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래픽=김효곤 기자 hyogoncap@]
12일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미국은 최근 셰일가스 등 비전통에너지 개발을 확대하며 원유와 가스 생산량을 급속도로 늘리고 있다. 2013년 기준 세계 석유와 연관 추출물 생산량 점유율을 보면 사우디아라비아가 13.1%로 1위, 러시아가 12.8%로 2위, 미국이 10.7%로 3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이르면 오는 2017년부터는 미국이 사우디아라비아를 제치고 세계 1위 석유 생산국으로 부상할 것으로 관측된다. 미국은 물론 캐나다와 중남미 등 미주 대륙의 에너지 생산도 함께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미국의 산유량이 늘어난 가장 큰 원인은 셰일가스에 있다. 셰일가스는 모래와 진흙이 퇴적돼 단단하게 굳은 혈암층(shale·셰일)에 들어 있는 비전통 천연가스를 가리킨다. 추출된 셰일가스는 난방용 연료나 석유화학 원료로 사용할 수 있어 새로운 에너지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 미국 원유 생산 증가, 국제 유가 안정
실제 미국의 원유 생산량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미국 에너지관리청(EIA)에 따르면 미국의 하루 원유 생산량은 2012년 1월 615만3000배럴에서 지난해 1월 707만8000배럴, 올해 1월 797만7000배럴로 꾸준히 늘고 있다.
미국 파이낸셜 타임스는 미국의 하루 원유 생산량이 올해 7월 887만배럴에 달하고, 올해 말에는 900만배럴까지 이를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난 2년간 미국의 원유 생산량은 하루 평균 350만배럴가량 증가했는데, 이는 전 세계 석유 공급 증가량과 비슷한 수준이다.
미국의 원유 생산량 증가는 국제 원유가격 안정화에 일조하고 있다. 최근 국제 유가는 시리아와 리비아 내전 등 불안정한 정세에도 불구하고 지난 2년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북해산 브렌트유 가격은 2012년 초 배럴당 125달러대에서 지난달 말 배럴당 95달러대까지 떨어지면서 2년여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 한국 석유화학·플랜트 '위기'…기계·소재 '기회'
미국의 셰일 혁명과 이로 인한 에너지 가격 안정화는 한국과 같이 에너지를 수입에 의존하는 국가에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이 예상된다.
LG경제연구원은 '셰일 혁명 이후 글로벌 관련 산업의 명암'이란 보고서를 통해 셰일 혁명이 우리나라 석유화학과 플랜트, 조선 분야에 다소 부정적인 영향이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기계와 복합 소재 분야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석유화학 분야는 북미 기업의 대규모 증설로 한국 산업 원가경쟁력이 악화될 것으로 예상되며, 플랜트 분야도 중동과 동남아 등 핵심 시장의 플랜트 투자 위축으로 주력시장 축소가 점쳐진다. 조선 분야는 LNG 선박 수요가 늘면서 중립적이지만, 비전통 자원 개발 수요에는 부정적인 여파가 올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기계 분야는 가스와 관련된 고성능 기계와 장치 수요가 늘어나면서 수혜를 입을 전망이다. 금속과 유무기화학 등 복합 소재 분야도 가스 캐리어와 탱크 등 고강도 경량 소재가 주목받게 되면서 신성장동력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한국 경제, 전화위복 기회로 삼아야"
전문가들은 미국에서 시작된 셰일 혁명의 긍정적인 영향과 부정적인 영향을 철저히 분석해 한국 경제가 한 단계 도약할 새로운 성장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임지수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 셰일 혁명이 한국의 석유화학, 플랜트, 조선 등에 다소 부정적 영향이 미칠 것으로 예상한다"며 "석유화학산업은 중동산에 이어 미국산 잉여제품과 경쟁해야 하는 부담이 있고, 플랜트 산업은 중동의 발주 감소, 조선 산업은 고부가 선박 발주 지연 등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임 연구위원은 "천연가스를 안전하고 편리하게 사용하는 데 도움이 되는 소재와 기계장치, 각종 서비스 산업 등은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에너지 시장의 변화와 관련 기업들의 활동을 주시하고, 지식과 기술 역량을 강화해 셰일 혁명과 관련한 우려를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화년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미주의 석유원료 가격이 하락하면서 석유화학, 철강 등 제조업에 비용 절감 효과가 나타날 경우 한국 산업에도 큰 위협이 될 것"이라며 "이에 따라 미주에 직접투자를 통해 값싼 원료를 확보하고, 신규 개발 수요가 많은 중남미 국가와 네트워크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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