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문지훈 기자 = 산업은행이 STX그룹 계열사의 분식회계 가능성이 있었음에도 대출을 실행해줬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21일 산업은행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이상직 의원과 새누리당 김상민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산업은행이 자체 운영하는 분식회계 적발 모니터링 시스템인 '재무이상치 분석 전산시스템'에 STX조선해양과 ㈜STX의 재무이상치가 높은 것으로 추출됐으나 이를 무시하고 대출해줬다.
㈜STX는 2008회계연도, STX조선해양의 경우 2009회계연도 재무이상치가 높은 것으로 추출됐으나 산업은행이 STX조선해양에 신규대출 및 대환대출 등의 방식으로 여신액을 2700억원으로 늘렸다.
이에 대해 이상직 의원은 "STX의 분식회계 혐의가 산업은행 내부 모니터링 시스템에 추출됐음에도 대출한 것은 시스템의 문제이거나 '묻지마'식 특혜대출 중 하나"라며 "STX 부실대출이 13년 만의 산업은행 적자로 이어진 큰 이유인 만큼 국회가 감사원에 감사를 청구해 실상을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상민 의원은 "STX의 주채권은행으로서 이처럼 규모가 큰 여신을 취급할 시에는 더 신중하고 엄격한 운용이 필요하다"며 "산업은행이 STX건에 대해서는 국책은행으로서의 신중한 판단을 내렸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 이 의원과 김 의원은 STX에 대한 대출 이후 산업은행의 사후관리도 부실했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에 따르면 STX조선해양이 산업은행 계좌를 이용해 선수금 464억원을 유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은행은 운영자금 대출 실행 후 대출금이 대출용도 이외의 자금으로 사용됐는지 확인하고 대출 후 3개월 내에 '대출금 사용내역표' 징구 및 6개월 내 해당 내역표 적정성 여부를 점검해야 하지만 이에 대해 모니터링 하지 않았다. 상장기업에 대한 대출의 경우 사후점검 제외 대상이라는 이유 때문이다.
이 의원은 "재무상황 등이 좋지 않은 기업에 대출을 해줄 때에는 돈이 다른 곳으로 유용되지 않고 제대로 사용되도록 자금관리를 타이트하게 해 기업을 살리는 게 주채권은행의 임무"라며 "산업은행은 주채권은행으로서 권한과 책임을 내려놨다"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조선업계 특성상 선수금을 본래 목적이 아닌 다른 곳에 사용하는 게 어느 정도 이해되는 일이기는 하지만 선수금의 운용 내역에 대한 관리와 추적은 필요한 일"이라며 "선수금을 유용하는 일에 대한 억제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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