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차기 전당대회에 직접 나서서 좋은 승부를 펼치겠다. 새정치민주연합을 제대로 혁신해 대중의 눈높이에 맞는 소통정당, 국민의 신뢰를 받는 수권정당으로 만들겠다.”
새정치민주연합 조경태(3선·부산 사하구을) 의원은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가진 아주경제와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한 뒤 “지금 우리 당의 수면 아래에선 정계개편 움직임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내년 초 전대에서 제대로 된 지도부를 선출하지 못하면 활화산 같은 야권발(發) 정계개편이 분출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당 최대 주주인 친노(친노무현)그룹과 대립각을 세워온 조 의원은 인터뷰 내내 작심한 듯 계파 패권주의를 일삼는 특정 계파를 향해 ‘운동권 조직’, ‘낡은 가치’, ‘리더십 부재’ 등을 단어를 써가며 비판했다.
야권이 위기다. 진보 진영도 민주개혁 진영도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다. 공허한 반대 프레임과 독설을 앞세운 ‘투사적 기질’만 있을 뿐 구체적인 정책도 의제의 공론화도 없다.
범야권 지지층 전반에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줄지언정 반대편을 영원히 적으로 돌릴 수밖에 없는 ‘하수 전략’의 일상화. 60년 정통의 제1야당이 처한 현실이다.
그 결과는 참혹했다. 2012년 총·대선에 이어 야권 통합신당 간판으로 치른 7·30 재·보선마저 참패하면서 ‘트리플 크라운(Triple crown)’을 당했다.
하지만 그 어디에도 성찰과 반성은 없다. 계파 패권주의와 노선 투쟁이 당의 강력한 흐름을 주도하고 있을 뿐이다. △기초공천 무공천 △기초연금 후퇴 △비상대책위원회(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 구성 △세월호 특별법 협상 등에서 보여준 새정치연합의 모습이다. 한마디로 ‘민심 난독증’에 빠진 셈이다.
2007년 대선 패배 이후 정치권 안팎에선 제기된 ‘진보 무능론’이 대두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한 새정치연합의 구원투수는 없을까. 제1야당의 출구전략을 듣고 싶었다. 대표적인 비노(비노무현)인 조 의원을 찾아간 이유다.
◆“특정 계파의 패권 문화 청산이 가장 큰 과제”
가벼운 질문부터 던졌다. 새정치연합의 새로운 원내대표가 된 ‘우윤근 체제’에 관해 물었다.
조 의원은 “축하의 말씀을 전한다. 우 원내대표는 당의 과제에 대해 잘 알고 계신다”며 “당의 변화를 위해 원내를 잘 이끌어 달라”고 말했다. 그는 당의 과제로 △계파 패권주의 △노선과 이념 투쟁화 △정책적 대안 부재 등을 꼽았다.
자연스럽게 민감한 질문으로 이어졌다. 조 의원은 친노 일색이란 비판을 받고 있는 ‘문희상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와 관련, “결과론적으로 특정 계파 일색으로 돌아가는 행태가 됐다”고 꼬집었다. 문희상 비대위에는 친노그룹 좌장인 문재인 의원과 더불어 정세균·박지원 의원 등이 포함됐다.
특히 그는 친노 패권주의 논란에 대해 “어떤 정당이든 계파는 존재할 수 있다. 하지만 그 계파가 당의 단합이나 화합을 해치는 계파는 아니지 않나. 비판적 지지를 할 수도, 다양한 목소리를 낼 수도 있다”며 “하지만 우리 당 내부에는 ‘다른 해법’을 수용하지 못하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특정 계파의 패권 문화를 청산하는 것이 가장 큰 과제”라고 말했다.
이어 세월호 유가족과 함께 대리기사 폭행 사건에 연루된 김현 의원을 언급하며 “(그들은) 잘못해도 반성하지 않는다”며 “이것이 국민적 신뢰를 추락시키는 요인이다. 패권 문화를 청산하지 않는 한 대중정당으로 나아가지 못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앞서 ‘이상돈 파동’ 당시 당사자인 이 교수는 기자와 통화에서 “새정치연합 내부에 패권주의 이상의 문제가 있는 것 같다”고 말한 바 있다. 조 의원도 486그룹을 겨냥한 듯 “운동권적 낡은 사고를 가진 분들이 많이 있다. 그들과 친노 패권주의자들은 결을 같이한다”며 “초록은 동색이라고, (친노와 486그룹이) 패거리 문화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대안은 공천 개혁, 대대적인 물갈이 필요”
조 의원의 소망과는 달리, 새정치연합 내 특정 계파의 공천 독식에 대한 우려는 현실화될 조짐이다.
