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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강정숙 기자 = 북한이 우리 정부의 대북전단에 대해 소극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며 이를 문제 삼아 2차 고위급 접촉 합의를 재고할 수 있다는 취지의 전통문을 26일 보내왔다. 2차 접촉을 앞두고 대북 전단 살포 문제와 맞물려 남북 간 팽팽한 신경전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북한은 26일 청와대 국가안보실로 보낸 전통문에서 우리 정부가 대북전단 살포를 적극적으로 제지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북한은 이어 대북전단 살포가 추가로 이뤄지면 남북관계가 파탄에 처할 것이라면서 우리 정부에 대해 직접 전단 살포 행위를 제지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북한 노동신문도 27일 남북관계가 현재 중대한 기로에 놓여 있다며 "남조선이 대화 상대방을 헐뜯고 군사적 긴장을 조성하는 도발적 언행을 계속한다면 북남관계의 대통로는 고사하고 열린 오솔길마저 끊기게 될 판"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민간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를 '표현의 자유와 관련된 헌법상 가치에 대한 문제'로 규정하며 "정부가 통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정부의 이같은 입장은 고위급 접촉 전부터 '전단살포 제한' 같은 북한의 요구를 하나둘 들어주면 본경기 격인 고위급 접촉에서 불리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우리 정부가 보이고 있는 원칙적인 입장을 거듭 흔들기 위해 2차 고위급 접촉 무산이라는 카드를 활용해 우리 정부를 압박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런 가운데 이날 북한이 '2차 고위급 접촉 재고' 가능성 카드를 내놓은 이상 남북이 합의한 '30일 2차 고위급 접촉 개최'는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판을 깨지는 않고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것으로 (우리가 제안한) 30일에 (북한이 고위급 접촉에) 나올 가능성은 좀 더 멀어졌다"고 말했다.
임병철 통일부 대변인도 이날 브리핑에서 "(통지문 내용은) 고위급접촉이 이런 분위기 속에서 이루어질 수 있겠는가를 생각해봐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북한이 스스로 파격적이라고 언급했던 황병서 등 고위급 3인방의 방남을 통해 연 대화 국면을 쉽게 닫아버리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아직은 우세하다.
북한이 최근 미국인 억류자 1명을 석방하는 등 대외 환경 개선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점에서 남북관계를 다시 전면적 대결 국면으로 돌리기에는 부담이 큰 것이 사실이다.
고유환 교수는 "북한이 남쪽만 보는 게 아니므로 북미관계 등 다른 변수를 보면서 속도 조절을 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북한에 지속적으로 고위급 접촉 개최 합의를 이행하라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보내고 있다.
임병철 통일부 대변인은 "이미 남북이 개최에 합의하고 우리측이 일시와 장소를 제의한 제2차 고위급 접촉에 대한 입장부터 분명히 밝혀야 한다"는 내용의 전통문을 북측에 전달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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