ‘호남(우윤근) 대 수도권(이목희·이종걸)’의 구도였다. 친노그룹과 호남인 구민주당계가 당락을 갈랐다는 분석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다.
당 내부에선 130명 중 70여명에 달하는 범친노그룹에 속한 정세균계가 ‘우윤근 지지’에 나섰다는 얘기도 나온다. 차기 당권을 노리는 정세균계가 사실상 원내대표 경선의 캐스팅보트 역할을 한 셈이다.
◆관리형 원내대표 우윤근, 첫 시험대 ‘세월호·계파 극복’
또한 비교적 계파 색채가 옅은 우 원내대표가 당선된 것은 친노그룹 내부에서도 강경 일변도식 원내 운영에 대한 부담과 호남 지역의 지지에 힘입은 결과로 분석된다.
김한길계와 손학규계, 안철수계와 함께 50여명의 중도·비노(비노무현)그룹을 형성한 구민주계 가운데 일부 호남 의원들이 ‘우윤근 지지’에 나선 결과라는 얘기다.
뿐만 아니라 박 전 원내대표와 함께 세월호 특별법 협상을 도맡은 우 원내대표에게 마무리 기회를 줘야 한다는 당내 기류도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새정치연합 관계자는 이날 아주경제와 통화에서 “정치현안마다 각 계파가 이전투구를 벌이면서 위기가 확산된 이후 당 내부에 안정된 리더십에 대한 욕구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우 원내대표는 향후 여야 대치 국면을 풀 수 있는 묘책과 함께 당내 계파 패권주의를 타파하기 위한 플랜을 내놔야하는 절체절명의 과제를 안게 될 전망이다.
전망은 밝지 않다. 당장 이달 말까지 세월호 특별법 제정과 정부조직법 개정안의 연계처리는 물론 △유병언법(범죄수익은닉방지법) △경제 활성화 법안 △국회선진화법 처리 등 과제가 산적하기 때문이다.
당 내부적으로도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놓고 범친노 인사로 구성됐다는 비판이 나오는 상황에서 친노그룹의 지지를 받은 우 원내대표가 원내 지휘봉을 잡음에 따라 매파(강경파)와 비둘기파(온건파)의 갈등이 극에 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세월호 특별법과 계파 프레임 탈피가 우 원내대표의 첫 번째 시험대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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