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석유선 기자 = ‘무대(무성 대장)’가 당 안팎에서 뭇매를 맞고 있다.
지난 7.30 재보선의 압도적 승리, 세월호법 협상 타결, 국회 정상화의 수순을 밟아왔던 김 대표에게 최근 일주일은 하루도 편한 날이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방중 일정 마지막날인 지난 16일 소위 '개헌 봇물' 발언으로 청와대 심기를 건드렸던 김 대표는 다음날 대통령에게 사과를 표하면서 사태를 일단락시키는 듯 보였다.
취임 초기부터 당청의 수평적 관계를 주장했던 그가 결국 청와대 눈치보기로 돌아섰다는 분석으로 뚝심의 ‘무대’ 이미지도 크게 희석됐다는 분석이 나오던 참이었다.
그러다 김무성 대표는 취임 100일을 갓 넘긴 23일, 이번엔 당내에서 전혀 예상치 못한 위기를 맞았다.
당내 비주류로 분류되는 김태호 의원이 이날 돌연 ‘최고위원직 사퇴’라는 폭탄을 던진 것이다.
김 의원은 지난 7·14 전당대회에서 3위 득표자로 최고위에 입성했다. 경남지사를 지내고 전임 이명박 정부 시절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되는 등 재선임에도 여권의 차기 주자로 분류된다.
김태호 의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에 참석해 “국회가 도대체 무엇을 하는 곳인지, 무엇을 할 수 있는 곳인지, 밥만 축내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면서 “나 자신부터 반성하고 뉘우친다는 차원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사퇴 밖에) 아무 것도 없다”면서 최고위원직을 내던졌다.
그러면서 “대통령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국회를 향해 ‘경제활성화 법안만 제발 좀 통과시켜달라. 시기가 있다. 지금이 바로 골든타임’이라고 애절하게 말씀해왔다”면서 “그런데 국회에서 어떻게 부응했는지 돌아봐야 한다”고 비판했다.
표면적으로는 국회의원으로서 무능함과 박 대통령이 강조한 ‘경제활성화 법안 통과의 시급함’을 역설한 듯 보였다.
하지만 김 의원은 이날 최고위 말미에 “국회는 개헌이 골든타임이라고 하면서 대통령한테 염장을 질렀다”고 말해, 이날 최고위원직 사퇴는 여권발 개헌론을 촉발시킨 장본인인 김 대표를 겨냥한 직격탄임 알 수 있게 했다.
문제는 김태호 의원에서 비롯된 최고위원직 사퇴가 다른 최고위원으로까지 연쇄적으로 일어날 경우, 김무성 체제는 출범 100일을 맞자마자 당내 균열은 물론 지도부 리더십에 큰 상처를 입게 된다는 점이다.
만약 친박 주류인 서청원·이정현 최고위원 등이 김 의원처럼 박근혜 정부의 주요 과제 추진이 지지부진 하다는 이유로 잇달아 사퇴하면, 과거 관행에 따라 지도부 전원이 물러나고 전당대회를 다시 해야 하는 최악의 상황에 봉착할 수도 있다.
일각에서는 앞으로 당청 갈등이 증폭되고 또 다른 돌발 변수가 돌출하면 김 최고위원의 사퇴가 비주류가 중심축인 지도부 균열에 기폭제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다만 현재로선 또 다른 최고위원이 사퇴해 김무성 체제가 크게 흔들릴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서청원 최고위원 측은 “김태호 최고위원 개인의 결정인데 지도부에 별다른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무성 대표도 김 최고위원의 사의 표명에 대해 “조금 이해가 안 가는 사퇴인데 설득을 해서 다시 철회하도록 할 것”이라고 의연한 듯한 모습을 보였다.
한편 이날 김태호 의원의 사퇴로 새누리당의 최고위원은 정원 9명 중 7명이 남게 됐다.
새누리당 최고위는 대표 최고위원을 포함한 선출직 5명, 당연직(원내대표, 정책위의장) 2명, 지명직 2명 등 모두 9명으로 구성되는데, 현재 지명직 최고위원은 이정현 최고위원 1명만 채우고 나머지 1명은 공석이다.
당헌·당규상 선출직 최고위원이 사퇴하면 1개월 이내에 전국위원회를 소집해 보궐선거를 해야만 결원을 채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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