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정광연 기자 =삼성전자가 모바일 송금 서비스를 선언하며 다음카카오와 정면 승부를 선언했다. 모바일 금융 시장의 핵심으로 떠오른 ‘모바일 지갑’의 패권을 두고 양사의 경쟁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휴대폰 결제서비스업체 옐로페이와 함께 모바일 송금 서비스를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의 모바일 송금 서비스는 지난해 9월 공개된 삼성월렛 애플리케이션에 옐로페이 서비스를 추가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송금 한도는 일 30만원이며 한 달 최대 200만원까지 송금이 가능하다.
삼성월렛에 모바일 송금 기능이 추가될 경우 파급력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기존의 삼성월렛은 멤버십 카드나 쿠폰 등을 관리하는 제한된 수준의 전자기갑 서비스지만 삼성전자의 주력 스마트폰인 갤럭시 노트4와 갤럭시 S5 등에 기본 탑재, 고객 접근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옐로페이 역시 국민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농협, 씨티은행, 우체국 등과 제휴해 이미 송금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어 삼성월렛과의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모바일 송금 서비스를 준비 중”이라면서도 “서비스 시작 날짜는 정해지지 않았으며 소액결제가 아닌 송금 서비스만 진행할 계획”이라는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삼성전자가 삼성월렛을 통해 모바일 송금 서비스를 본격화하면 ‘모바일 지갑’ 시장을 두고 다음카카오와의 격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미 카카오페이를 통해 시장을 선점한 다음카카오 역시 10월말 송금 및 소액 결제 서비스인 뱅크월렛카카오 출시를 준비중이다.
카카오페이는 국민 메신저로 자리잡은 카카오톡에 신용카드 정보와 결제 비밀번호를 등록해 사용하는 모바일 간편결제 서비스다. 금융감독원 보안 ‘가군’ 인증을 받은 국내 유일의 결제솔루션인 LG CNS의 엠페이를 적용해 안정성 논란을 상당 부분 해소했다는 평가다.
카카오페이의 성장세는 기대 이상이다. 지난 9월 출시 이후 한달만에 가입자 수 120만명을 돌파했으며 일일 최대 30만명이 추가 가입하는 등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
이미 KB국민카드, 삼성카드, 현대카드, BC카드. 롯데카드 등 국내 대형 카드사 절반 이상에 카카오페이 참여를 확정한 상태며 LG CNS와의 협력으로 5대 홈쇼핑에 이어 소셜커머스 위메프, 배달의민족·요기요·배달통의 3대 배달앱, 홈플러스, 세븐일레븐 등 대형마트와 편의점까지 가맹점을 확대하고 있다.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으로 10만원까지 송금·결제할 수 있는 뱅크월렛카카오는 10월말 출시가 유력하다.
소액 송금 및 온·오프라인 소액 결제, 은행 자동화기기(CD·ATM) 이용 등 3가지 기능을 핵심으로 한 뱅크월렛카카오는 기존 은행계좌와 연계한 가상 전자지갑을 만들어 최대 50만원을 ‘뱅크머니’로 충전해 쓸 수 있다.
충전된 뱅크머니는 하루 10만원까지 송금할 수 있고 송금과 입금 이력도 조회가 가능하다. 여기에 송금 대상을 자신의 스마트폰에 연락처가 등록된 사람으로 제한하고 부정 사용을 방지하기 위한 ‘투 채널 인증’ 제도가 적용하는 등 보안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업계에서는 다음카카오가 카카오페이와 뱅크월렛카카오를 통해 간편결제와 모바일 송금 서비스를 모두 확보한데 비해 삼성전자의 삼성월렛은 멤버십 및 쿠폰 관리와 모바일 송금 서비스만 가능하는 점에서 다음카카오의 우세를 조심스럽게 점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사이버 검열’ 논란에 대한 대처 미흡으로 다음카카오가 고객 신뢰를 상당 부분을 잃었다는 점은 변수다. 기업에 대한 신뢰도 하락이 부가 서비스 외면으로 이어질 경우 회복하기 어려운 타격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다음카카오의 카카오페이와 뱅크월렛카카오, 삼성전자의 삼성월렛 모두 차별화된 강점을 지니고 있어 예측하기 어려운 승부가 예상된다”며 “두 기업의 격돌이 국내 모바일 금융 시장의 확대로 이어지기를 바란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