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국제통상학회 정책포럼] 미·중 패권경쟁 속 한국 통상정책 어디로…'고견(高見)'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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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10-2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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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배인선 기자 =#1. 23일(현지시각) 마국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안보협의회(SCM)에서 양국이 2015년 12월로 예정됐던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시점을 2020년대 중반으로 연기하기로 합의했다.

#2. 같은 날 중국은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의 설립을 공식 선언하고, 중국을 포함해 참가의사를 밝힌 21개 국가 대표들이 모인 자리에서 AIIB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참여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한국과 호주, 인도네시아는 일단 이번 MOU 체결에서 제외됐다.
 

[23일(현지시각) 한미 양국 국방장관이 한미안보협의회를 갖고 전시작전권 전환에 관한 문서에 서명했다(왼쪽). 24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21개국 대표들이 모여 AIIB 양해각서(MOU)에 체결했다.[사진제공:국방부및 중국신문사]]


군사안보·통상·개발 등 전방위에서 벌이고 있는 미·중간 패권쟁탈 속에서 갈팡지팡하고 있는 한국이 전시작전통제권,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 요격 시스템), AIIB,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간 복잡하게 얽혀있는 손익계산을 철저히 해서 시기를 놓치지 않고 우리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실리를 추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2014 한국국제통상학회 추계정책포럼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한국국제통상학회 제공]


이러한 가운데 한국국제통상학회(회장 최대원)가 주최하고 한국무역협회와 아주경제 후원으로 24일 서울 삼성동 한국무역협회에서  ‘중국 및 신흥국의 부상과 신 글로벌 통상체계’라는 주제로 2014 추계정책포럼이 열렸다. 김기홍 부산대 교수, 최대원 한국국제통상학회 회장겸 중국해양대 교수 등이 주제발표를 하고 이재근 산업통상자원부 동북아통상과장, 곽노성 동국대 교수, 이시영 중앙대 교수 등이 토론에 참여해 중국 및 신흥국 부상에 따라 글로벌 통상금융 시스템이 변화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의 대응방안을 놓고 머리를 맞댔다.

전문가들은 4시간 가까이 이어진 열띤 토론에서 최근 중국·브릭스(BRICS: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신흥국 부상으로 전 세계적으로 세계무역기구(WTO) 중심의 다자간 무역질서가 흔들리고 있다는 데에 공감대를 형성하면서도 한국이 과연 주도적으로 신 글로벌 거버넌스 체계에 편입할 수 있을지 등 대응방안에 대해서는 견해가 엇갈렸다. 또 AIIB, RCEP, TPP 등을 둘러싼 미·중간 패권쟁탈 속에서 갈팡지팡하는 한국의 현실에 대한 쓴 소리도 터져 나왔다.

△ 새로운 무역질서속 한국 적극 편입해야

우선 김기홍 교수는 WTO 질서가 흔들리고 있는 가운데 TPP, RCEP 등 지역 경제통합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면서 한국은 미국과 중국의 입장을 모두 고려해야 하는 딜레마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그는 이런 딜레마를 극복하고 중국의 부상을 인정하면서도 미국과의 관계도 고려한 신 국제통상질서 수립을 모색한다는 관점에서 한국이 ‘WTO 2.0(제2기 WTO)’의 시작을 천명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WTO 2.0이란 아시아로의 중심이동이라는 국제무역 현실과 중국의 부상을 인정하면서도 미국의 중요성도 고려한 선진국과 개도국간 균형발전을 인정하는 개념이다. 신흥국 부상으로 흔들리고 있는 다자간무역질서를 복원한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는 게 김 교수의 주장이다.

김 교수는 우선 내달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WTO2.0을 향한 TPP와 RCEP 통합을 주창해 낮은 수준의 합의 가능한 분야의 점진적인 다자무역질서 복원을 제창할 것을 건의했다. 단기적으로 TPP와 RCEP를 아태자유무역지대(FTAAP)로 통합한다는 전제 하에 무역과 금융의 유기적 통합을 지향해 장기적으로는 WTO 2.0 본부를 상징적으로 서울이나 중국 상하이에 유치하고 구체적 방법론을 제시하기 위한 전문가 포럼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최대원 중국 해양대 교수도 우리나라가 그간 WTO와 FTA에 맞춘 단순한 무역정책에서 하루빨리 벗어나 WTO-FTA 기반으로 두고 중국등 신흥국 부상을 염두에 둔 글로벌 거버넌스 시스템으로 하루빨리 진입해  WTO가 다루지 못하고 있는 과학 IT산업 등을 다각적으로 염두에 둔  ‘무역정책 2.0’을 정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현재 전 세계 GDP에서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신흥국 비중이 2050년엔 4분의 3까지 늘어난 반면 미국·유럽연합(EU) 등 선진국 비중은 겨우 25%에 그칠 것이라며 아시아가 향후 세계 경제를 리드할 것이라는 사실은 사실상 ‘노유턴(돌이킬 수 없는)’ 명제라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그 동안 저가 노동력, 풍부한 자금력, 우수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성장한 중국이 이제 글로벌 체제 면에서 입김을 내고 있다며 중국은 더 이상 글로벌 통상체계 ‘팔로워(Follower)’가 아니라 ‘세터(Setter)’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최 교수는 중국이 주도하고 있는 브릭스를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OECD 회원국에 가입돼 있지 않은 브릭스 국가들은 OECD와 여러 면에서 다른 경제코드를 가지고 있다며 이제 우리는 미국·선진국 중심에서 벗어나 중국 신흥국 중심의 통상 정책도 고려해야 하는 여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최 교수는 과거 브레턴우즈체제 산물인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아시아개발은행(ADB)등 주도의 세계 금융질서가 내년부터는 완전히 바뀔 것이라며 최근 부상하고 있는 브릭스 신개발은행(NDB)과 AIIB에 우리나라가 공조하지 않는다면 한국은 글로벌 금융체제에서 끝까지 팔로워로 밀리며 설 자리를 잃을 것이라고도 우려했다.