지역위원장 선정 작업에 나설 ‘조직강화특별위원회(조강특위)’가 △친노인 김태년·남윤인순·장하나 △정세균계인 김영주·오영식 △김한길계인 주승용·강창일·변재일 △안철수계인 송호창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 유은혜 의원 등으로 구성, 기존 계파 구성이 강화될 수밖에 없어서다. 사실상 범친노와 486·초재선 그룹과 전임 지도부가 조강특위를 독식한 셈이다.
이에 조 의원은 “기득권을 가진 세력들은 (자신의 특권을) 내려놓지 않을 것”이라며 “결국 당원과 국민들이 썩은 정당으로 가는 새정치연합을 바로잡아줘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핵심은 공천 개혁이다. 물갈이를 해야 한다”며 “70∼80년대 낡은 의식을 가진 사람들이 우리 당의 다수를 점하고 있지 않나.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신진들을 영입해야 한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인터뷰 중반을 넘길 때쯤 “차기 전대에 직접 나설 의향은 없느냐”라고 물었다. 그는 내년 1∼3월로 예정된 차기 당 대표 선출을 위한 전대에 ‘직접 출마’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 의원은 “차기 전대에 출마해 당을 대중정당·수권정당으로 만들겠다”고 전한 뒤 “제대로 된 지도부를 선출하지 못하면, 정계개편이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친노그룹 좌장인 ‘문재인 체제를 염두에 둔 것이냐’는 질문에 그는 부정하지 않았다.
그는 “호남 지역 당원들조차 ‘이대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신당 창당에 대한 요구가 있다”며 “이는 소위 말하는 친노 패권주의 때문이다. 당이 패권 문화에 젖어있다. 당 지지율이 10% 초반대 아닌가. 정당으로서 희망이 없는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2020년 체제 화두는 ‘통합과 신뢰, 따뜻한 자본주의”
조 의원이 ‘당 해체-신당 창당’ 등의 야권발 정계개편 가능성을 시사했지만, 실현 가능성은 미지수다. 친노와 대립각을 세운 중도·온건파 그룹이 ‘호남’ 등의 기득권을 포기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조 의원은 “중도·온건파 중에서도 국민과 국익보다는 자기 자신의 안위를 생각하는 의원들이 있다. 그분들에게는 중도·온건파라는 표현도 어색하다”며 거듭 기득권 포기를 촉구했다.
차기 전대 출마를 공식화한 조 의원에게 당 혁신 방안인 ‘당원 중심주의와 시민참여를 보장한 개방형 정당주의’, ‘단일지도 및 집단지도 체제’에 대해 질문했다.
조 의원은 전자에 대해 “당의 얼굴은 당원, 국회의원과 대통령 후보는 국민들이 뽑는 게 맞다”고 ‘절충론’을 제시한 뒤 지도체제와 관련해선 “어떤 체제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떻게 당을 민주적으로 ‘운영’하느냐가 중요하다. 단일이든 집단이든 무슨 의미가 있나. 기득권화된 정치권이 권력의 부스러기를 나눠 먹는 정치를 지양하는 게 우선”이라고 주장했다.
인터뷰 후반부의 주된 주제는 ‘2020년 체제’였다. 경제민주화와 보편적 복지를 골자로 하는 2013년 체제를 넘어서는 화두가 있을까. 그는 통합과 신뢰의 사회, 그리고 따뜻한 자본주의를 꼽았다.
조 의원은 “70∼80년대 가난한 사회를 넘어 지금 경제적 수준이 높은 사회가 됐다. 하지만 우리 국민들은 화가 난 상태다. 이른바 앵그리(Angry) 사회에선 행복해질 수 없다”며 “통합과 화합의 사회를 통해 ‘따듯한 자본주의’가 꽃 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말뿐인 공약과 구호를 내세우는 것은 국민을 우롱하는 짓이다. 여야 모두 약속한 경제민주화가 됐느냐. 여야 모두 선거에 이용한 것”이라며 “구호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정책을 넘어 구체적인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28살 때 민주당 소속으로 국회의원에 출마했다. 정치를 오래 하면 달라질 수 있는데, 초심을 잃지 않고 있다”며 “자신의 영달을 위해서 정치를 하는 사람들은 지금이라도 당장 그만두는 것이 맞다. 내 안위보다는 국가와 국민들 먼저 생각해야 한다. 여기에는 희생이 뒤따르기 마련이다. 결국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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