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박근혜 정부 집권 2년차 하반기 최대 화약고인 공무원연금 개혁 방안이 갈수록 꼬이고 있다.
여야 내부에서 ‘더 내고 덜 받는 개혁안’, ‘하후상박(下厚上薄)식 개혁안’ 등의 아이디어만 분출하고 있을 뿐 그 누구도 공무원연금 개혁 방안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지 못하고 있다.
특히 당정청이 공무원연금 개혁의 주체를 놓고 핑퐁게임을 하는 사이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이하 공무원노조)과 학계, 전문가 등을 중심으로 정치권 개혁안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논란만 가중되는 상황이다.
실제 한국연금학회가 지난달 21일 재직 공무원의 연금 부담금 43% 인상(이하 현재 대비), 수령액 34% 삭감을 골자로 하는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공개한 이후 형평성 논란이 일파만파로 확산됐다.
국민연금 가입자와 공무원연금 가입자의 형평성 논란을 시작으로, 하위직 공무원과 고위직 공무원 간 불평등 문제도 제기됐다.
공무원연금공단이 한국연금학회의 개혁안을 적용해 산출한 예상 연금액 자료에 따르면, ‘43% 더 내고 34% 덜 받는’ 개혁안이 통과될 경우 일부 하위직 공무원의 연금이 최저생계비 수준까지 떨어졌다.
오는 2016년 임용되는 28살의 9급(1호봉) 공무원이 6급(30년 재직 시)으로 퇴직할 경우 매달 76만원의 연금밖에 받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내년도 1인 가구 최저생계비(61만7281원)와 2인 가구 최저생계비(105만1048원) 사이에 낀 셈이다.
‘소득재분배’인 국민연금과 ‘소득비례형’인 공무원연금을 단순 비교하면서 개혁안의 접점을 찾는 데 실패한 데 이어 직급별 공무원연금의 형평성 문제까지 덮친 셈이다.
논란이 일자 여야 내부에서 ‘하후상박식’ 개혁안이 흘러나왔다. 새누리당에선 대표적인 경제통인 이한구 경제혁신특위 위원장이 지난달 말께 “‘하후상박’식 개혁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의당 심상정 의원도 ‘하후상박 식’ 공무원연금 개혁안에 힘을 실었다.
정치권이 공무원연금 개혁안 합의에 실패하자 이번엔 퇴직 공무원연금의 손실이 불가피하다는 논란까지 나왔다. 재직 공무원이나 신규 공무원에게만 연금 삭감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는 논리다.
실제 12일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조원진 의원은 안전행정부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 8월 말 현재 공무원연금 수급자 33만8450명 가운데 22.2%인 7만536명은 한 달 연금 수령액이 300만원이 넘었다고 밝혔다.
정부가 은퇴 공무원에 대한 연금 삭감을 확정할 경우, 퇴직 공무원들이 ‘소급 개혁’을 고리로 위헌 소송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공무원연금 개혁안이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흐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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