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정국의 메가톤급 이슈로 급부상한 ‘사이버 사찰’ 논란이 복잡한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16일 야권이 필요시 국회 차원의 ‘국정조사·청문회’ 추진 가능성을 피력하면서 정국의 블랙홀로 작용할 공산이 큰 데다 검찰의 법률적·기술적인 실시간 모니터링을 둘러싼 진실 공방이 맞물리면서 검찰발(發) 사이버 사찰 논란은 ‘프라이버시권 대 법치주의’ 구도로 격상됐다.
특히 다음카카오의 ‘카카오톡(이하 카톡)’ 사찰 논란에 박근혜 대통령과 검찰의 ‘암묵적 커넥션’ 의혹과 이석우 카톡 대표의 감청 영장 거부 방침 등이 뒤섞이면서 어느 것 하나 해결하지 못한 채 이슈만 확대 재생산하고 있다.
그러는 사이 200만명이 카톡에서 독일 모바일 메신저인 ‘텔레그램’으로 사이버 망명을 떠나면서 ‘카톡’을 ‘가카(각하)오톡’으로 풍자하기 시작했다.
◆與野, 사이버 사찰 놓고 대충돌…靑 개입 진실공방 불가피
하지만 입법부인 국회는 현재 카톡 감청 영장 신청의 근간인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 추진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사이버 사찰 이슈가 정쟁의 도구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다.
진화된 IT 기술로 급부상한 ‘디지털 프라이버시권’에 대한 사회적 합의는 간데 없고 자극적인 이슈 생산만 나부끼는 꼴인 셈이다.
실제 여야는 이날 사이버 사찰을 놓고 대충돌했다. 공격수인 야권은 국회 차원의 진상규명 의지를 밝힌 반면 수비수인 여권은 야권의 의혹 제기를 ‘허위사실 유포’로 규정했다.
포문은 새정치민주연합이 열었다. 우윤근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조지오웰의 1984를 언급하며 “필요하면 국정조사, 청문회 실시를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박 대통령이 지난달 16일 ‘대통령에 대한 모독이 도를 넘었다’고 말한 지 이틀 만에 검찰이 ‘사이버 명예훼손 전담수사팀’을 만든 데 따른 것이다. 사이버 사찰 의혹의 정점에 청와대가 개입했다고 판단, 박 대통령을 사찰 정국 안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포석으로 분석된다.
그러자 새누리당 권은희 대변인은 즉각 국회에서 브리핑을 열고 “법 앞에선 어떤 치외법권도 있을 수 없다”고 야권의 공세를 적극 차단하고 나섰다. 이에 따라 연말 정국에서는 사이버 사찰의 진상규명 등을 위한 국정조사 및 청문회 개최 여부를 둘러싼 여야 간 갈등이 극에 달할 전망이다.
◆사이버 사찰 본질은 ‘공권력 남용’…정치권도 기업도 ‘나 몰라라’
문제는 국가 공권력 남용인 사이버 사찰 의혹 안에 ‘해석 싸움’으로 변질될 수밖에 없는 이슈들이 즐비하다는 점이다.
먼저 사법당국의 감청 영장 집행에 대한 합법성 여부다. 이는 디지털 프라이버시권과 직결되는 사안이다. 경우에 따라 ‘정치 검찰’이란 오명을 떠안은 검찰의 전방위적인 사이버 사찰이 이명박 정부 때 발생한 민간인 불법 사찰 의혹을 넘어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법률적 근간은 ‘통신비밀보호법’이다. 동법에선 검찰의 감청 영장 집행 시 통신사업자가 ‘의무적’으로 협조토록 했다. 새누리당이 이석우 카톡 대표의‘감청 불응’ 선언을 “사법체계를 흔드는 발상”이라고 비판하는 이유다.
하지만 통신비밀보호법은 전화나 우편 등 기존의 아날로그 방식의 통신 시절에 만들어진 법이다. 진화된 IT 기슬의 방편인 카톡까지 ‘포괄적’으로 감청할 수 있는지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는 얘기다. 구체적이며 개괄적인 법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인터넷 패킷(Packet) 감청의 경우 수사와 관계없는 불특정 다수의 정보까지 수집, 과거 ‘미네르바 사건’ 당시 전기통신기본법 47조 1항의 위헌 여부를 둘러싼 논란처럼 장기간 대치 국면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장진영 변호사는 이날 아주경제와 통화에서 “법원의 통신 감청 영장 발부 등의 기준이 엄격해져야 하고, 명확한 기준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며 “향후 국회의 입법 조치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새정치연합 정청래 의원실 관계자는 “국감 이후 개정 법률안을 내서 수사당국의 압수수색 영장 청구의 기준을 재정립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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