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류태웅 기자 = 금융감독원이 금융투자사 현장검사 때 수년치 인터넷 메신저 내용까지 들여다본 것으로 알려지면서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임직원도 텔레그램으로 망명에 동참하고 있다.
독일에 서버를 둔 모바일ㆍ인터넷 메신저인 텔레그램은 '카카오톡 사찰' 논란으로 관심을 모았다. 우리 정보ㆍ수사기관이 감청ㆍ수색하기 어려운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내 가입자가 200만명을 넘어서고 있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7월 중순 자산운용사 7곳(미래에셋자산운용ㆍKB자산운용ㆍ한화자산운용ㆍ대신자산운용ㆍ브레인자산운용ㆍ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ㆍ교보악사자산운용)에 대한 현장검사를 벌였으며 이때 주요 임직원을 상대로 최대 3년치에 달하는 야후 메신저 사용기록을 요구했다.
A자산운용 관계자는 "이미 6월부터 금감원이 개인 메신저 대화까지 본다는 소문이 돌았다"며 "최근에는 대부분 직원이 컴퓨터에서 야후를 지우고 텔레그램을 쓴다"고 말했다.
물론 금감원이 메신저를 확인한 것은 사적인 용도로만 쓰이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증권사나 자산운용사 임직원은 최근까지 채권장외거래를 비롯한 매매에도 야후 메신저를 활용해왔다.
B증권 관계자는 "사적인 영역이 겹칠 수밖에 없는 메신저를 검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장외에서 부당하게 정보가 오가지 않도록 채권장외거래를 장내로 흡수할 수 있는 대안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당국은 기존 검사 방식을 고수하겠다는 입장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개인이 통신 수단을 선택하는 것은 자유이고 왈가왈부 할 수 없다"며 "그러나 자본시장법은 모든 매매행위에 대해 반드시 기록을 유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