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 합병안이 국민연금의 반대에도 주주총회를 통과하면서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단순화 작업이 막힘없이 진행되는 상황이다. 다음달 14일엔 삼성SDS가 상장하고 전 삼성에버랜드인 제일모직도 연내 상장 예정이다.
재계에서는 삼성가의 원활한 경영권 승계와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제일모직과 삼성SDS가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삼성측은 추가적인 대규모 합병 건은 당분간 없을 것이라고 밝혀, 상장 이후 체제 전환엔 다소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최근 상장과 합병 건은 모두 연초에 계획된 것으로, 사실상 이 회장의 입원 이후 신규 계획은 정체 중인 것으로 보인다.
재계 일각에선 제일모직 등의 상장 이후 지주회사 전환 시나리오 등을 내놓고 있지만 이 회장의 재가 없이 이뤄질지 의문이다. 그보다 삼성이 추가적인 구조개편에 앞서 한동안은 두 회사의 몸집을 키우는 데 집중할 것이란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다.
재계는 대신 최근 이재용 부회장의 삼성생명 지분인수 추진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이 부회장이 취득하고자 하는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지분율은 0.1%씩에 불과하지만 삼성가 후계인 이 부회장이 순환출자 고리의 핵심 계열사 중 하나인 삼성생명의 특수관계인 위치에 처음 오르게 된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삼성생명은 제일모직과 삼성전자의 중간에서 출자 고리를 연결하고 있다. 이와 함께 삼성화재, 삼성카드, 삼성증권 등 금융계열사를 지배하는 중심축이기도 하다.
삼성생명의 최대주주는 이건희 회장으로 20.7%를 보유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분 상속에 앞서 이 부회장이 미리 특수관계인 지위를 획득하려는 것이란 해석이 있다.
한편으로는 삼성생명이 중간 금융지주회사로 체제 전환할 경우에 대비해 이 부회장이 금융 쪽 지배구조를 강화하려는 포석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또한 제일모직이 지주회사로 전환할 경우 법규제상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지분을 20% 이상 늘리거나 매각해야 되는 문제가 생길 수 있어 이에 대비한 움직임이라는 시각도 있다.
삼성측은 그러나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지분 취득은 삼성자산운용 보유주식 매각으로 확보한 250억원의 활용 차원으로 추가 매입은 없을 것”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추후 지배구조 개편 시나리오로는 오너 일가 지분율이 46%인 제일모직은 삼성그룹 지배구조 최상단에 위치해 최종적으로는 지주회사로 전환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와 함께 삼성SDS는 삼성가 3세들의 지분이 19.1%로 4조4000억원에 달하는 만큼 이 회장의 재산 상속에 따른 상속세 마련과 지주사 지분 확보 자금 마련에 쓰여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삼성전자의 분할 합병을 통한 경영권 승계가 이뤄질 것이란 분석이 대두된다.
재계 관계자는 “제일모직이 곧바로 지주사로 전환하면 삼성전자 강제 매각 등의 복잡한 문제가 생길 수 있어, 그전에 삼성전자를 분할해 제일모직과 합치는 지분 정리 작업이 먼저 진행될 것이 유력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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