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박근혜 정부 집권 2년차 화약고인 ‘공무원연금 개혁 방안’의 주체와 시기 등을 놓고 당정청이 엇박자를 내는 사이, 제1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이 ‘수정안’을 제시하며 대립각을 세웠다.
공무원연금 개혁이 당정청과 여야는 물론 공무원과 비공무원, 현직 공무원과 퇴직 공무원 간 갈등 국면으로 접어든 상황에서 새정치연합이 정부의 안을 거부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이에 따라 향후 연말 정국에서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둘러싼 여야의 갈등이 극에 달할 전망이다.
새정치연합 안규백 원내수석부대표는 22일 YTN라디오 ‘신율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공무원 연금 개혁 방안과 관련, ‘더 내고, 더 받는’ 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더 내고 덜 받는’ 정부의 안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셈이다.
안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미 당 내부에 공무원연금 개혁특위가 가동되고 있다”며 “정부안에 비해 납입과 수령액을 동시에 높이는 방향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는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인 공무원연금 개혁안에 소극적이라는 비판을 불식시키는 한편 당정청 갈등 사이를 치고 들어가 공적연금 개혁안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사전포석으로 분석된다.
실제 당정청은 정국 최대 화약고인 공무원연금 개혁안 시기 등을 놓고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이전투구만 벌이고 있다. 청와대가 공무원연금 개혁안의 ‘연내 처리’를 주장하자 새누리당 내부에선 ‘장기적인 과제’라고 맞불을 놨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도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중진연석회의에서 “공무원연금 개혁 문제는 더 이상 공무원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 모두의 문제”라고 말했다. 원론적인 발언이지만, 국민 모두의 문제인 점을 강조하면서 사실상 연내 처리는 어렵다는 점을 피력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거듭 “국회에서는 여야가 같이 연금개혁과 더불어 공무원들에 대한 보수 및 인사제도 등 각종 공직자 사기대책을 지속적으로 보완·발전시키는 정책도 반드시 병행해야 한다”고 속도조절론을 내세웠다.
문제는 공무원연금 개혁안의 여야 합의 과정이 ‘산 넘어 산’이라는 데 있다. 누적적자가 9조8000억원에 달한 공무원연금 개혁의 당위성은 긍정하더라도 범위, 시기 등을 놓고는 첨예한 이해관계에 빠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안 원내수석부대표도 “지난해 2조원의 마이너스가 났다”면서도 “더 내고 더 받는 수정안을 준비 중”이라고 강조했다. 공적연금에 칼을 대더라도 정부의 뜻대로는 하지 않겠다는 점을 천명한 셈이다.
그러면서 “워낙 방대한 내용이고 이해관계가 첨예하기 때문에 권위 있는 분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청취한 다음에 국민적 공감대를 고려해 결정할 것”이라며 사실상 학계와 전문가, 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공노) 등 각계각층이 참여한 위원회에서 합의점을 도출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안전행정부는 지난 17일 국회에서 열린 당정 협의에서 ‘보험료 43% 인상-연금 수급액 34% 인하’를 골자로 하는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새누리당에 보고했다.
하지만 새누리당 주호영 정책위의장은 당정회의 직후 기자들을 만나 “흡족하지 않다”며 사실상 수정안을 요구, 여권 내부에서도 공무원연금 개혁안의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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