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초 현대사를 치열하게 살아간 젊은이의 이야기를 담겠다는 기획의도로 호기롭게 출발했지만, 용두사미로 끝난 SBS 주말드라마 ‘끝없는 사랑’(극본 나연숙‧연출 이현직) 말이다.
37부작으로 종영한 ‘끝없는 사랑’에서 여주인공 서인애(황정음)의 복수는 36회에서야 시작됐다. 영화배우였던 서인애는 학생운동에 앞장서며 ‘한국의 잔다르크’로 추앙받지만, 권력층에게 납치돼 고문과 성적 유린을 당하고 임신한 채 옥살이를 한다. 매회 당하기만 하는 서인애를, 성폭행으로 임신한 아이를 낳아 기르겠다는 서인애를 보며 시청자는 지쳐만 갔다. 36회 동안 당하기만 하다가 후반 2회에서 초고속으로 펼쳐지는 서인애의 복수는 시청자에게 통쾌함을 주기에는 급작스러웠고 극단적이었다.
마지막 회에서는 8년, 15년 총 23년의 세월이 흘렀는데 자막 한 줄로 모든 것을 해결했다. 시대에 맞지 않는 세트장은 생방송급으로 진행되는 제작환경 때문이라고 치자. 보는 이를 화나게 한 것은 최소한의 소품과 의상은 고사하고 배우에게 주름 한줄 그려 넣은 성의조차 보이지 않은 제작진은 무책임함에 있었다.
드라마는 작품 내내 서인애와 한광훈의 사랑보다는 서인애에 대한 한광철의 짝사랑을 비중 있게 다뤘다. 한광훈은 자신의 야망을 위해 서인애를 등졌지만, 한광철은 서인애에게 ‘끝없는 사랑’을 보여줬다. 하지만 서인애는 강간당해 낳은 딸을 살뜰이 보살핀 한광철을 버리고 한광훈을 택했고, 한광철은 서인애의 딸을 키우면서 원수의 딸 김세경과 결혼했다. 서인애의 딸이 한광철을 아빠라고 부르고, 서인애를 엄마라고 불렀지만, 두 사람이 부부가 아니었다는 반전은 황당하지 않을 수 없었다.
복수와 반전으로 신의 한 수를 노렸던 제작진의 노력은 물거품이 됐다. 9.3%(닐슨 코리아 기준)로 막을 내린 ‘끝없는 사랑’. 다소 허무맹랑한 스토리와 개연성 없는 전개는 시청자도 외면하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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