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호, 골든타임 키를 잡아라②] "가로막힌 경제살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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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10-27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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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감소하는 등록규제·덩어리규제 국회 계류…규제 완화 '엉터리'

  • 정부와 국회 여야간 따로국밥…골든타임 기로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국정감사가 열린 가운데 관계 부처 공무원들이 국정감사장 로비에서 분주히 업무를 보고 있다.[사진=남궁진웅 기자 timeid@]


아주경제 이규하 기자 =정부가 경제혁신 3개년 계획과 규제개혁 두 마리 토끼를 추진하면서 경제 체질개선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정부의 대대적인 경기부양책에도 불구하고 우리 경제의 저성장·저물가의 우려가 커지는 등 내년 성장기조에 빨간불을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도 네거티브 방식인 규제를 시장상황 변화와 국제적 기준에 맞도록 개선 방향을 잡는 등 규제 개선 추진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여야 간의 힘겨루기에 따른 국회 공전은 규제적정화 통과를 어렵게 하는 등 계류기간이 더욱 길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정부의 규제완화책인 등록규제는 감소세를 전환하고 있지만 서비스산업발전 기본법 등 경제활성화 법안이 담긴 이른바 ‘덩어리 규제’는 여전히 국회 계류이어서 경제 체질개선을 위한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 규제개혁 어디까지 왔나?

그동안 정부는 중소기업활동을 가로막는 규제인 '손톱 밑의 가시 뽑기'를 천명한 바 있다. 정부와 대한상공회의소·중소기업중앙회로 구성된 민관합동규제개선추진단의 탄생 배경도 규제다듬질을 위한 대장장이 격이다. 현재까지 민관합동규제개선추진단은 손톱 밑 가시 2·3차 과제로 뽑은 196건 중 86건을 개선했다. 이 중에는 법률 개정이 필요한 규제도 포함되는 등 국회 심의중인 12건의 과제가 남은 상태다.

대부분 기업 경쟁력을 저해하는 투자·무역·입지 규제 개선, 국민 불편을 초래하는 영업 등 규제 개선, 시대에 뒤떨어진 획일·중복 규제 개선 등이 담겨있다. 또 각 분야 제도의 시장적합성 제고 및 기업의 자율성 확대 등을 위한 규제개선방안에 공정거래위원회 소관 분야 제도도 발 빠른 입법예고를 추진하고 있다.

공정위는 기업결합 신고 면제대상 확대, 대기업 공시제도 개선, 사건처리절차 법제화 등 15개 과제의 규제적정화를 발표하고 법률 개정이 필요한 11개 과제의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마련, 입법예고를 완료했다. 공정거래·소비자·기업거래 분야의 규제 개선과제를 조속히 법령 및 하위규정에 반영하고 타부처의 경쟁제한적 규제 및 지방자치단체의 조례·규칙 개선도 연내 추진할 계획이다.

아울러 지난 6월 법무부도 학술·종교·자선·기예·사교 등 비영리사업을 하는 사단·재단법인을 설립할 때 관련 주무관청의 허가를 받도록 규정한 비영리법인을 설립 요건을 완화는 등 민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비영리법인을 설립할 경우 해당 관청의 허가 없이 요건만 충족시키면 세울 수 있는 내용을 담아 정부의 규제개선 의지에 긍정적 시그널을 내비치고 있다.

2014년 규제정보포털 등록규제 가운데 감축·완화규제 현황을 보면 정부는 규제정보포털에 등록된 약 15000여건의 전체 규제 중 464건의 규제를 이미 완화하거나 폐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안전 필수 규제를 제외한 약 11000건의 규제는 연내 10% 감축을 목표로 규제완화를 추진 중이다.

◇ 정부 등록 규제 완화 '엉터리'

문제는 정부의 등록규제완화와 폐지가 '무차별적 규제완화 실적채우기식' '성과경쟁이 불러온 부작용'이 대부분라는 지적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기식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이 공개한 국무조정실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국무조정실이 올해 감축·완화한 규제정보포털 등록 규제 464건 중 355건(75.6%)은 엉터리라고 못박았다.