△ '실리'챙기는 방향으로 나가야

하지만 사실상 한국이 주도적으로 새로운 글로벌 경제질서를 만들어 나가기는 현실적으로 어렵지 않겠냐는 다소 신중한 견해도 나왔다.

곽노성 동국대 교수는 “물론 한국의 빠른 속도로 경제 성장을 이룩하면서 한국의 경제발전이 다른 국가의 경제발전 모델이 될 수는 있지만 한국 경제 규모로 볼 때 규범을 잡아가는 나라로 성장하기는 사실상 힘들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곽 교수는 한국 경제는 세계 경제 질서 변화 속에서 어떻게 정치와 실리를 구분해 실리적으로 접근하느냐가 바로 우리의 선택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이시영 중앙대 교수는 사실상 중국과 FTA 를 체결하는 것이 현재로선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과의 FTA는 높은 개방 단계 수준으로 체결해야 한다며 특히 농수산물 등 민감한 분야도 개방하는 방향으로 적극적으로 다뤄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한국이 중국과 높은 수준의 FTA를 타결한다면 향후 우리 통상정책은 TPP나 RCEP, FTAAP 등 지역간 경제통합 논의에서도 좀 더 느긋하게 수동적으로 참여해도 문제될 것이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재근 산업통상자원부 동북아통상과장은 “정부는 현재 한·중 FTA를 포괄적 수준으로 연내 타결할 것으로 합의하고 TPP 등 다자간 지역 FTA도 적극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 과장은 현재 중국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세 가지 방면에서 중국과의 업무강화에 주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과장은 현재 한·중 정부간 통상채널을 장관급, 실무급 등으로 확대하고, 광둥성·산시성 등 중국 성급 지방정부와의 통상대화 채널 확대하는 한편 산업 분야 협력도 확대해 오는 28일 열리는 한중산업장관회의에서는 자동차·에너지절약·신소재 등 방면에서 논의할 것이며 이는 향후 민·관이 함계 참여하는 협의채널로 확대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 한국국제통상학회 정책포럼 축사
 

(왼쪽부터) 산업통상자원부 우태희 통상교섭실장, 아주경제신문 곽영길 대표, 한국국제통상학회 최대원 회장. [사진=아주경제 ]


△산업통상자원부 우태희 통상교섭실장:

"중국·인도로 대표되는 신흥국들이 커져가는 경제력을 바탕으로 국제적 발언권을 강화하고 있다. 신흥국과 선진국간 갈등으로 도하라운드가 지지부진하는 등 세계무역기구(WTO)가 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해 경제 주요국들은 별도로 양자간 혹은 지역간 협정 등을 추진 중이며, 자유무역이 경제발전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우리나라도 자국 산업의 실리를 극대화 하기 위해 이 같은 행렬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가 미국 유럽연합(EU)에 이어 또 하나의 거대 경제권과 맺는 'FTA의 완결판'으로 한·중 FTA가 매우 중요하다.이를 통해 중국이라는 거대시장을 선점해야 한다. 정부 차원에서도 교섭 통상이 우리나라 경제를 살리는 마중물이 되도록 노력함과 동시에 한국국제통상학회 포럼과 같은 전문가 그룹과도 적극적으로 소통해 국익의 극대화를 위해 노력할 것이다."

△아주경제신문 곽영길 대표:

"이제 '아시아 네 마리용 시대'는 갔고 태평양에서 미국과 맞먹는 대룡인 중국의 시대가 왔지만 우리 정부나 기업은 아직 근시안적 시각으로 대처하는 등 부족한 부분이 있다. 이번 포럼은 정부나 기업에 부족한 부분을 전문가들이 사색하고 고민할 수 있는 사색 대리인의 소중한 자리가 될 것이다.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글로벌 정세 변화로 인해 통상 문제는 이제 단순한 통상의 영역을 넘어서 정치 외교 군사까지 미묘하게 얽혀있는 복잡한 문제가 됐다. 이 자리를 통해 전문가들이 문제 해법을 끌어내고 이를 정치권이나 재계에 전달하길 바란다."

△한국국제통상학회 최대원 회장:

“WTO 출범 이후 18년, WTO 전신인 일반관세교역협정(GATT) 시절을 포함하면 지난 20여년 세월 동안 WTO는 많은 성과를 쌓았지만 전 세계 경제판도가 달라지고 있는 오늘날 기존의 WTO 위주 통상체계를 제고할 여유가 필요하다. 글로벌 경제구도 변화에서 한국은 더 이상 수동적인 자세에서 머물 것이 아니라 체제를 먼저 선점해서 주도적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뜻에서 이번 포럼의 장을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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