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현주 기자 ="언제부터인가 이들의 작품이 미술관이나 갤러리에서 보기 어렵게 되었습니다. 주거환경이 변했다. 그림을 보는 시각이 바뀌었다고 하지만 어쨌든 이들의 작품은 우리의 미술계를 풍부하게 만든 주역이라는 것은 부정할수 없는 사실입니다."
서울 인사동 노화랑 노승진 사장은 "지난 40년간 화랑을 경영하며 요즘처럼 한국화에 대한 관심이 사라진 때는 없었다"며 "우리화단을 풍성하게 했던 한국화 작가들 역시 시간의 뒤편으로 사라지고 있어 아쉬움이 크다"고 했다.
실제로 국내미술시장은 일반인의 관심과 규모가 점차 증가함에도 불구하고 서양화 장르에만 편중되어 있다. 상대적으로 한국화시장은 위축되어 있다. 경매시장에서 한국화는 서양화의 1/10가격도 안된다. 200년이 된 고서화가 20대 작가의 서양화보다 싸게 낙찰되기도 한다.
이런 시점에서 노화랑이 한국화에 대한 재조명에 나선다. 청전 이상범(1897~1972), 소정 변관식(1899~1976), 월전 장우성(1912~2005), 운보 김기창(1913~2001) 등 한국화가의 계보를 잇는 네 명의 작품을 선보인다. 전통 수묵을 기반으로 한국 근현대 화단을 빛낸 화가들이다.이들의 작품을 빼놓고는 한국 근현대미술, 특히 수묵채색화의 발전과정을 이야기할 수 없을 정도다. 70~80년대 미술시장을 풍미했던 이들의 작품은 '컬렉터'를 양산한 원조이기도하다.
청전 이상범은 30대에 전통수묵채색화를 근대적인 양식으로 재창조해냈다. 절제된 준법과 필묵으로 단아한 한국의 풍경을 화폭에 담아낸 청전의 작품은 전통적인 기법과 예도를 지키면서도 수묵화의 지평을 넓힌 작가다.
청전과 달리 강렬한 준법으로 독특한 수묵화 세계를 구축한 소정 변관식은 반골기질이 강한 작가로 알려져있다. 일본에 유학을 하기도했지만 오히려 조선미술전람회에 출품하지않고 우리나라의 산하를 여향하면서 특유의 필치로 많은 작품을 남겼다.
월전 장우성은 이당 김은호의 문하에서 수학해 매우 화려하고 세미한 채색화가로 화업을 시작했다. 21세에 서화협회전에 서예로 입선한 뒤로 매년 조선미전에 출품하여 연속으로 입상하면서 이름을 높였다. 해방후에는 서울대학교미술대학 교수를 지낸 그는 한국회화의 전통을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한 '월전양식'을 완성했다고 평가되고 있다.
운보 김기창은 왕성한 실험정신으로 구상과 추상을 넘나들며 변신을 거듭하면서 한국화단의 커다란 족적을 남겼을뿐만 아니라 많은 다작을 남긴 작가로 기록되어 있다.
15일부터 펼치는 이번 전시는 ‘근대의 화선(畵仙) 4인전’이라는 타이틀로 20여점을 선보인다. "사라져가는 수묵채색화에 대한 관심을 조금이라도 높여보고자"하는 인사동 터줏대감 노화랑의 바람이다. 그윽한 먹향과 담백한 붓맛이 감도는 전시장에서 사색의 계절을 느껴보면 어떨까. 전시는 31일까지.(02)732-3558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