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고강도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놓고 사적연금 활성화의 신호탄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야권 내부에서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퇴직연금 도입이 사보험 시장 확대로 이어질 것이란 지적이 17일 제기됐다.
앞서 최 부총리가 지난 8월 27일 오는 2016년 300인 이상 기업 퇴직연금 가입 의무화를 천명한 상황에서 공무원연금 개혁안이 강도 높게 이뤄질 경우 사적연금 활성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새정치민주연합 박광온 의원은 이날 기획재정부를 상대로 한 국정감사에 앞서 보도자료를 내고 최 부총리의 작품인 퇴직연금과 관련해 “사적연금 활성화는 제2의 의료민영화”라며 “공적연금 강화가 우선”이라고 날을 세웠다.
특히 박 의원은 기재위가 퇴직연금 도입에 따른 소득대체율 수치 자료를 가지고 있지 않다고 지적하며 “(이것은) 가장 기본적인 자료”라며 “이에 대한 정확한 수치가 없다는 것은 퇴직연금 대책에 대해 국민들이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부분”이라고 꼬집었다.
박 의원에 따르면 의원실이 국감에 앞서 기재위에 퇴직연금 도입 후 소득대체율의 변화에 대한 자료 요구를 했지만, 기재위 측은 “사전적으로 소득대체율 변화를 예상하는 것은 어렵다”고 답변했다.
◆퇴직연금, 300인 이상 도입률 76% VS 전체 평균 16%
퇴직연금에 대한 기업별 도입률도 도마에 올랐다. 300인 이상 기업의 퇴직연금 도입률은 76%인 반면 기업 전체 평균은 16%에 지나지 않는다고 박 의원은 지적했다. 자금사정이 열악한 중소기업이 퇴직연금을 도입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박 의원은 이와 관련해 “전체 가입률이 16%인 것은 그만큼 자금사정이 충분하지 않았다는 것”이라며 “또한 퇴직금을 사외에 적립해야 한다면 자금 부담이 불가피한데 기재부의 지원으로는 가능성이 적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대신 재벌 기업들은 수조원에 달하는 기금형 펀드를 자회사를 통해 직접 운용할 수 있게 됐다”며 “현재 퇴직연금 시장 규모는 현재 약 87조인데, 전문가들은 2030년이 되면 900조로 예상하고 있다. 이는 재벌 기업들에 지금과 비교할 수 없는 새로운 수익이 생긴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퇴직연금을 도입한 정부가 위험자산의 보유 한도 비율을 70%(기존 40%)까지 확대했다.
실제 미국의 퇴직연금 제도인 ‘401K’의 경우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로 다우존스지수가 8000선이 붕괴하면서 약 30% 정도의 손실을 입었다. 퇴직연금의 투자손실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인 셈이다.
박 의원은 “정부가 위험자산 보유 한도를 40%에서 70%로 규제를 풀어줘서 자율적인 투자운용을 열어줬다는 것은 매우 심각한 부분”이라며 “정부가 국민여론의 반대로 민간의료보험을 키우지 못하니 대신 사적연금 시장 활성화를 통해 재벌들의 새로운 수익을 찾아주겠다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간다”고 힐난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진정으로 국민들의 노후보장을 걱정한다면 무엇보다 공적연금을 강화하는 방안을 찾는 것이 먼저”라고 말했다.
한편 안전행정부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정협의에서 새누리당에 앞서 공개된 한국연금학회의 공무원연금 개혁안 보다 더 세진 정부 초안을 보고했다.
앞서 한국연금학회는 지난달 22일 오는 2016년 신규 임용자에 대해선 국민연금과 같은 부담액·수령액을 적용하고, 재직자의 경우 같은 시기 단계적으로 납입액 43% 인상·수령액 34% 인하로 핵심으로 하는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공개했다.
하지만 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공노) 등 공무원노조가 정부의 당사자 배제 원칙에 강하게 반발, 향후 정부와 공무원노조 간 대충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