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총 지출 376조원(전년 대비 5.7%↑) 규모의 예산안을 둘러싼 전(錢)의 전쟁이 시작됐다.”
2014년도 국정감사를 사실상 마무리한 여야는 28일 예산 국회 체제로 본격 전환했다. 제1라운드에서 사실상 승부를 가리지 못한 여야는 차기 총선 표심과 직결된 예산 전쟁에서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는 절체절명의 과제를 안고 지략 대결을 위한 준비에 돌입했다.
특히 올해부터는 ‘국회선진화법’에 따라 내년도 예산안은 물론 세입예산안의 부수 법률안도 자동부의제(12월1일 국회 본회의에 자동 부의)를 적용받는 만큼 연말 정국에서 주도권을 실기하는 쪽은 막대한 책임론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다.
여야가 정부의 예산안 심사 기한인 내달 30일까지 합의를 도출해내지 못할 경우 예측 불가능한 민심 이반 현상에 직면할 수 있어서다. 수세 국면에 처한 쪽은 ‘민생 외면’ 정당으로 낙인찍히면서 미증유의 위기에 봉착할 수 있다는 얘기다.
◆담뱃세·지방세 뜨거운 감자로 급부상…우회법안 범위 최대 쟁점
28일 국회에 따르면 오는 29일 박근혜 대통령의 시정연설을 시작으로, 30일 2015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에 대한 공청회, 내달 1∼2일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 3∼6일 부별심사, 16∼30일 예결위 예산안조정소위원회 가동 등의 예산 국회 일정이 시작된다.
하지만 예산 국회가 순항할지는 미지수다. 내년도 예산안을 둘러싼 여야의 이견 차가 극심한 데다 연말 정국의 주도권은 곧 여야의 내부 권력 구도와 맞물린 만큼 물러설 수 없는 한판 승부가 예상된다.
최대 쟁점은 최경환호(號)의 확장적 재정 정책을 뒷받침하는 담뱃세·주민세·자동차세 통과 여부와 세입예산안 부수 법안의 범위다.
정부는 이날 청와대에서 박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주민세 2배·영업용 자동차세 100% 인상’을 골자로 하는 지방세법 개정안을 심의·의결하면서 강한 드라이브를 걸었다. 최경환호의 확장적 재정정책이 예산 국회의 심판대에 오를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더 큰 문제는 올해 처음으로 실시되는 자동부의제 적용에 따른 ‘우회 법안’을 둘러싼 해석 싸움이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예산안 부수 법안에 정책 입법안을 추가하는 범위를 어디까지 한정할지, 그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에서 예산 정국의 화약고로 불린다.
예컨대 예산 정국에서 정부의 담뱃세 인상안과 담배의 유해성 경고 그림 부착 내용을 담은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의 동시 상정 여부 등을 놓고 여야 간 대립이 극에 달할 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무상보육·공무원연금 산 넘어 산…與野 ‘딜’ 가능성 제기
세월호 특별법의 덫에 갇혀 국회가 장기간 마비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무더기 우회 입법을 시도하는 집권여당과 이를 막으려는 야권 간 정쟁이 극에 달할 경우 식물 국회 논란이 재연될 전망이다.
새정치연합 관계자는 이날 아주경제와 통화에서 이와 관련, “국회예산정책처에서 부수 법안 의 기준 마련에 들어간 것으로 알고 있다. 다만 최종 결정권자는 국회의장에게 있다”며 세입예산안 부수 법률안과 정책 입법안 연계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또 다른 관전 포인트는 중점 법안의 딜 가능성이다. 정부는 △세월호 특별법 △정부조직법 △유병언법 등 ‘세월호 3법’과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의료법 개정안 △관광진흥법 △자본시장법 등 30여개 법안의 국회 통과를 촉구한 상태다.
하지만 새정치연합 우윤근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이명박 정부의 자원외교 등을 언급하며 “진상조사 및 청문회를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보수정권의 공동 책임론을 고리로 대여 압박에 나서면서 예산과 법안의 딜을 하기 위한 사전 포석으로 풀이된다.
뿐만 아니라 무상보육 예산을 둘러싼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갈등은 물론 공무원연금 개혁안 논란까지 더해지면서 예산 정국의 총성 없는 전쟁터가 될 전망이다. 첫 테이프는 29일 박 대통령의 시정연설이 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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