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홍성환 기자 = 일부 시중은행들이 기준금리가 내려가기도 전인 이달 초 일부 예·적금 금리를 미리 내린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이번 기준금리 인하로 은행들이 수신이자를 더 내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어 고객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16일 은행업계에 따르면 주요 시중은행들은 이달 초 일부 예·적금 상품의 금리를 내렸다. 보통 기준금리 인하가 예상될 경우 은행의 예금·대출 금리에 미리 반영된다. 실제로 시장에서는 한국은행이 10월이나 11월 기준금리를 한차례 더 내릴 것이라는 전망이 꾸준히 제기됐다.
우리은행은 지난 7일부터 일부 거치식 예금 금리를 낮춰 운영하고 있다. 세부 상품별로 키위정기예금 확정형(12개월)을 2.20%에서 2.10%로, 키위정기예금 회전형을 2.05%에서 1.95%로 각각 인하했다. 우리유후정기예금, 우리겨레통일정기예금 등도 0.10%포인트가량 내렸다.
하나은행 역시 지난 2일 적기적금의 금리를 2.00%에서 1.90%로 0.1%포인트 낮췄다. 만기일시지급식 일반정기예금(1년 이상)도 1.90%에서 1.80%로 낮췄다. 앞서 하나은행은 지난 7~8월 정기적금과 정기예금 이자율을 각각 0.10~0.20%포인트씩 내렸다. KB국민은행도 지난 2일 허브정기예금과 와인정기예금 금리를 각각 0.20%포인트씩 낮췄다.
이들 은행은 지난 8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2.50%에서 2.25%로 낮추자 8~9월에 걸쳐 예·적금 상품의 금리를 내린 바 있다. 이같은 상황을 고려했을 때 이달 초 은행들이 금리를 내린 것은 추가 인하에 대비해 미리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금리 인하가 선반영된 것에 더불어 추가로 이율이 더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기준금리가 조정될 경우 시장의 장·단기 금리가 달라지고, 이를 은행들이 추가로 반영하기 때문에 예·적금 금리가 또 내려갈 수 있다. 실제로 국내 시중은행들은 기준금리가 인하되자마자 금리 인하를 검토하고 나섰다.
이같은 움직임을 바라보는 금융소비자들의 시선은 싸늘하다. 한 번에 큰 폭으로 금리를 내리면 소비자들의 반발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에 여러 차례에 걸쳐 조금씩 이자율을 깍아내리는 '꼼수'라는 지적이다. 직장인 한진희(31)씨는 "은행들이 예금과 적금 금리를 한 번에 내리지 않고 쪼개서 여러번 내리는 것은 눈속임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은행들은 이번 기준금리 인하로 수익성 악화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은행 관계자는 "예금·대출금리가 계속 떨어지면서 영업의 핵심 지표인 순이자마진(NIM)이 하락해 수익성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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