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소성모 NH농협은행 스마트금융부장 "핀테크시대, 은행 위기 아닌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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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10-2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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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성모 NH농협은행 스마트금융부장이 지난 22일 서울 중구 NH농협은행 본사에서 아주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제공=NH농협은행]

아주경제 홍성환 기자= "핀테크(fintech) 기업들 때문에 은행이 존폐의 위기에 처했다는 우려가 있는데 은행이 없어진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습니다. 은행은 형태만 바뀌어 왔을 뿐 로마시대에도 있었습니다. 핀테크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은행의 계좌가 필요합니다. 오히려 핀테크가 은행의 새로운 먹거리가 될 것입니다."

핀테크(fintech)는 금융(financial)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로 IT기술을 기반으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스마트 시대를 맞아 IT와 금융간 경계가 빠르게 무너지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분기 기준 스마트폰 기반의 모바일뱅킹 등록 고객 수는 4300만명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성모 NH농협은행 스마트금융부장은 26일 서울 중구 농협은행 본사에서 진행된 아주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더욱 편리하고 안전한 금융거래를 요구하는 소비자들의 니즈가 커지면서 스마트폰뱅킹 이용 고객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고객 거래의 90% 이상이 이미 비대면 채널에서 이뤄지고 있으며 쇼핑, 여행, 문화생활 등 생활 패턴이 스마트기기를 통해 이뤄지는 만큼 머지 않아 은행 업무의 대부분이 스마트기기를 통해 이뤄지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 "핀테크, 결제시스템 중심으로 성장세"

IT기업들이 모바일 지급결제 서비스를 중심으로 핀테크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해외에서는 이미 구글, 아마존, 알리바바, 이베이, 애플 등 글로벌 IT공룡들이 모바일 결제 서비스를 선보였다. 국내에서는 다음카카오가 진출한 데 이어 삼성도 문을 두드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같은 IT기업들의 움직임에 은행들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소성모 부장은 "결제 방법이 다양해지면서 은행 이외의 기업들도 결제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면서 "예전에는 상품을 현금으로 사거나 은행 결제 계좌로 입금했지만 지금은 온라인상에서 보고 바로 결제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따라서 앞으로 핀테크 기술을 활용한 결제시스템이 은행의 가장 큰 먹거리가 될 것"이라며 "먼저 그 시장을 선점한 은행이 관련 시스템을 다른 기업들에게 판매하거나 빌려줘서 수입을 올릴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특히 그는 은행과 IT기업간의 경쟁보다는 협력이 더 중요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소 부장은 "결제시스템을 개발하는 데 있어서 은행이 100% 하는 것도 있고 외부 기업이 만든 것을 사오는 것도 있다. 또 은행과 기업이 공동으로 개발하는 방법이 있다. 이것이 바로 핀테크 방식이고 앞으로는 이같은 공동 개발이 중요해질 것"이라며 "은행이 시스템에 대한 아이디어와 개발 자금을 제공하고 IT업체가 기술력을 바탕으로 시스템을 제작하게 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1억원짜리 기술이 100억원의 수익을 낼 수도 있고 수익을 내지 못하고 사라질 수도 있다"면서 "단순히 기술만 가지고는 결제기능을 모두 할 수 없기 때문에 금융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은행과의 협업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즉, IT기업은 은행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 수백억원에 달하는 투자비용을 아낄 수 있고, 은행은 시스템 개발 시간을 단축할 수 있어 일석이조라는 설명이다. 이를 위해 NH농협은행은 내년에 20억원에 달하는 예산을 편성할 계획이다.

특히 소 부장은 한국이 핀테크 시장이 성장할 수 있는 최고의 환경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중국의 알리페이를 보고 우리나라의 결제시장이 뒤쳐졌다고 지적하는 것은 금융환경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라며 "알리페이가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아직 스마트폰 기반 결제시스템이 멀었고, 카드 보급률이 20%에 불과하기 때문인 만큼 단순히 비교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강조했다.

◆ "은행의 생명의 신뢰… 신뢰는 보안에서 나온다"

스마트금융의 비중이 점점 커지고 있는 가운데 보안문제가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상황이다. 실제로 최근 1년간 국내 금융사들은 고객 정보 유출 등 보안 문제로 인해 신뢰를 크게 잃었다. 이에 소 부장은 "보안문제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강조한다.

소 부장은 "사실 은행에서는 하이테크가 필요하지 않다. 하이테크는 통신사와 제조사가 할 일이다. 은행은 그 기술을 활용해 사고 없이 고객에게 안전한 금융기능을 제공하는 것"이라며 "은행의 생명은 신뢰이고, 신뢰를 담보하는 것이 바로 보안"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최근 은행의 고객 정보를 범죄에 이용하려는 사람들로 인해 보안이 손상되고 있다"면서 "이에 NH농협은행은 스매싱, 파밍, 메모리 해킹 등의 방법에 따른 솔루션을 각각 체계적으로 마련해놓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그는 NH농협은행의 보안 체계에 대해 자신감을 나타냈다. 다른 은행들과 비교해서도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소 부장은 "실제로 지난해 많이 발생했던 메모리 해킹의 원인을 규명하고 가장 먼저 막은 것이 농협은행이고 우리의 모델을 다른 은행들도 활용했다"면서 "그 영향으로 올 들어 메모리 해킹이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다만 "미래는 누구도 보장할 수 없고, 사이버 세계에서는 블랙해커와 화이트해커가 항상 싸우고 있다"면서 "새로운 해킹 방법이 나오면 그것을 얼마나 빨리 막느냐는 것이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인터넷 전문은행 이야기도 계속 나오고 있는데, 결국 신뢰와 안전이 기반된 인터넷 은행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 스마트금융에 따른 은행산업 변화 사회적 합의도 필요

소 부장은 스마트금융의 성장에 따른 우려도 나타냈다. 스마트금융의 등장으로 가까운 미래에 오프라인 점포와 ATM(현금인출기)가 큰 폭으로 감소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은행들이 구조조정에 직면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소성모 부장은 "지금의 기술과 수준으로 스마트금융이 계속 발전하면 은행은 구조조정을 할 수 밖에 없다"면서 "이미 은행들이 점포와 ATM을 줄이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본의 예를 봐도 점포와 ATM은 어느 정도 감소가 불가피하다"면서 "일본도 지난 10년간 점포가 3분의 1로 줄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부분에서는 은행 조직원과 사회적인 합의가 필요하다"면서 "은행 직원들의 일자리가 없어지는 것은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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