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지 기자간담회가 20일 서울 삼성동 그랜드인터컨티넨탈 그랜드볼룸에서 열렸다.
서태지는 1992년 첫 가요계에 발 디딘 후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며 한국 대중가요 발전에 이바지했다. 파급력의 유효함은 이날 200여 명 취재진들의 열기가 입증했다.
서태지와 아이들에서 솔로로 변모하며 록 음악을 추구해온 그는 이날 발매한 정규 9집 ‘콰이어트 나이트’(Quiet Night)와 관련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서태지는 지난해 5월 배우 이은성과 결혼한 뒤 지난 8월 득녀했다. 아내와 딸은 서태지에게 삶의 큰 변화였고 고스란히 음악에 투영됐다. 잔혹동화 콘셉트 역시 “딸이 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시작했다.
“가정이 생기고 가족들과 함께 지내면서 여유가 생겼다. 행복한 느낌을 받는다. 이 감정이 9집에 담겼다. 현재 내가 하고 싶은 음악이기도 하다.”
특히 반사회적인 곡들을 썼던 서태지가 태교 음악을 수록했다. “수록곡 중 ‘성탄절의 기적’은 임신한 와이프를 들려주려고 만든 음악”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다른 부모들도 어머니와 배속 아이가 함께 들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서태지는 1996년 돌연 그룹 해체를 선언한 이후 2000년부터 시작한 솔로 활동까지 약 800만장의 음반을 판매했다. 뮤직비디오 활성화에 첫 단추를 끼웠으며, 저작권·초상권 개념 확립을 최초 시도했다. 그러나 배우 이지아와 관계 등의 사생활로 그의 업적은 얼룩졌고 좋지 않은 여론과 부딪혀야만 했다.
서태지는 “악플과 씨름한 지는 굉장히 오래됐다”며 “서태지와 아이들 당시에도 언론에 공격을 많이 받았기 때문에 크게 상처를 받거나 하지는 않는다”고 운을 뗐다.
이어 “2000년도에 안티사이트가 생기면서 본격적으로 나의 안티가 만들어졌다”며 “이번 9집에는 안티가 생길 수많은 일이 있었다”고 덤덤하게 말했다. “중요한 건 음악이고 나머지는 가십이라고 생각한다. 시간이 지나면 잊힐 것”이라고 밝혔다.
서태지에게는 여러 수식어가 존재한다. ‘문익점’이나 ‘음악 수익업자’에 대해서는 “일정 부분 맞다”고 인정하면서도 “1990년 초에는 장르에 대한 다양성이 부족했다. 외국에 있던 음악을 들으며 한국에도 이런 장르가 활성화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대표적인 수식어 ‘문화대통령’에 대해서도 솔직한 마음을 털어놨다. “자랑스럽지만 족쇄 같았다. 이 수식어를 누군가 빨리 가져갔으면 좋겠다. 선배로서 흐뭇하게 지켜보고 편안하게 음악하고 싶다.”
그는 돌연 “90년대 서태지의 시대는 끝났다”고 공표했다. 서태지는 “마니아한 음악을 하고 싶었고 그래서 대중을 많이 버리게 됐다”고 고백했다.
그는 “‘울트라맨이야’부터 서태지와 아이들을 좋아했던 팬들 중 다수는 나를 떠났다. 그러나 자연스러운 현상이고 편안하게 음악에 집중하는데 오히려 좋은 일”이라며 “하나의 음악을 두고 호불호가 갈리는 현상이 정말 즐겁다. 앞으로도 팬과 안티의 콜라보레이션이 지속됐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새로운 문화를 창시했던 서태지의 시대는 그의 말처럼 끝났을지 모른다. 그러나 서태지의 온전한 음악성이 평가받고, 또 들려지는 제2의 서태지의 시대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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