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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총재 발언 오락가락…통화당국 수장 ‘입’이 너무 가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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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10-13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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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DB]


아주경제 박선미 기자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사진)의 '오락가락' 발언이 도마 위에 올랐다. 경제에 대한 판단이나 금리 관련 발언이 손바닥 뒤집 듯이 수시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중앙은행 총재의 이같은 언행은 통화당국은 물론 우리 경제 모두에 도움이 안된다는 지적이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 총재는 지난 10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서 "자꾸 (정부와 한국은행의) 시각차에 대해 말이 많은데, 우리 경제가 안고 있는 문제에 대해 거의 (시각) 차이 없다"고 말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줄기차게 금리인하를 요구한 상황을 감안하면, 이같은 발언은 15일 예정된 금리 결정에서 인하를 시사한 것으로 읽힌다. 지난 8월 0.25%포인트 내린 한은이 이번에도 같은 폭으로 인하할 경우 금리는 금융위기 당시(2009년 2월~2010년 6월)와 같은 2.0%가 된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이 총재가 금리 인하 쪽으로 방침을 굳혔다고 단정하기에는 이르다는 평가도 나온다. 전일 워싱턴 특파원과의 간담회에서는 금리 인하에 부정적인 뜻을 내비쳤기 때문이다. 이 총재는 9일 "금리 인하가 좋은 효과만 있다면 왜 금리를 안 내리겠느냐, 금리 조정에 따른 득실을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하루 사이에 기준금리에 대해 상반되는 입장을 보인 것이다. 

이 총재는 또 최 부총리가 지난 9일 장밋빛 전망을 내놓으며 외국인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국경제설명회(IR)'를 진행하던 날에는 '찬물'을 끼얹었다. 이 총재는 현재 정부의 단기 경기부양책, 가계부채 등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이를 두고 금융권 안팎에서는 이 총재가 통화정책 수장으로서 자유로운 의사를 표현하는 것은 좋지만 굳이 IR이 진행됐던 날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총재는 앞서 한은 국정감사장에서 "경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은 말조심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내놓기도 했다. 

특히 가계부채 문제는 언급할 때마다 말이 달라지고 있다. 이 총재는 7월 "가계부채가 이미 임계점에 도달한 상황이고 넘어섰을 수도 있다"며 가계부채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그러나 한달도 지나지 않아 8월 금통위 기자간담회에서는 "가계부채가 증가하겠지만 우려할 상황은 아니다"라며 기존 발언을 뒤집었다.

이를 두고 한은 출신의 한 연구원은 "그 논리가 궁금하지만 한달 새 총재님의 생각이 바뀐 이유가 궁금하다"는 말로 비꼬기도 했다.

최근에는 다시 가계부채에 대해 "소비가 꺾이는 것을 임계치라고 본다면 가계부채는 임계치 가까이 가고 있고 이미 소비에 부담을 주고 있다"며 "다른 나라들과 비교해도 높은 게 사실이고 금리만으로 대처하기에는 역부족"이라며 다시 말을 바꿨다.

'포워드 가이던스' 도입에 대한 입장도 오락가락하고 있다. 포워드 가이던스는 금리 인상 시점을 선제적으로 안내해주는 제도로 미국과 영국, 일본 등에서 활용하고 있다.

이 총재는  "일부 국가에서 포워드 가이던스를 쓰는 이유는 금리가 0%에 가까워서 다른 수단을 찾기 어렵기 때문"이라며 “한국은 대외 충격의 영향 정도가 다른 나라 보다 크고, 조건도 수시로 바뀌기 때문에 포워드 가이던스를 도입할 경우 통화정책 신뢰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총재 임명 전 인사청문회에서 "검토의 여지가 있다"고 말한 것을 비롯해 8월 금통위 후 기자간담회에서도 "선재적 안내 제도에 대한 논의를 상당히 했고, 도입 검토를 하는 단계"라고 밝힌 것과 상반된 견해를 드러낸 것이다.

한 금융권 인사는 "김중수 전 한은 총재 때도 잦은 방향 전환과 엇갈린 신호가 시장에 혼선을 준 적이 많았는데 이 총재도 그와 다르지 않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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