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정광연 기자= 이른바 제3차 산업혁명으로 일컬어지는 ‘디지털 혁명’이 ‘고용 감소’를 불러올 수 있다는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의 주장에 대한 반론이 거세지고 있다.
이주열 한은 총재가 21일 경제동향간담회에서 밝힌 “디지털 혁명이 오히려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지 못할 수 있다”는 발언을 두고 반박론이 잇따르면서 ‘디지털 혁명’과 ‘고용 창출’을 둘러싼 논쟁이 가열되는 양상이다.
이날 경제동향간담회에 참석한 하태형 현대경제연구원장은 “전화기, 금속활자 등 역사적인 발명이 나왔을 때 쓸데없는 발명을 했다는 등 비판이 쏟아졌지만 사실 지금 보면 우스꽝스러운 얘기에 불과하다”며 ‘디지털 혁명’이 일자리 감소를 가져올 수 있다는 이 총재 발언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지난 20∼30년 동안 정보통신기술(ICT) 발전으로 없어진 일자리가 엄청나게 많다”는 이 총재의 지적에도 업계 관계자들은 곱지 않은 시각이다. 정보통신기술의 발전으로 새롭게 생겨난 일자리를 지나치게 간과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 섞인 시선이다.
최성진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사무국장은 “디지털 혁명으로 고전적 일자리가 줄어들면 그만큼 새로운 일자리가 생겨나는 것은 당연하고 과연 어느 일자리가 더 미래지향적인지를 살펴야 한다”며 "이를 주도하기 위해서는 국가 차원의 투자와 규제 완화가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디지털 혁명’ 이후 탄생한 주요 IT 기업들의 경우 구글 5만여명, 애플 8만여명 등 전통적인 대기업들 못지 않은 고용 규모를 나타냈다. 특히 애플의 경우 글로벌 플랫폼으로 성장한 애플 앱스토어로 인한 직‧간접 고용 창출 효과가 유럽에서만 65만명 이상으로 평가받고 있다.
구글의 대항마로 급성장한 중국 바이두의 서루사 공공부문 총경리 역시 “베이징 본사에만 5000명이 근무하고 있고 전체 직원은 4만명을 넘어섰다”며 “지난 2008년 전략목표로 삼은 국제화에 맞춰 이미 일본, 브라질, 이집트, 태국, 인도네시아, 베트남, 사우디아라비아, 한국 등 8곳에 진출했다”며 현지화를 통한 글로벌 고용 확대를 자신하기도 했다.
정보통신기술의 미래로 평가받는 사물인터넷 시대가 본격적으로 도래하면 더욱 방대한 신규 일자리 창출이 가능할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최근 부산에서 개최된 ‘2014 부산 정보통신기술 장관회의’에서 최양희 미래부 장관은 “ICT의 발전이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촉진하고 사물인터넷(IoT) 등의 확산이 사회·경제적 파급효과로 이어질 것을 기대한다”며 “이번 장관회의가 ‘인간을 널리 이롭게 하는 ICT’의 근원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장관회의에 참석한 세계 50여개국 참석 장·차관들이 ICT의 미래 역할과 방향을 제시하는 내용 등을 담은 ‘부산선언문’을 공동으로 채택한 것은 최 장관의 발언처럼 ‘디지털 혁명’이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에 상당한 기여를 할 수 있다는 세계적인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방증으로 풀이된다.
익명을 요구한 정부 관계자는 "한마디로 난센스다. 시장의 신뢰를 얻어야 할 경제수장의 위치에서 신중치 못한 발언"이라며 "자칫하면 현 정부의 경제 패러다임인 창조경제를 전면으로 부정하는 모양새로 비춰질 수도 있다"고 불편함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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