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기획재정부·공정거래위원회 등 관련기관에 따르면 일부 정치권은 라면·과자 제조·판매사들이 공동으로 상품가격을 공동 인상했거나 가격결정을 제한했다는 의혹 제기에 나섰다. 이에 따라 공정위도 담합 요인이 작용했는지 여부를 인지하기 위한 내부적 검토에 착수한다.
최근 가공식품 가격이 비싸지면서 업체들이 상품가격을 일정 수준 인상키로 합의하는 등 담합 의혹이 불거지고 있는 상황이다.
때마침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이만우 의원(새누리당)이 기재부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를 통해 식품업계의 독과점 경쟁구조 및 유통과정상 부당인상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반면 지난달 옥수수 등 해외 곡물 가격은 지난 2012년 1월과 비교해 크게 낮아지는 등 생산에 필요한 원료 값은 떨어졌다. 환율 면에서도 달러당 1160원이던 것이 1020원대로 하락해 수입 가격도 싸다.
그럼에도 라면·과자 등 가공식품 업체들의 상품가격 인상 요인은 담합에 있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시장경제 파수꾼인 공정위도 라면·과자 등 가공식품 업체들의 상품가격 인상과 관련한 내부적 검토를 고민하고 있다.
일부 매체들은 공정위가 라면·과자 등 업종의 가격 담합 정황을 포착했다고 발표했으나 담합 가능성 여부를 먼저 인지 한 후 추가적인 조치에 나설 수 있다는 게 공정위 고위 관계자의 설명이다.
하지만 담합 의혹만 증폭될 뿐 객관적인 증거를 잡기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담합 사건 조사의 경우는 통상 1년 넘는 시간이 소요되는 등 구체적인 증거 잡기가 까다로운데다, 국내 식품기업 시장은 더욱 교묘한 방식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처럼 업체 임직원들이 특정장소에 모여 담합을 모의하기 보단 식품 선두업체가 가격을 먼저 올린 후 후자업체들이 도미노처럼 따라간다.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이른바 간접적인 담합을 조장해 가격을 인상하는 구조가 두드려지고 있는 셈이다.
지난 2001년부터 2010년 2월까지 총 6차례에 걸쳐 담합한 농심·오뚜기·삼양식품·한국야쿠르트 등 4개 라면 업체에 대해 공정위 처벌 건도 과징금을 부과하기까지 3년의 조사기간이 소요됐다.
객관적인 증거를 잡기 어려운 업체 간 담합행위는 리니언시(자진신고) 제도가 효과적이나 식품업계는 이도 마땅치 않는 밀집구조다.
담합 정황을 잡아도 다른 분야와 달리 식품업계는 발뺌의 달인으로 불린다. 당시 담합을 주도한 업체로 지목된 농심은 담합 사실이 담긴 증거를 제시한 공정위 조사에서 ‘담합 사실이 없다’는 말만 되풀이할 정도였다. 결국 불복 소송으로 이어졌고 서울고법 행정2부는 ‘과징금은 정당하다’며 공정위의 손을 들어줬다.
이만우 의원은 지난 국감에서 “가공식품가격의 인상은 서민물가와 직결된다”며 “재정당국은 식품업계의 독과점 경쟁구조 및 유통과정에서 부당한 인상요인은 없는지 등 철저한 원인 분석 및 신속한 가공식품 물가안정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1차 조사 착수와 관련해 “라면·과자 등 업종의 가격 담합 정황을 포착했다는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며 “국감에서 지적받은 내용을 벌써 1차 조사까지 할 수는 없다. 다만 담합 요인이 작용했는지 여부는 내부적으로 검토해 볼 필요는 있다는 게 실무진의 판단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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