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산행의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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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10-13 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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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과천소방서 이우진 119구조대장]


과천소방서 119구조대장 이우진

가을 단풍이 설악산에서 시작되었다는 뉴스를 보며, 내 자신이 마치 산에 형형색색 아름답게 물든 단풍의 모습으로 변한 것 같은 상상에 빠져본다. 이렇듯 산은 자연스레 발길이 닿을 수 있도록 우리를 유혹하며, 어머니의 넉넉한 가슴처럼 품고 있으며 언제나 그 곳에 자리하고 있다.

그래서일까 모처럼 맞이한 주말 지친 일상에서 벗어나, 쉬는 날을 이용해 가까운 관악산에 가기 위해 배낭을 꾸린다. 산행에 꼭 필요한 등산화, 스틱 그리고 기온 급강하에 따라 여분의 옷 등을 챙기고 나서 간단한 먹을거리도 빼놓을 수 없다.

산행에는 많은 에너지가 소모되어 산행 도중에 에너지를 충분히 보충해 주어야한다. 이를 가벼이 여겨 낙오되는 사람을 자주 보게 되고, 심하면 의식을 잃어 소중한 생명도 앗아갈 수 있다. 나 또한 오늘 산행을 위해 물과 함께 먹을거리를 배낭에 넣어간다. 관악산 입구에 도착해 잠시 호흡을 가다듬으며 코스를 선택하고 가볍게 배낭을 내려놓고 준비 운동을 시작한다.

산행을 찾는 사람들은 준비운동 없이 곧바로 등산을 하는데 이는 자칫 등산 중에 찾아오는 근육경련이 발생해 큰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늘 산행의 시작은 작은 차이지만 필요한 물품을 챙겨, 오르기 전에 사전 준비 운동을 거쳐야 비로소 안전이 이뤄지는 것이다.

오늘은 과천향교에서 시작되는 1번 코스를 선택하고 오른다. 등산로 옆으로 나란히 있는 계곡을 따라 흐르는 물소리에 맞추어 한발 한발 내딛는다. 관악산 초입은 아직은 이른 시기라 단풍의 흔적보다는 하나 둘 떨어지는 나무와 낙엽의 모습이 눈에 띈다. 산행의 목적에 있어 저마다 다르겠지만, 진정 가까이 산을 곁에 두고 사방 고요한 맛을 느끼며 오르는 산행이 일품이지 않을까 한다.

하지만 오르는 동안 거친 숨을 몰아쉬며 정신없이 앞만 보고 가는 사람들이며, 지정된 등산로를 벗어나 위험하고 무리하게 산행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이는 대부분 지켜야할 산행 수칙을 어겼을 때 발생하고 있다.

또한 산 행중 예기치 못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일행이 있다면 침착하게 119로 신고하여 사고 발생지점과 다친 부위 등의 정보를 제공해 도움을 받을 수 있겠지만, 홀로 산행하다보면 의외로 당황하는 경우가 많고 이로 인해 어찌해야할지 모르는 상황을 자주 접한다.

관악산에는 이런 돌발 상황에 대비하여 등산로 주요 지점에 산악안내 표지판을 설치하고, 사고 다발지역을 표시해 둠으로서 현재 자신의 위치뿐만 아니라 위험지역을 알리는 역할 등 등산객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노력이 산 속 곳곳에 숨어있다. 평소 관심을 가지고 나뿐만 아니라 주변 등산객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 유용한 정보를 가지고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도 알아야한다.

어느새 정상에 올라와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풍경을 감상한다. 사방 확 트인 정상에서 잠시 바위에 걸터앉아 주위를 둘러보는데 그것도 잠시 삼삼오오 모여 앉아 정상주를 마시며 얼굴이 단풍처럼 물든 등산객을 본다. 적당히 목을 축이는 정도의 술은 산행에 있어 즐거움의 하나일 수 있다.

그러나 지나친 음주로 인해 몸을 가누지 못해 발생하는 사고는 예견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가을 단풍의 아름다움에 취해야할 등산이, 자칫 술에 취해 입을 수 있는 피해는 고스란히 자기의 책임으로 돌아온다. 어느덧 정상을 뒤로 하고 하산하는 길에 아름답고 즐거운 가을 산행과 더불어 안전에 대한 생각을 갖게 됐다. 가을 단풍철을 맞이해 들뜨기 쉬운 마음에 우리 모두가 사전 준비부터 지켜야할 수칙까지 산행에 있어서, 안전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닌 가까이에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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