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카트’ 비정규직, 당신은 일한만큼 받고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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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10-28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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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영화 '카트' 포스터]

아주경제 권혁기 기자 = 통계청에 따르면 2014년 8월 기준 국내 비정규직 근로자는 607만 7000명으로 집계됐다. 동기대비 13만 1000명이 늘어난 수치다.

같은 공간에서 일하지만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대우는 180도 다르다. 화장실도 못가며 열심히 일해도 언제든지 해고당할 수 있는 게 비정규직의 현실이다.

영화 ‘카트’(감독 부지영·제작 명필름)는 삶의 최전선에서 싸우는 비정규직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더 마트’ 비정규직 직원 선희(염정아)는 몇 개월씩 돈을 벌기 위해 떠나는 남편 대신 아들 태영(도경수, 엑소 디오)과 딸(김수안)을 책임지고 있다. 입사 후 5년 동안 벌점 한번 없이, 반성문 한번 쓴 적 없을 정도로 열심이다. 점장(박수영)은 “이번에 정직원이 될 예정”이라며 독려한다.
 

[사진=영화 '카트' 스틸컷]

선희와 달리 싱글맘 혜미(문정희)는 회사와 적당히 선을 그어가며 일을 한다. “까대기(무거운 짐을 나르는 일) 좀 헬프해 달라”는 최과장(이승준)의 명령같은 부탁에 “집안 사정이 있어서요”라며 칼퇴근을 한다. 어린이집에서 홀로 있는 아들을 위해.

사람 좋은 옥순(황정민)과 입사지원서를 넣을 때마다 불합격 통지서를 받는 88만원 세대 미진(천우희), 마트를 깨끗하게 만드는 순례(김영애)는 힘들지만 힘들어할 여유도 없다. 그나마 비정규직원들을 인간적으로 대해주는 정직원 과장 동준(김강우)이 있어 힘이 난다.

그러던 어느날 ‘더 마트’는 본사로부터 인원감축을 지시 받는다. 본사 임원들에게 굽신거리던 점장은 최과장과 동준에게 밀명을 내린다. 잡초를 솎아내듯 ‘여사님’들을 내치라는 것.

하루아침에 계약 해지 공고를 접한 비정규직원들은 시쳇말로 ‘멘붕’에 빠진다. 여사님들은 “계약기간만이라도 채우게 해달라”고 회사에 요청하지만 이는 묵살된다. 결국 노조를 결성, 자신들의 일터인 계산대를 점령한다.

염정아, 문정희, 김영애, 천우희 등 여배우들은 영화를 위해 예쁘기를 포기했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살아가야하는, 화가 나지만 얼굴에는 미소를 띄어야하는 힘든 직업을 가진 여성을 표현하기 위해 메소드 연기를 펼쳤다. 도경수는 일취월장 늘어난 연기력으로 이목을 집중시켰다. 천재아역 김수안의 감초 연기는 자연스러움 그 자체다. 맹랑한 여고생이자 도경수의 여자친구 수경으로 분한 지우는 통통 튀는 연기로 차기작을 기대하게 했다.

‘카트’는 비정규직의 문제점을 정확하게 바라보고 있다. 또 정규직과 비정규직 구분없는 ‘갑’의 횡포에 대해 지적한다.

대한민국 국민에게는 근로의 의무가 있다. 모든 국민은 근로의 의무를 가지며 국가는 근로의 의무의 내용과 조건을 민주주의 원칙에 따라 법률로 정하도록 헌법에 규정하고 있다.

반면 근로3권도 있다. 근로자들이 인간다운 생활을 확보하고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해 근로자단체를 결성하고 그 조직체의 이름으로 교섭을 하며 그 교섭이 원만하게 이루어지지 아니할 경우에는 단체행동을 할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카트’는 내가 일하고 있는 곳에 권리는 없고 의무만 있는 것은 아닌지. 나는 과연 일한만큼 받고 있는지. 회사는 올바른 대우를 해주고 있는지 곱씹어보게 한다. 내달 13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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