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현주 기자 ="개판 오분전이네요. 어휴~"
29일 오후 국립민속박물관 상설 전시장앞에 있던 방호원 조모씨는 난감했다. "이건 선생들이 문제에요. 애들을 풀어놓고 어디를 간건지…."
이날 국립민속박물관은 초딩(초등학생)의 천국이었다. 뛰고 몰려다니며 소리쳤다. "야, 이리와, 여기야, 여기~" 전시장이 아니라 운동장같았다.
이런가운데 깃발을 든 관광객들이 몰려들었다. 줄지어 이동하는 중국사람들이었다. 뛰고 몰려다니는 아이들과 관광객이 뒤섞인 전시장은 그야말로 영화 '그렘린'을 보는 듯했다. 물에 젖기만 하면 자기복제하며 늘어나는 그렘린들처럼 전시장은 초딩생들로 쑥대밭이 되고 있었다.
전시장쪽에는 파란색 재킷을 입은 방호원들이 세명이 서 있었다. "애들때문에 정신없다"는 방호원은 넋을 잃은 표정을 지었다.
'청바지'전이 열리는 기획 전시도 '초딩'들이 장악했다. 컴퓨터앞 영상실에는 초딩들이 들어앉아 의자를 차지하고 떠들어댔다. 전시장을 지키는 요원들은 맘껏 돌아다니는 아이들 보다는 카메라를 드는 관광객에게 'NO 포토'라는 말만 되풀이 했다.
밀물썰물 치듯 움직이는 아이들 사이로 중국 관광객들도 수차례 들어왔다 빠지고 이어졌다. 북새통을 이루는 사람들때문에 무슨 전시를 본건지도 모를정도다. 마침 29일은 매월 마지막주 '문화가 있는 날'로 박물관 마당에서는 '안숙선 명창'의 국악 한마당이 준비중이었다. 관광객과 관람객들이 휴대폰 카메라를 켜고 안숙선명창에 집중할때 전시장 계단에 앉아있던 초딩들의 대화가 이어졌다.
"야, 그런데 여기가 어디지?. 체험학습장에 뭐라고 쓰지?"
삐뚤빼뚤 무언가를 쓰던 옆 초딩이 말했다. "대충 써~본 것도 없는데~." (방호원 말처럼 선생들은 어디로 간걸까.)
전시장 밖은 단풍든 풍경이 고즈넉하고 아름다웠다.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다시 몰려들었다.
입장과 관람이 무료여서일까. 국립민속박물관 관계자는 "지난해 관람객만 270만명을 기록했다.국립중앙박물관보다 많은 관람"이라며 "올해는 300만명을 돌파하게 될 것 같다"고 했다. 사람만 많은 박물관. 공짜 탓을 하는 건 무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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