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 송사 '덕분'에 수명 길어진 임원들 '속으로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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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10-27 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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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김지나 기자= 일부 기업 임원들이 오너 송사 '덕'에 임기가 늘어나고 있다.

임원들이 오너 재판에서 불리한 증언을 하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회사에서 해당 임원 임기를 늘리는 한편 오너가 구속 수감 중인 기업은 임원의 신규 선임을 미루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일각에서는 일부 경영 능력이 떨어지는 임원 임기가 길어지면서 회사 경영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는 우려도 제기하고 있다.

◆"임원 자르면 재판에서 불리한 증언 할까봐"

26일 재계 관계자에 따르면 "오너 재판의 증인으로 참석하는 임원은 오너의 재판이 마무리되기 전까지 회사에서 자르지 못 한다"며 "이들이 회사를 나갈 경우 재판에서 불리한 증언을 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한화는 작년 말까지만 해도 5년 이상 임기를 넘긴 임원(등기임원 기준) 비율이 60%를 넘어섰기만 올해(6월말 기준) 들어 김승연 회장이 집행유예를 선고 받아 풀려난 후 그 비율은 13%로 급감했다.

지난 2010년 한화그룹 비자금 의혹 수사로 검찰에 소환 조사를 받았던 한권태, 김수기 씨 등은 한화에서 5년 넘게 임원으로 있었다.

이에 대해 한화그룹 관계자는 "임원 평가는 객관적인 지표를 통해 이뤄졌고, 올해 2월 회장님이 재판이 마무리되기 전 이미 작년 12월에 그 결과가 났다"며 "임원 인사는 재판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금호그룹의 아시아나항공은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과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의 형제간 경영권 분쟁에 휘말려 있는 기업이다.

이곳에선 한창수, 임인택, 정창영 씨 등 박삼구 회장 측 인물들이 5년 이상 임원직을 수행하고 있다.

금호석유화학 측은 3월 열린 아시아나항공 주주총회에서 한 씨에 대한 사내이사 선임 안에 반대 의사를 밝혔고, 정 씨에 대해선 4월 법원에 직무집행 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기도 했다.

금호그룹 계열사 관계자는 "금호그룹과 같이 경영권 분쟁 등으로 양 측이 극명하게 갈릴 경우 재판에 영향을 미치는 임원을 자르긴 어렵다"며 "그 임원을 자르면 상대편에 서 재판에 불리한 증언을 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윤진수 한국기업지배구조원 박사는 "오너 재판 때문에 임원 임기를 보훈성으로 연장시키면 경영 능력이 좋지 않은 임원도 재선임 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며 "이 경우 회사의 경영 악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꼬집었다.

◆"오너 부재 위기상황 속 임원 인사 미뤄져"

오너가 구속 수감 중인 기업의 경우 오너가 부재한 상황에 이미 회사 경영에 익숙한 임원 임기를 연장시켜 오너 리스크를 최소화 하고 있다는 주장도 있다.

SK는 최태원 회장이 징역 4년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가운데 권오룡, 박세훈 씨 등 전체 임원 4명 중 2명이 임기 5년 이상을 넘기고 있다.

윤 박사는 "임원 인사는 무엇보다 오너의 결정이 가장 중요하다"며 "오너가 부재한 상황에 임원 인사는 제약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신규 임원이 선임되면 통상 적극적인 사업 추진이 이뤄지지만 오너가 부재한 상황에 해외 사업 투자나 대규모 사업 참가는 어렵다"며 "임원의 신규 선임 후 결국 타임 갭이 발생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SK는 오너 공백이 길어지며 집행되지 않은 투자 예산이 늘고 있다.

SK에 따르면 그룹 전체 투자 예산 중 집행되지 않은 예산은 2011년 1조5000억원에서 2012년 2조5000억원, 2013년 3조6000억원으로 늘었다.

2년 사이 미집행 된 투자 예산 규모가 2배 넘게 늘어난 것이다.

한편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기업에 오너가 자리를 지키고 있으면 그 오너 중심으로 임원들은 줄을 선다"며 "하지만 오너 공백 상황에선 다른 힘 있는 '라인'을 찾아 나선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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