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박해도 웃던 형…슬프지 않은데 짜증나" 마왕 신해철 별세에 허지웅 '애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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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10-29 0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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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왕 신해철 별세 허지웅[사진=사진공동취재단 & 허지웅 블로그]


아주경제 전기연 기자 = 故 신해철과 평소 친분이 두터웠던 허지웅이 세상을 떠난 신해철에 대한 애틋한 글을 게재했다.

27일 새벽 허지웅은 자신의 블로그에 "형은 곧잘 철 지난 농담을 길게 늘어놓고는 했다. 나는 그런 그를 무척 구박했다. 구박하는 재미가 있는 형이었다. 구박을 하면 소녀같이 부끄러워했다"며 신해철에 대해 언급했다.

이어 허지웅은 "형의 방송 복귀작에 게스트로 나가 녹화 내내 놀려먹었다. 그렇게 놀려먹은 게 형을 마주한 마지막이었다"면서 "며칠 전 꿈을 꾸었다. 형이 사람들 앞에서 내게 면박을 주었다. 왜 전화하고 문자 하고 오버냐며 막 소리를 질렀다. 나는 부풀리지 말라고, 전화한 적 없고 문자만 하지 않았냐고, 그러게 왜 나이 먹고 사람 걱정시키냐고 또 구박을 했다"고 말했다.

신해철에 대해 글을 쓰던 허지웅은 "나는 절대 울지 않을 거다. 나는 결코 울고 싶지 않다. 구박을 하고 싶다. 다시 한 번 형에게 구박을 하고 싶다. 그러나 이제는 더 이상 그럴 수가 없다. 친애하는 친구이자 놀려먹는 게 세상 최고로 재미있었던 나의 형 신해철이 세상을 떠났다. 조금도 슬프지 않다. 나는 화가 난다. 보고 있나. 보고 있느냔 말이다. 형 진짜 싫어. 정말 싫다. 짜증나"라며 신해철에 대한 그리움을 글로 적었다.

이날 27일 오후 8시 19분 서울 아산병원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던 신해철이 저산소 허혈성 뇌손상으로 사망했다. 앞서 신해철은 지난 17일 복통으로 한 병원에서 장협착증 수술을 받은 후 통증과 고열 등으로 재입원과 퇴원을 반복했다. 그러던 지난 22일 오후 심정지로 쓰러져 심폐소생술을 받은 후 서울 아산병원 응급실로 후송된 신해철은 3시간에 걸쳐 수술을 받았지만, 의식을 차리지 못하고 치료를 받다가 결국 이날 세상을 떠났다.

'마왕' 故 신해철 빈소는 오후 1시 서울 아산병원 23호에 마련됐으며, 발인은 31일 오전 9시에 진행될 예정이다.

한편, 마왕 신해철 별세 소식에 네티즌들은 "마왕 신해철 별세.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별세한 '마왕' 신해철, 정말 생각도 못 했는데… 마음이 아프네요" "신해철씨 좋은 곳 가세요. 좋은 음악 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허지웅 마왕 신해철 별세 후 올린 글에 마음이 먹먹" "신해철 민물장어의 꿈 들으니 눈물 나네" 등 애도글이 쏟아졌다.


 

마왕 신해철 별세 허지웅[사진=사진공동취재단]




<허지웅이 블로그에 올린 故 신해철에 대한 글>

형은 곧잘 철지난 농담을 길게 늘어놓고는 했다. 나는 그런 그를 무척 구박했다. 구박하는 재미가 있는 형이었다. 구박을 하면 소녀같이 부끄러워했다. 그게 보고 싶어 더 구박한 적도 있다. 솔직히 정말 재미는 없었다. 서로 닮은 점이 많았다. 형이 말하기 전에도 내심 알고 있었다. 그래도 형이 그렇게 말할 때는 싫은 기색을 냈다. 괜히 그랬다. 형의 방송 복귀작에 게스트로 다녀왔다. 나는 형에게 무조건 여기서 망가져야 사는 거라고 말했다. 녹화 내내 놀려먹었다. 재미있었다. 그렇게 놀려먹은 게 형을 마주한 마지막이었다. 그렇게 놀려먹은 게 말이다. 끝나고 나오는 길에 형이 1차 체중 감량 끝나는 날 양꼬치를 먹으러 가자고 했다. 그러다 중간에 문자를 보내왔다. 킹크랩으로 메뉴를 바꾸자고 했다. 나는 그러자고 했다. 형은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며칠 전 꿈을 꾸었다. 형이 사람들 앞에서 내게 면박을 주었다. 왜 전화하고 문자 하고 오버냐며 막 소리를 질렀다. 나는 부풀리지 말라고, 전화한 적 없고 문자만 하지 않았냐고, 그러게 왜 나이 먹고 사람 걱정시키냐고 또 구박을 했다. 아침에 일어나서 나는 형이 금방 일어나겠거니 낙관했다. 어제 늦게 형에게 다녀왔다. 얼굴이 작아졌더라. 형 퇴원할 때는 살이 확실히 빠져있겠다고 나는 농을 했다. 그리고 귀에 대고 몇 마디를 했다. 못 들었던 것 같다. 들었으면 그 재미없는 아저씨가 이럴 리 없다. 반드시 일어나 써먹었을 거다.


오래전 형이 결혼식 축가를 불러줬었다. ‘일상으로의 초대’였다. 형은 노래를 부르는 동안 몇 번이고 음이탈을 했다. 나는 그걸 가지고 두고두고 놀려먹었다. 부끄러웠다고 말했다. 사실이 아니었다. 나는 여태 단 한 번도 그렇게 아름다운 노래를 들어본 적이 없다. 그걸 끝내 말해주지 못 했다. 내내 그걸 흥얼거렸다고 말해주지 못했다. 목덜미를 잡아 쥐듯 굵고 낮은 저음으로 시작하던 재미없는 농담들이 자꾸 귀에 걸려 떠오른다. 나는 절대 울지 않을 거다. 나는 결코 울고 싶지 않다. 구박을 하고 싶다. 다시 한 번 형에게 구박을 하고 싶다. 그러나 이제는 더 이상 그럴 수가 없다. 구박을 하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다니 너무 폭력적이라 막 얻어맞은 것 같이 뺨이 얼얼하다. 친애하는 친구이자 놀려먹는 게 세상 최고로 재미있었던 나의 형 신해철이 세상을 떠났다. 조금도 슬프지 않다. 나는 화가 난다. 보고 있나. 보고 있느냔 말이다. 형 진짜 싫어. 정말 싫다. 짜증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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