정상적으로 규정이 완화되거나 폐지된 것이 아닌 ‘오류등록’, ‘중복규제’, ‘이미 폐지된 규제’, ‘규제사무가 아닌 규제들’이라는 것이다. 구체적인 현황을 보면 전체 464건의 감축완화 규제 중 상당수가 지난해 폐지된 기폐지 99건으로 집계됐다.

그 다음으로는 지방자치단체 사무 등 규제사무 아닌 사항을 정비한 비규제 29건, 법 개정 중이나 현행 규제로 등록된 오류등록 10건, 동일 규제 중복 등록 등 216건이 눈가리고 아웅하는 식이다.

사례로 보면 국무조정실에서 폐지됐다고 밝힌 '원자력안전법 105조'는 해당 규정이 폐지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규정의 내용도 ‘방사선안전관리등의 교육훈련에 관한 규정’이 아닌 ‘전국환경방사능감시’규정으로 둔갑됐다.

일반폐지라던 '약사법시행규칙 제95조5'도 존재하지 않는 규정이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엉터리 규제완화는 무차별적 규제완화추진과 실적채우기식 성과경쟁이 불러온 부작용”이라며 “규제완화 이전에 등록된 규제사무부터 전수조사해야 할 것”이라 강조했다.

이는 일률적으로 10%의 할당량을 정하는 등 개별 규제의 필요성과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규제완화가 역효과를 내고 있다는 진단이다. 현 규제완화나 규제비용총량제 도입 등 규제들을 비용으로 환산하고 억제한 발상은 매우 후진적이라는 게 그의 판단이다.

이 때문에 무분별한 규제개혁은 제동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잔존하고 있다. 규제를 폐지하거나 완화하는 경우에도 사회적 비용이나 편익이 유발될 수 있다는 신중론이다. 카드 발행규제 완화나 공산품 안전규제의 완화의 경우는 사회적 편익보다 더 큰 사회적 비용을 초래했다는 평가도 이어진다.

국회 정무위 김기준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규제완화·폐지 때도 신설·강화와 마찬가지로 규제영향분석서 작성 등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법률안을 제출한 상황이다. 김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이 규제를 ‘암 덩어리’로 규정하고 개혁작업에 속도를 올리는 것은 문제가 있다”면서 “정부는 규제개혁이 신중하게 이뤄지도록 규제영향평가 실시는 물론, 국민의견을 충실히 수렴하는 자세를 보여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 규제개혁 정부…여야간 법안을 둘러싼 '동상이몽'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최근 대한민국 경제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하며 민생·경제법안 통과를 이번 정기국회 해결과제로 제시하고 있다. 국감 이후 지지부진한 민생경제 법안을 조속히 처리할 수 있도록 국회가 뒷받침해야한다는 주장에서다.

특히 정부가 지정한 30개 경제중점법안은 경제활성화를 위해 풀어야할 골든타임 기로에 서있다. 이처럼 박근혜 정부가 규제개혁과 경제활성화법안 처리에 사활을 걸고 있지만 국회와 손발이 안 맞는 모습이다. 경제 법안의 조속한 처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있는 반면 민생법안 처리가 우선이라는 양당의 대립각도 불황 탈출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더욱이 국회는 규제를 신설·강화하는 법안을 잇달아 발의하는 등 현 정부의 규제 완화 추진과는 엇박자인 모습도 아이러니다. 발의된 법안 중에는 이른바 ‘착한 규제’도 있지만 일부 법안의 경우 현실성과 실효성이 떨어지는 인기몰이식 규제로 진통이 예상된다.

복병은 또 있다. 골든타임이 개헌으로 쏠리는 국회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로썬 경제 주체들의 심리회복이 바로 경기회복의 모멘텀이나 정부와 국회, 국회 여야가 따로 놀면서 경제살리기는 더욱 뒤숭숭해진 꼴이다.

지난 23일 전격 사퇴한 새누리당 김태호 최고위원은 "국회가 도대체 무엇을 하는 곳인지, 밥만 축내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며 개헌이아닌 경제활성화 법안 통과가 전제돼야한다는 뜻을 분명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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