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상하이발(發) 개헌 발언으로 대통령 권력구조 논의에 물꼬가 트이면서 여야 차기 대권 주자들도 저마다 정치적 셈법 마련에 돌입했다. 여의도발 개헌 논의가 ‘시계제로’에 빠진 것이다.
87년에 만들어진 헌법의 개정 당위성에는 공감대를 형성한 여야 차기 대권 주자들도 정치적 이해득실에 따라 개헌 방정식이 상이한 데다 ‘국민적 여론’ 등이 더해지면서 개헌 논의가 고차 방정식으로 격상됐다.
21일 아주경제가 직·간접적으로 여야 대선 주자 10인의 개헌에 대한 입장을 확인한 결과, 각론의 화약고인 ‘개헌 내용’과 관련해선 미묘한 이견 차를 보였다.
차기 권력 선점을 위한 ‘형식적 유리함’과 국민적 담론과 만나는 ‘여론상 유리함’을 동시에 고려한 까닭이다. ‘판 흔들기 아니면 판 깨기’인 개헌 논의의 합의점 도출에 험로가 예상되는 대목이다.
◆비박 金·李, 이원집정부제 찬성 VS 김문수 ‘개헌 논의’ 반대
먼저 집권여당 내부에선 김 대표를 필두로 한 개헌파와 비(非)개헌파로 나뉘었다. 개헌파에는 비박(비박근혜)계인 이재오 의원과 정몽준 전 의원, 남경필 경기도지사 등 광역자치단체장이 포함됐다. 김문수 보수혁신특별위원회 위원장만이 개헌 논의에 반대했다.
개헌파에서도 방법론을 놓고는 ‘동상이몽’ 형태를 보였다. 김 대표 등은 대통령제와 내각제의 결합인 ‘이원집정부제’를 찬성하는 반면 남 지사 등 광역자체단체장은 분권형 개헌을 선호했다.
김 대표가 ‘권력 분점’를 핵심으로 하는 이원집정부제를 주장하는 것은 87년 체제의 한계를 고리로 박근혜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려는 의도로 보인다. 일종의 현재 권력의 ‘판 깨기’를 통해 정계개편의 불쏘시개로 쓰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광역자치단체장인 남 지사 등은 지방자체분권과 맞닿아있는 분권형을 지지했다. 차기 대권에 한발 다가선 대권 주자들은 ‘판 흔들기’용인 이원집정부제를, 차차기에 가까운 남 지사 등은 자신의 강점을 극대화할 수 있는 분권형을 선호한 셈이다.
반면 비개헌론자인 김 위원장은 개헌과 관련, “5년 단임 대통령제 헌법은 국민들이 쟁취한 것”이라며 5년 단임제에 대한 지지를 보냈다. 표면상으로는 제왕적 대통령제는 제도의 문제가 아닌 ‘통치자의 문제’라는 인식에서다.
다만 속내는 박 대통령의 개헌 가이드라인으로 김 대표마저 ‘로우키(Low-key) 전략을 쓰는 상황에서 개헌 논의를 이어갈 경우 자칫 총대를 떠안을 가능성이 높은 당내 상황과 무관치 않다. 당내 김문수계가 ‘비교 열위’인 상황에서 침묵 모드가 가장 효율적인 정치적 스탠스라는 얘기다.
◆野, 문재인 ‘4년 중임제’ VS 안철수 ‘시기상조론’
야권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새정치민주연합 친노(친노무현)그룹 좌장인 문재인 의원은 4년 중임제와 정·부통령제를, 6·4 지방선거에서 대권의 급행 열차를 탄 박원순 서울시장은 4년 중임제를 각각 선호했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이날 아주경제와 통화에서 야권의 강력한 대권 주자들이 4년 중임제를 선호한 것과 관련, “박 시장은 (8년간 집권을 통해) 서울시장 경험의 업적을 평가받고, 문 의원은 과거 노무현 정부가 5년 단임제로 끝나면서 제대로 된 평가를 못 받았다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새정치연합의 차기 당권 주자인 정세균 의원은 개헌에는 찬성하되, 정치인의 안 보다는 국민적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이고 안희정 충남도지사 등은 분권형을 선호했다.
반면 같은 당 안철수 전 공동대표의 경우 정치권의 개헌 논의에 선을 그으며 시기상조론을 들고 나왔다. 안 전 대표 측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국감 상황에선 입법부의 피감기관 감사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을 아꼈다.
변수는 개헌 논의 불가에 쐐기를 박은 박 대통령과 국민여론이다. 배 본부장은 “개헌을 놓고 당청 간, 정당 간 갈등 구조가 되면 국민들은 새로운 헌법 체제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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